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현재의 창업 시장은 암울하다 못해 과거 어느 때 보다 침체돼 있다. 사실 은퇴 창업에 대해 얘기하기가 사실은 어려울 정도다. 최근 명동의 대표 상권들이 힘을 잃고 전통 노포들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면 은퇴 후 창업에는 손사레를 칠 것이다.

은퇴 창업은 일반 창업보다 더욱 안정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업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제는 멈추지 않고 소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빅스토리]은퇴 창업, 꼭 알아야 할 5계명은
1. 빌린 돈 말고 있는 돈으로
안정적인 점포 창업을 위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창업자 역시 대부분 대출을 안고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매출이 예상보다 오르지 않거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점포 운영이 사실상 불가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 폐업조차 빨리 선택하지 못하는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은퇴 후 창업의 첫 번째 조건은 창업비용이다. 창업의 의미와 목표를 성공보다는 일하는 보람과 안정적인 수익에 두는 것이 좋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당할 만한 예산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해 초기 자본의 리스크를 줄여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50대 중산층의 평균 순자산을 3억5000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2억 원 내외의 소자본 창업이 적정 수준이다.

만약 요식업 창업이라면 공유 주방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월 임대료로 주방과 요리 집기 대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창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포 임차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발달돼 있어 반드시 목이 좋은 상권이 아니라도 좋다. 입지에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말고 가용 범위 내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핫(hot)한 것 말고 아는 것으로
예전에 대기업 퇴직자 대상으로 창업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예비 은퇴자들에게 창업을 위해서는 창업자가 변해야 하고 시장 트렌드를 연구해야 하며 돈 쓰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걸 배우라고 조언했다.

예전 창업 버블 시대에서는 요식업이든 판매업이든 전혀 몰라도 인기 아이템에 잘 편승하면 기본수익이 가능했고 양도양수도 비교적 용이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영업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고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자꾸 나온다.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사업 환경 전반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집합금지 등의 영업제한 상황이 길어질수록 배달 위주의 영업장은 매출이 증가하고 매장 위주의 점포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내 점포가 홀 매출 위주라면 영업 형태를 빨리 전환해야 한다. 배달이 가능하도록 메뉴를 다듬고 배달 용기를 매입하고 주방과 홀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현장의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인만의 틈새시장을 노린 1인 창업도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일을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남들이 하니까 또는 너무 유행을 타는 업종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강점이 있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예로 배우 김수미 씨는 70세의 나이로 자신의 요리 실력을 십분 발휘해 ‘간장게장’을 출시한 바 있다. 국민 배우 이덕화 씨는 아내와 함께 산 좋고 물 맑은 한적한 시골에 음악다방을 열었다.

이렇듯 창업 시장이 급변하는 이때에 모두가 찾는 핫(hot)한 것보다 본인이 좋아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통제력을 얻을 수 있는 창업 형태, 업종을 선택하는 게 좋다.
[빅스토리]은퇴 창업, 꼭 알아야 할 5계명은
3. 혼자서 말고 내 편과 같이
은퇴자들에게 창업 선호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브랜드 제과점이 1순위이고 패스트푸드, 베이커리 카페, 편의점 등 판매 점포를 우선으로 꼽는다. 이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상대적으로 운영이 편하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과 점포 브랜드는 초기 창업비용이 높고 신규 출점 예정지도 드물어 가맹이 쉽지 않아 양도양수가 더 흔할 정도로 창업자들의 변함없는 구애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에 좋은 판매 위주의 점포들이 긴 영업시간만큼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업종이며, 이로 인해 점주와 가족들까지 가용인원으로 동원되는 현실은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창업은 금융 투자와 달리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창업은 가족의 지지가 없는 경우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고통은 배가 된다. 특히 배우자와의 충분한 사전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창업 현장에는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라 단순한 일을 도와줄 손이 꼭 필요한 일이 생긴다는 것을 이해하고 미리 계획해 두도록 한다.

4. 입구만 찾지 말고 출구도 반드시 알아야
은퇴 창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출구전략(exit plan)’이다. 시작부터 무슨 재수 없는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중년의 창업자들은 실패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젊은 창업자들처럼 다시 취업을 택하거나 창업 지역을 옮긴다거나 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 성공을 준비하는 것만큼 최종적으로 그러지 못했을 경우의 수를 계산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반드시 만들어 두기를 권한다.

한때 폐업 컨설팅이 주목을 받던 때도 있었지만 집기의 처리, 점포 매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외부의 도움이 가능한 부분 외에 스스로의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될 출구전략은 스스로 만들어 두어야 실패를 딛고 더 크게 일어설 수 있다.

창업자가 전력을 다해도 언제나 시장에는 능력 밖의 변수가 생긴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black swan: 예측 자체가 어려워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시장을 흔들고 있고 대기업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오너 리스크도 가맹사업자에게 여파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5. 그늘이 있으면 밝은 곳도 있다
창업 시장이 혼란스럽고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창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신설되거나 법령이 보완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페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재도전장려금.kr)에서는 점포의 철거비용과 재창업·취업 등의 재기를 지원해주고 있다.

올 1월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오픈 후 1년 내 매출이 가맹본부의 예상매출액 최저금액보다 낮아 중도 폐업을 할 경우 계약 위반에 의한 영업위약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상권의 소속지역 구청의 창업·폐업 지원 제도도 확대되고 있으므로 적용 범위를 확인하면 좋다.

은퇴를 앞둔 창업자들은 젊은 창업자보다 사회 경험도 많고 지인도 많다. 상대적으로 현명하고 가용자원도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런데 꼭 창업을 할 때에 그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올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이 몇 막으로 끝이 날지 어찌 알 수 있으랴. 늘 새로 시작하고 부디 또 다음 장을 펼 준비를 하기를 권한다.

이재영 점포라인 창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