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사이에선 ‘미친 집값’이라며 수도권에서 더 이상 아파트 장만은 불가능해졌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일부 전세대출 한도가 완화되긴 했지만 대출 규제의 피해는 현금 동원력이 없는 젊은 층이나 저소득 무주택자 등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실수요자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출 규제에 실수요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 실수요자 보호를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0월 6일 청와대 참모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10월 13일 인천 경인여대 본교에서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을 만났다.
서 회장 “주택은 투자보다는 실소유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무주택자 및 실소유자에게는 일괄 규제가 아닌 핀셋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별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사단법인 학회인 대한부동산학회의 19대 회장을 거쳐 20대 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저서만 30여 권으로 부동산 관련 산·학,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big story]"규제의 역설, 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을 좀 더 강화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데 막상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그 결과를 봤을 때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적은 사실상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규제 정책 두 가지가 모두 시장에서 실패한 게 아닌가. 이제까지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정책이 시장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부동산 시장은 투기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대다수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전 정부와는 어떻게 다른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던 시기는 부동산 시장이나 경제 등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시장 활성화 정책 위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문 정부 들어서면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함으로 인해 규제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9월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 8월(6조1000억 원)보다도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대출 규제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주장하는 가계대출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는 가계 재정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책무가 있고 가계대출이 부실화돼서 가계가 무너지게 되면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대출 총량 규제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대출 금액의 6% 증가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들이 관리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지다 보니 6%를 초과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전혀 하지 못함으로 인해 실소유자들이 결국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타인의 자본을 40% 이상 투입해서 매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동산의 경우 재화의 가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기 자금 100%를 투입해서 사는 경우는 없다. 이 때문에 실소유자나 무주택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고 오히려 현금 부자만이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출 규제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재무 상태가 괜찮고 변제 능력이 가능한, 즉 신용 상태가 괜찮은 무주택자 및 실소유자에게는 핀셋 규제 완화를 통해서 꼭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정책을 한번쯤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해줄 수 없는 만큼 10% 수준의 주거 취약층에 대한 공공 지원을 강화하되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절되도록 부동산 시장의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출 규제로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 같은데.
"그렇다. 현금 있는 자는 계속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고 없는 사람은 없이 살게 되는 즉,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피해가 자산의 양극화 현상이다. 이러한 병폐들을 예방하기 위해 세금을 통해서 소득 재분배를 하는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과세표준들을 명확히 세워 좀 더 공평하게 세를 물도록 함으로써 소득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이 된다. 수요자 중심 시장을 만들게 되면 가격이 안정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big story]"규제의 역설, 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가격 안정 정책에 필요한 것은 공공주택 공급인가.
"맞다. 공급 위주의 정책들이 필요한데 부동산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 보통 1년에 4만 호 수도권에 약 10만 호의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서울 및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의 재개발 및 재건축 억제, 뉴 타운 해제 등의 정책들을 펼쳤다.
하지만 멸실 주택에 대한 대책, 가구 수 분화에 따른 대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존 중심의 재개발만 추진했기 때문에 수요가 원하는 만큼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신도시 개발이라든지 공급과 관련한 장기적인 정책들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값 폭락이라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한 가지 요소만으로 시장이 급등했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 정책이 경우 미국의 자금 시장 변동성을 많이 따라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 또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돈이 많이 돌면 안전한 투자처인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작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무주택자 및 취약계층은 어떻게 해야 하나.
"흔히들 말하지만 나라님도 의식주를 완벽히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가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해서 주거 복지를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 시장에 맡겨서 시장의 원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만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1가구 1주택이라는 정책은 취지만으로 보면 사실 상당히 좋은 제도다. 그런데 문제는 소득 가구 분화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명의 가족이 1가구 1주택을 시현하려면 과거에는 1~2채면 됐지만 이제는 3~4채가 필요하다. 따라서 매도와 매수를 할 때 취득세나 양도세 등의 부담이 발생할 여지가 더욱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1인 가구나 2인 가구의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택을 사고 팔 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부동산 안정화에 가장 필요한 핵심 요소를 꼽자면 다주택자들이 공급을 풀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을 때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해야 수요자들이 공급자를 고를 수 있게 되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거나 공급이 많아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게 되면 양도소득세가 최고 82.5%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전체 다주택자 중 2.5%들에게만 매매차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누가 팔겠나. 수요자는 다수인데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거래 절벽은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다."

'주택임대차보호 3법'은 어떤 영향을 초래했나.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이 떠안았다. 우선 전세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전세 매물을 찾을 수가 없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전월세 상한제를 통해서 임대료 상한선을 5% 이내로 제한을 하다 보니까 소유자들이 자신의 돈으로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임차인에게 월세로 부과도록 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지금의 전세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임대차보호법의 취지가 어떻든 임차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서울 부동산 분위기는 어떤가.
"고 박 시장이 도시 보전 중심의 재개발 및 도시 재생을 펼친 결과로 현재 서울 부동산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보궐 선거를 통해 취임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완화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지금 실제 시장이 움직이고 있지만 임기가 짧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서 공급 확대를 촉진하고자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것들도 쉽지가 않다. 국토교통부의 지침과 기준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협력을 해서 공급을 확대하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건축·재개발 부분에 협조를 하고 서울시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등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얻어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은 혼선과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 같은데.
"규제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인도에 코브라가 많이 있다 보니 정부에서 코브라를 잡아오면 거대 포상금을 준다는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길거리에 있는 코브라를 마구 잡기 시작해 거리에 뱀이 사라지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런데 돈을 준다고 하니 여전히 뱀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세히 보니 포상금을 받기 위해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알고 포상금을 폐지해 버렸더니 다시 부작용이 발생했다. 농민들이 집에서 키운 코브라를 다시 거리에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규제의 역설이라는 얘기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들을 규제하고 되면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규제를 하게 되면 풍선효과가 발생해 규제가 약한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1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취득세를 중과하지 않으니 매도자들이 생기고 그쪽으로 시장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최근 아파트 가격에 이어 빌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이게 바로 풍선효과다. 이렇게 되면 집을 구매할 사정이 안 되는 서민들은 밀리고 밀려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된다."

부동산 정책에 답은 없는가.
"아니다. 부동산의 경우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