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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황현희, <비겁한 돈> 저자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주름 잡던 개그맨 황현희가 2020년 6월 프로그램 폐지 후 2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연예인이 아닌 자산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의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 본사에서 개그맨 황현희를 만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요일 밤을 책임지며 웃음을 줬던 황 씨는 최근 <비겁한 돈>이라는 책을 쓰며 성공한 재테크 전문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힘찬 말투로 응했으며, 돈에 대한 정확한 경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느껴졌다. 투자에 대해 아직까지 신중하다는 그는 아직 재테크의 초보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에게 얘기하고 싶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년간 개그 프로그램을 하다가 방송이 폐지되니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물론 12년간의 노력으로 먹고 살기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내가 착각한 게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언제까지 내가 몸담고 있는 시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방송이 없어지니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회사에 헌신하며 온몸을 바쳐도 시대가 바뀌면 명예퇴직을 권고 받는다. 그런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제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의 발달로 기계공학과에서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대체되는 요즘 시기의 변화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 한복판에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 공부를 시작하게 됐으며 경제 신문을 구독하고 강의를 들었고 고민 끝에 연세대 경제대학원에 진학에 본격적으로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론을 배우면서 현실 경제에 관심을 생겼고 본격적인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경제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한국경제TV ‘버추얼 TALK 가상자산’ 프로그램 MC로 활약 중이다. 또 2018년부터 스포츠월드에서 ‘황현희의 눈’이라는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기존에 했던 개그가 경제 시사 분야였고 최근 썼던 책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사실 개그맨 활동을 하던 당시에는 힘들긴 했었다. 하지만 주 무대였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다 보니 본업인 개그로 얼굴을 알리는 게 어려워졌고 여전히 개그 무대가 그립다."

재테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경제적 자유를 갖고 싶었다.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열심히 일하면 돈이 따라 올 것만 같았는데 실직자가 돼보니 돈에 끌려가고 있는 내 모습이 서글펐다.
이 때문에 시험을 쳐서 경제대학원에 입학했다. 경제 공부를 시작했지만 내가 원하던 공부가 아니었다. 원론에서 벗어나 좀 더 실전적인 것을 알고 싶었다. 그때부터 경제 채널 방송을 샅샅이 뒤져보고 경제 신문을 여러 개 구독해 읽기 시작했다. 경제 서적은 말할 것도 없었다.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나서 나에게 남은 돈은 서울시 20평대 아파트 전세 자금이 전부였다. 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시드머니로 투자를 시작했다. 굉장히 절박하게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확신이 있었기에 투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그 돈이 자산이 되기 시작한 건은 얼마 되지 않았다. 분양에도 당첨도 되고 갭투자로 부동산 투자도 했으며 주식으로 수익도 냈고 암호화폐에도 투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시간이 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이 금과 같은 재화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2008년 누군가는 100만 원으로 아이폰 구매에 열을 올렸을 때 다른 누군가는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공부하며 100만 원으로 아이폰 대신 애플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전자는 한 번의 소비로 끝났을지 모르는 돈이지만 애플에 투자한 후자는 투자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라는 재화 자체를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누군가는 마이너스지만 다른 사람은 1000% 수익률을 얻었다.
재테크가 그렇다.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당시 애플 주식을 샀더라면~’, ‘테슬라에 투자했더라면~’ 등 ‘~했더라면’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는 저주에 걸리는 것이 바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라면의 저주'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하지 못하고 생각만 했던 이들 보다 많은 시간을 재테크에 할애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모든 성취는 시간이라는 토양 위에 자라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아닌 시기에 매몰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개그맨 황현희 "개그와 다른 웃음, 투자의 기쁨 전달할래요"
초보 재테크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는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은 ‘노력’을 꼽는다. 이 노력이라는 단어 안에는 자신의 시간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목적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는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행동이 바뀌고 해야 할 일들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목적이 연애라면 자신을 꾸미는 데 시간을 할애하거나 이성을 만나는 데 투자할 것이다. 또한 몸짱이 되고 싶다면 어떤 옷을 살지 고민하는 것보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데 시간을 쓸 것이다. 이처럼 재테크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시간을 사용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 시간의 상대성을 얘기하는가.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의 시간은 이상하게도 빨라진다. 빨리 뭔가 투자해서 빠른 시간 안에 눈에 띄게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귀가 팔랑거리고 이상하게 이때가 되면 남의 말도 잘 믿는다. TV에 나오는 전문가의 몇 마디 말에 마음이 급해진다. 경제에 대해 공부도 안 하고 시간을 투자해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가령 휴대전화 하나를 살 때도 몇 달을 고민하고 어디가 싼지 손품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보며 살까 말까 하루 수십 번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몇 백, 몇 천만 원의 돈을 주식시장에 넣을 때는 하루도 고민하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다급해진다. 돈을 빨리 벌고 싶은 마음이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들이 돈을 버는 모습은 보이지만 남들이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시간을 썼는지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황현희 씨의 투자 시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꽤나 긴 시간 동안 돈에 대해 관대하게 바라봤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후배들에게 ‘열심히 일해라. 열심히 한다면 돈은 알아서 따라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돈 벌 생각하지 말고 관객을 웃길 고민을 하라고 웃기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돈과 인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얘기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돈에 대해 그저 나태하고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다. 그게 12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돈에 대해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자신이 투자의 길목에 있는지 변두리에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경제에 대한 사이클을 읽어 가다 보면 투자 시기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클이 돌아오는, 투자 시기에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그맨 황현희 "개그와 다른 웃음, 투자의 기쁨 전달할래요"
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누구나 노동만으로 충분히 벌어먹고 사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의 의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노동하는 것만으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로트 가수 강진의 노래 '막걸리 한 잔'의 가사처럼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가 마냥 그 자리’라면 이는 충분히 벌어먹고 사는 세상이 아니다. 단연컨대 노동만으로 충분히 먹고 사는 세상은 이미 예전에 지나갔다.
간혹 누군가는 ‘나는 돈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다시 말하면 ‘나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 거야’ 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속적인 수익의 수단을 만들지 못한 삶의 말로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이 미치도록 두려웠기 때문에 투자에서 답을 얻었다."

분위기를 바꿔 질문을 하겠다. 투자가 쉬운가, 개그가 쉬운가.
"(웃음) 재테크 하는 게 더 쉬운 것 같다. 농담이고요. 사실 다 힘이 드는 건 맞지만 그 시기에 맞는 공부(일)가 있는 것 같다. 20대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 노동을 통해서 돈을 모으는 행동들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면 30대부터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그때에 맞는 경제 공부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40대, 50대까지 또 다른 인생의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개그맨이라 웃음을 주는 사람은 맞다. 이런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다른 방법으로 웃음(투자의 기쁨)을 전달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풍자 개그는 많이 했지 않은가.
"그렇다. 개그 프로그램을 했을 때 ‘황현희 피디의 소비자고발’, ‘불편한 진실’, 집중토론‘,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등 다양한 풍자 코미디를 보여줬다.
경제 시사 등 이런 소재의 장르도 개그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새로운 웃음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0대 넘어서는 진짜 완벽한 풍자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요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방영되는 같은 코미디를 보면 굉장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황현희 씨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아들이 있는데 자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경제 교육 서적을 만들어보고 싶다. 어릴 적부터 경제관념이 있는 자녀와 없는 자녀는 20대 생활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대학 입학 후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전 우리처럼 학자금으로 괴로워하며 마이너스 인생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내고 싶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