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까 불릴까 자산관리 선택지는

2022년 부의 지표가 가리키는 자산관리의 방향타는 무엇일까. 주식 혹은 채권일까, 부동산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자산관리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금융사들의 올해 전략 방향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Big Story]자산관리 경계는 없다…금융사 '쩐의 전쟁'


올해도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제목은 단연 ‘돈’이다.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 구분 없이 금융권에서는 자산관리의 승자가 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잠재하는 만큼 금융사들의 자산관리 전략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고액자산가 시장 공략 위한 대대적 조직 개편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산관리(WM) 시장을 놓고 금융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은 초고액자산가 시장부터 대중 부유층 선점을 위해 WM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그룹을 통합시켜 관리하거나 별도로 독립시키는 등의 조직 구성을 통해 본격적인 자산관리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업을 전면 철수한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이빗뱅커(PB) 군단들이 최근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대거 영입되면서 전면적인 조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특화 점포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씨티은행의 스타급 PB들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같은 금융사들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권에서 씨티은행 출신 PB를 무려 30명 가량 영입해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인 ‘청담·광화문금융센터’를 개설했다. 삼성증권과 KB증권도 씨티은행 PB를 대거 영입하며, WM 조직 변화를 꾀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초고액자산가 전담본부인 SNI전략본부의 기능을 강화했고, KB증권은 기존 WM총괄본부를 WM영업과 WM솔루션본부로 나눠 조직을 확장시켰다. 우리은행은 초고액자산가 특화 점포인 ‘TCE시그니처센터’를 오픈, 하나은행도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 클럽(Club)1’을 운영하는 등 WM본부를 개편했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특화 점포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각 사별로 스타급 PB들을 영입하며 자산관리 부서의 전열을 가다듬는 배경에는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자산관리 시장이 금융권의 중장기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갈 곳을 잃은 뭉칫돈들이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으로 몰리면서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의 추이만 보더라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ig Story]자산관리 경계는 없다…금융사 '쩐의 전쟁'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1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개인 고객은 2020년 말 현재 39만3000명으로 2018년(32만3000명), 2019년(35만4000명)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2018년 2017조 원에서 2020년 2618조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들은 7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한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28%인 1204조 원에 육박한다.
[Big Story]자산관리 경계는 없다…금융사 '쩐의 전쟁'
신개념 자산관리 서비스 속속 제공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금융사들의 서비스도 점점 진화하는 추세다. 기관투자가들에게만 공급된 상품이 개인 고객들에게도 제공된다.

NH투자증권은 개인 고객도 기관투자가처럼 맞춤형으로 관리 받기를 원하는 고객 수요에 착안해 패밀리오피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랩을 출시했다. 또 개인투자자에게 공급되지 않았던 기업금융(IB) 특화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상품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했다.

삼성증권은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 임직원 등 젊은 부자들을 위한 전담 영업조직인 ‘The SNI 센터(Center)’ 지점을 오픈했다. ‘The SNI 센터’는 삼성증권의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의 자금조달, 사업 확장, 지분 관리, 자금 운용 등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금융서비스는 물론이고, 인재 개발, 제도 운영과 같은 비금융 분야의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신개념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 상무는 “신흥 부유층 고객들은 기업 지분이나 스톡옵션 등 주식을 통해 자산을 증식한 사례례가 많아 적극적인 투자 성향인 경우가 많고 주식, 채권 등 전통 투자 자산 외에도 프라이빗 딜 등 나만을 위한 차별화된 투자 기회, 경영 관리 등 관심의 영역이 정말 다채롭다”고 분석했다. 은행과 증권의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WM복합점포를 활용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7월 전국 단위로 구축된 WM 채널과 압구정 플래그십PB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센터는 고객 접근성 확대 및 고액자산 고객부터 초고액자산 고객까지 아우르는 WM 고객 커버리지 확대에 적합하다.

신한은행도 신한PWM PIB센터를 운영하며, 초부유층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PB와 IB가 결합한 특화 서비스를 내놨다. PIB센터는 초부유층 기업가 고객 대상의 자산관리와 대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기업 관련 니즈까지 종합 관리하며, 상속·증여, 가업승계 등 생애주기에 맞춰 팀 기반의 종합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에게 특화된 차별화 서비스 제공 외에도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자산관리 트렌드에 변화를 시도하는 금융사들도 점점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원(WON)뱅킹 자산관리 플랫폼을 통해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동시에 목적자금 마련을 위한 전 과정에 펀(fun) 기능을 추가하며 고객 눈길을 잡았다.

이외에도 고액자산가 고객 전용 디지털 프라이빗뱅킹(PB)을 표방하는 신한은행 ‘쏠(SOL) PB’, 구독경제 모델의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인 KB증권 ‘프라임 클럽(PRIME CLUB)’,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SC제일은행 ‘디지털 듀얼케어 서비스(Digital Dual Care Service)’도 이목을 끈다.

글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