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소수점 투자는 처음이지 ①

커피 한 잔 값으로 원하는 만큼의 주식을 골라 살 수 있는 주식 소수점 거래의 길이 더 넓어졌다. 주식투자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국내외 대형주에 분산투자 하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소수점 투자의 A to Z.
# 최근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이 생긴 대학생 A(22)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비의 10% 정도를 떼어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대형주를 모으고 있다. 온주(온전한 주식 1주)로 사려면 수백만 원은 넣어야 할 ‘황제주’들이지만, 소수점 매매를 통하면 적은 투자금으로도 고액의 우량주를 다양하게 사들이는 게 가능해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Special]커피값으로 황제주 사볼까? 소수점 투자 A to Z
소수점 거래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해외 주식에 관심은 많지만 적지 않은 종잣돈이 들어가는 탓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려웠던 20~30대 개인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투자 방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던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누적 가입자는 71만5000명으로, 연평균 23만8000명 규모다. 그간 일부 금융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지난해 말 모든 금융사에 허용되면서 MZ(밀레니얼+Z) 세대를 잡기 위한 증권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pecial]커피값으로 황제주 사볼까? 소수점 투자 A to Z
대형주도 1주 미만으로 쪼개서 거래…
주식투자 진입장벽 낮춘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 소수점 거래가 등장한 시기는 2017년경이다.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겨났고, 2020년에 이르러 로빈후드, 찰스슈왑 등 디지털 브로커리지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소수점 거래’라는 용어 그대로 0.1주, 0.01주 등 소수 단위로 주식을 쪼개 거래할 수 있는 매매 방식이다. 그만큼 주식 매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 누구나 주식투자에 도전할 수 있도록 대중화시켰다는 뜻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포커스 ‘소수점 거래와 투자 접근성’에서 “소수점 거래 수요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주식 가격 수준에 따른 투자 접근성의 차이”라며 “일반적으로 1주 단위로 거래되는 주식시장에서 개별 주식의 가격 수준은 투자자의 접근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특히 자산 규모가 작은 투자자는 다른 조건이 유사하다는 가정하에 1주 가격이 높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주식을 거래할 유인이 높다”고 했다.

또 “소수점 거래는 주가 수준과 상관없이 적은 금액으로도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액 투자자들의 고가 주식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크게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이 여타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점을 고려했을 때, 대형 주식에 대한 투자가 용이해져 소액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았던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을 통해서만 소수점 거래가 가능했으나,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로 지정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가 총 20개사로 확대됐다. 당초 서비스를 제공 중이던 2개사 외에도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 소수점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수점 거래가 향후 투자 시장의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은 만큼 각 사별 마케팅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현행 법률 체계와 예탁결제 인프라 안에서는 최소 주식 매매 단위가 1주로 정해져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소수점 거래를 선보인 해외 주요국도 1주 단위 거래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 정규 거래 시장에서의 소수 단위 주식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수점 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우선 해외 주식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소수 단위 주문을 합산한 뒤 부족분을 채워 온주를 만드는 방식으로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씨가 0.1주, B씨가 0.2주, C씨가 0.6주의 매수 주문을 넣는다면, 온주를 만들기까지 0.1주가 비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국내 증권사가 자기 재산으로 0.1주를 채워 넣어 온전한 주식 1주를 만들고, 현지 증권사에 1주 단위로 주문 내용을 전달하게 된다. 이후 현지 증권사는 해당 내용을 거래소에 넘겨 최종 주문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일종의 우회로를 통해 투자자가 소수 단위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올 3분기에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소수 단위 거래가 가능해질 예정이라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국내 주식은 상법 제329조 ‘주식불가분 원칙’(하나의 주식을 여러 개로 쪼갤 수 없다)에 의해 주식을 여러 개로 나눠 거래하거나 권리를 쪼개 양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존 법률과 인프라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수 단위 주식에 대한 권리를 신탁의 수익권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소수 단위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법률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주식도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소수 단위 매수 주문을 취합해 온주를 만든다는 점에서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와 엇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다만 국내 주식은 신탁제도(수익증권발행신탁)를 활용해 온주를 여러 개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증권사가 투자자들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온주를 예탁결제원에 신탁재산으로 이전하면, 예탁결제원은 수익증권을 발행해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와 증권사는 소수 단위 주식의 권리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신탁재산에 관한 권리만을 갖게 되는 구조다. 물론 신탁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즉 ‘배당금’을 받을 자격 또한 보유 비율에 따라 주어진다.

원하는 시점에 거래 불가, 소수점 거래 한계는

소수점 거래는 여러 명의 개인투자자가 요청한 소수 단위의 주문을 온주 단위로 합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다. 기존의 주식 거래 인프라에서 매수와 매도가 이뤄지는 구조가 아닌 만큼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식은 주문 당일로부터 2거래일, 해외 주식은 3거래일이 걸린다. 원하는 가격과 시기에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어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는 발빠른 대응이 불가능한 소수점 거래의 태생적 한계가 단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김민기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의 부작용과 내포된 단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해외 브로커리지사는 이를 상쇄하고 장기 분산투자라는 본질적인 서비스 목표와 고객 경험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찰스슈왑은 단일 종목에 대한 소수점 거래 외에도 최대 30종목까지 원하는 투자금액과 비중에 맞춰 한번에 주문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M1 파이낸스는 소수점 거래가 포트폴리오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관리 플랫폼 및 자동 거래 툴을 함께 제공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관리 효율화를 증진한다”고 설명했다.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배당금을 받을 순 있지만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의결권’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주식에 소수 단위로 투자했을 때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또한 해당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수익증권 보유자로 분류돼 법률적 주주권을 갖지 않는다. 일정 수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소수주주권)도 인정받기 어렵다. 대신 증권사가 파산하는 경우 투자자는 수익증권에 대한 적법한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돼 투자자 권리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Special]커피값으로 황제주 사볼까? 소수점 투자 A to Z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