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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가상자산, 한눈에 보는 세금 문제는
[한경 머니 기고 = EY한영 세무본부 유정훈 파트너·가상자산 TF] 지난해 말 국회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가결해 당초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가상자산의 기타소득 과세를 1년 뒤인 2023년 1월 1일로 유예했다. 이어서 새 정부는 과세를 위한 준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시행 시기를 2025년 1월 1일로 다시 유예하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과세 시점이 재차 유예되면서 많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당장 가상자산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세금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도입 시기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가상자산 과세는 개인투자자의 가상자산 양도 또는 대여로 인한 소득에 대해서만 유예된 것이다.

현행 세법 체계하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의 성격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 및 신고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당장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대상과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근로의 대가로 받은 가상자산, 과세 대상일까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소득세법’상 거주자인 개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에서 개인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금하고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해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 거래소를 통해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이동해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동일하게 국내에서 과세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현금 대신 가상자산을 받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에 해당해 근로소득 귀속 연도를 기준으로 매년 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블록체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급여 또는 상여를 가상자산으로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개인이 프리랜서 용역 계약을 통해 블록체인 회사에 용역을 제공하고 가상자산으로 용역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는 사업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년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인 보유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대여,
과세 유예 대상일까

법인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현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계없이 순자산증가설에 따라 법인세가 부과된다. 현재 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는 거래소에서의 법인 계좌 발급 제한 등으로 인해 원활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법인이 장외거래(Over the Counter, OTC)를 하거나 사업 과정에서 파트너십 등을 통해 가상자산을 수취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다.

순자산증가설에 의한 법인세 과세에 대해서는 아직 법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경우에도 가상자산에 준해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를 요한다.

가상자산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 대상은
가상자산의 유형과 수익 발생 경위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되는 소득세와 달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과세 대상을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 또는 이익’으로 포괄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가 과세된다. 즉,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5년부터 시작되지만 가상자산 증여에 대해서는 지금도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새로운 블록체인을 통해 다른 가상자산을 생성하는 ‘하드포크’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또는 특정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에어드롭(신주 배정)의 경우, 기존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으나,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의 무상 이전은 증여에 해당하며 가상자산을 무상으로 이전받은 타인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취득에 관한 거래 과정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납세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을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 사례도 이미 존재하므로 가상자산을 개인지갑을 통해 비밀리에 증여한다고 하더라도 추후 이를 현금화하거나 자산 취득자금 소명 요구에 타당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상증세법상 취득 시기,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혹은 비상장 가상자산에 대한 평가 등 관련 제도가 아직은 명확히 정비되지 않았기에 과세 기준에 대해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의 이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보유 시 신고의무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한 경우 1년에 한 번씩 보유자가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한 규정은 유예되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개정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2022년부터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의미)가 보유한 계좌의 잔액 합계가 1년 중 각 월말 기준 어느 한 달이라도 5억 원을 초과하는 개인 및 법인은 다음 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는 국내 자본의 불법적인 해외 유출과 역외 소득 탈루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일환이다.

예를 들어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 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계좌를 개설해 보관하고 있었다면 2022년 중 월말 기준으로 어느 한 달이라도 그 가치가 5억 원을 초과했을 경우 내년 6월 30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보유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참고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에 대해서는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고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인당 계좌 잔액뿐만 아니라 거래내역까지 분기별로 신고 대상이 된다. 시행 시기는 2023년부터이며 이 역시 유예 대상이 아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위반한 연도마다 미신고 금액(계좌 잔액)의 20%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미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성명, 나이, 직업, 주소 및 위반 금액 등 인적사항이 공개될 수 있으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미신고 금액의 13~20%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외금융계좌의 신고 대상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 계좌를 보유한 자로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자와 지갑 서비스 사업자도 이에 포함되지만, 개인 암호키를 소유자 본인이 관리하는 콜드월렛 혹은 보관 및 저장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콜드월렛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현행 규정상으로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은 실물화폐가 아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 공간에서 암호화된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통제권 밖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가상자산에 규제 및 감독 제도를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마련하고 있으나 다양한 형태 및 광범위한 거래가 행해지는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상 아직 많은 부분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현행 법령의 미비점으로 인해 당분간 어느 정도의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마찰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전에 꼼꼼히 증빙을 준비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예상치 못한 과세 위험에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글 EY한영 세무본부 유정훈 파트너·가상자산 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