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기자동차의 홍수 속에서도 많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됐다.
자동차 전문 기자들에게 그중 가장 인상적인 모델을 물었다.
전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차'
HYUNDAI Grandeur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젊어지려는 시도를 거듭하던 그랜저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야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답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나뉘지만, 분위기는 이전보다 한층 묵직하다.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프레임리스 도어를 선택해 더욱 매끈하게 완성했다. 특히 C필러와 D필러 사이에 쿼터 글라스를 마련해 더욱 고급스러워 보인다. 실내 인테리어는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현대자동차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와 장비를 가득 채웠다. 소비자들도 이를 아는지 시승 없이도 사전 계약건이 10만 대를 돌파했다. “좋은 차가 많이 팔리는 게 아니라 많이 팔리는 차가 좋은 차”라는 선배 기자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차'
BMW 7Series
역사적으로 ‘7시리즈’는 BMW의 브랜드 철학인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뚜렷이 담고 있었다. 7시리즈의 원류였던 ‘501’은 당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빨랐고, 후계 모델인 ‘뉴식스’는 이후 수십 년간 BMW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 BMW가 보여주는 플래그십 세단의 덕목은 분명하다. 고급스러움은 기본, 당대 최신 기술을 모두 집약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형 7시리즈는 BMW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이라 할 만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파워트레인이다. 더 이상 12기통 엔진을 만나볼 수 없지만, 이를 달래주기라도 하듯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시네마틱 스크린과 인터랙션 바 등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사양도 경쟁사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 박홍준 <모터그래프> 기자
전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차'
LEXUS NX 450h+
전동화 시대를 맞아 ‘다음엔 전기차를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은 운전자가 많다. 하지만 400km 안팎의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렉서스 ‘NX 450h+’를 주목할 만하다. 18.1kWh 배터리를 얹고, 전기차(EV) 모드로 56km를 달릴 수 있다. 한국 운전자의 일평균 주행거리인 38.5km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이다. 충전 비용도 합리적이다. 1kWh당 200원인 완속 충전기로 배터리를 가득 채울 경우 3620원이 들어간다. 만약 한 번 충전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면, 광역버스 요금으로 자가용을 타는 셈이다. 즉 평일 출퇴근은 전기차로, 주말 여가는 ‘가솔린+모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1000km 주행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다. - 강준기 <로드테스트> 기자
전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차'
MERCEDES-BENZ C Class
메르세데스-벤츠의 S·E·C클래스는 출시되면 무조건 그해의 차 목록에 올려야 하는 모델이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 해당 카테고리에서 대명사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6세대로 거듭난 신형 C클래스가 출시됐다. 커다란 혁명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출시한 S클래스에서 실내·외 디자인을 이식하고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품질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이전 세대에서는 볼 수 없던 통풍 시트와 전동 트렁크, 무선 스마트폰 연결 장치 등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옵션을 모든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 휠베이스를 25mm 늘려 실내 공간도 한층 넓어졌다. 차급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다. 다만 그만큼 가격대도 높아졌다. 대다수 트림이 5000만 원대이던 이전 모델과 달리 신형 C클래스는 60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 이승률 <한경 머니> 기자
전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차'
LAND ROVER RangeRover
‘마초맨’보다는 ‘젠틀맨’이 낫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터프가이로 가득한 오프로드 신에서 홀로 슈트를 입고 커프링크스를 매만지는 제임스 본드 같은 존재다. 올해 출시한 5세대 레인지로버는 그냥 럭셔리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아니다. 한 단계 성숙해진 모던 럭셔리를 표방하는 SUV다. 매끈한 표면으로 공기역학 지수를 0.30cd로 낮추고, 휠베이스도 75mm나 더 길어 실내 공간이 여유롭다. 천연 가죽과 나무로 마감한 실내는 호화로울 정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레인지로버의 가치는 오프로드 주행 시에도 품위를 놓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대 900mm 도강이나 최대 7.3도의 조향각, 11m 미만의 회전 반경, 유압식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전자식 롤 컨트롤, 상황에 맞춰 댐퍼를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울퉁불퉁한 험로에서도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 조진혁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