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POINT 4
유류분제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유류분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굵직한 개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도 유류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새해 변화가 필요한 유류분 제도에 대해 소개한다.
[big story]변화 시급한 유류분, 현실에 맞게 고치려면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법의 권순호 부장판사는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가 없고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자녀들에게 재산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강제한 현행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해 헌법에 반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결정을 했다. 이어 같은 법원의 이동연 부장판사도 같은 취지로 유류분 관련 법률의 위헌제청결정을 했고, 같은 해 9월 당시 부산지법의 김태규 부장판사 역시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규정이 위헌이라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규정에 관한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청구는 10여 건을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유류분에 대한 전면적인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올해 초 대법원은 유류분 제도는 합헌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다250783 판결 참조).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행위로부터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해 상속인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민법 제1118조에 따라 준용되는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하는 데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유롭게 처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가 모두 유류분 반환의 대상인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 자산, 수입, 생활 수준, 가정 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사람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가운데 그의 몫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유류분의 범위도 법정상속분의 일부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유류분 제도에 관한 민법 제1112조, 제1113조, 제1118조와 제1008조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수증자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

유류분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유류분 권리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다. 그중 배우자와 직계비속을 제외하고는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많다. 그리고 그런 의견 중 최소한 형제 자매는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을 다행히 올해 법무부가 수용하고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 자매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개정 가능성이 높다.

둘째, 유류분의 산정 방법과 관련해 산입될 증여의 범위다. 민법 제1114조는 “증여는 상속 개시 전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해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해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에서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생전 증여에 의해 특별수익을 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4조의 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고, 따라서 그 증여는 상속 개시 1년 이전의 것인지 여부, 당사자 쌍방이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서 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판시한 이래 공동상속인에게 행해진 증여는 상속인이 태어났을 때부터 행해진 모든 증여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유류분 소송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 이러한 생전 증여의 인정 여부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피상속인이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들에게 재산을 정리해 증여한 후 재혼해 살다가 사망한 경우 재혼배우자는 재혼 전 전혼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도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다. 우리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보면 앞의 사안에서 전혼 자녀가 받은 증여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여까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피상속인에게 유류분 권리자가 없을 때에 한 증여(예를 들어 재혼배우자가 없을 때에 전혼 자녀에게 한 증여)는 산입할 증여에서 제외하고, 상속인에 대한 증여도 상속 개시 전 10년 동안 행한 것으로 그 기간을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에 개정된 일본 민법 제1044조도 “증여는 상속 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진 것에 한하고, 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경우 10년간 이루어진 것에 한한다”고 정하고 있다. 왜 10년 동안 행한 것으로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렵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 제1항 제1호는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상속세 과세가액으로 정하고 있는 점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big story]변화 시급한 유류분, 현실에 맞게 고치려면
셋째, 유류분 부족분의 반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리 민법은 제1115조에서 피상속인의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해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경우 유류분 권리자가 그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유류분 반환은 원칙적으로 원물 반환에 의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런 반환 방법은 유류분 분쟁을 한 당사자들이 그 재산을 공유하는 법률관계를 명하는 것이라 향후 법률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대법원도 ‘2014. 11. 25.자 2012스156, 157 결정’에서 상속재산 분할 방법은 상속재산의 종류 및 성격, 상속인들의 의사, 상속인들 간 관계, 상속재산의 이용 관계, 상속인의 직업·나이·심신 상태, 상속재산 분할로 인한 분쟁 재발의 우려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후견적 재량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청구인은 상대방과 남매지간임에도 오랜 기간 피상속인의 부양이나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 문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고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악화된 관계가 다시 회복되기는 매우 곤란해 보이는 점,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인 주장대로 상속지분에 따른 공유 방식으로 분할하게 되면 이 사건 부동산의 관리, 처분을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점, 청구인은 경매에 의한 분할 방법이 청구인이나 상대방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살펴보면 부동산을 경매한 뒤 경매대금을 구체적 상속분 가액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원물 반환의 방법 대신 가액 반환의 방법이 유류분 권리자와 반환 의무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훨씬 간명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류분사전포기 제도의 도입이다. 우리 민법은 상속 개시 전의 상속 포기는 물론 유류분의 포기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율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례는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 개시 전에 이루어진 상속 포기 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거나 “유류분은 상속분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적법하게 상속 포기 신고가 이루어지면 포기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당연히 소멸하게 된다(대법원 2012. 4. 16. 자 2011스191,192 결정)”고 해 상속 개시 이후 상속 포기는 가능하지만 상속 개시 전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 포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학설도 같은 태도다.

그런데 일본은 1948년부터 가정재판소의 허가를 받아 상속 개시 전에도 유류분의 포기가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가정재판소는 유류분 사전 포기의 허가 기준으로 ① 유류분 권리자가 진의에 의해 그 권리를 포기하는 것인지 ② 유류분을 사전 포기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 ③ 포기에 따른 재산 제공을 받았는지 여부를 심리하고, 특히 ①과 ②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공익을 위한 기부에는 유류분사전포기 제도를 도입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유류분을 사전에 포기할 수 있다면 피상속인은 재산을 어떻게 상속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상속인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실혼 (재혼) 부부에게 유류분사전포기 제도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현행 유류분 제도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중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필자도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가 전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1977년 민법 개정으로 유류분 제도가 도입될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요인은 이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사이 유류분 제도의 문제점과 변화 필요성에 관한 여러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결론을 내어야 할 때다.

글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