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상권에는 각종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해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도 나홀로 질주하는 한남동 상권을 살펴본다.

[상권 분석]
한남동 상권은 경의중앙선 한남역에서부터 6호선 한강진역 사이 일대를 말한다. 사진은 한강진역 부근.
사진: 핀다
한남동 상권은 경의중앙선 한남역에서부터 6호선 한강진역 사이 일대를 말한다. 사진은 한강진역 부근. 사진: 핀다
지난해 서울시 외식업 폐업률은 18.99%를 기록했다. 2022년(15.99%) 대비 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18.89%)보다도 높았다.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이처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자영업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 공실률 ‘제로’를 기록한 서울 상권이 있다. 전통의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이 그 주인공이다.
‘공실률 제로’ 한남동…상권별 소비층 차이 뚜렷
한남동 상권은 넓게는 경의중앙선 한남역에서부터 6호선 한강진역 사이 일대를 지칭한다. 보다 세밀한 분석을 위해 꼼데가르송길 상권(6호선 한강진역과 나인원한남·리움미술관 사이), 한남오거리 상권(한남고가차도~한남뉴타운 3구역 사이), 한남더힐 상권(한남더힐~한남고가차도 사이)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한남동 상권은 전통적인 부촌이 형성돼 있어 구매력을 갖춘 거주인구가 뒷받침돼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6호선 이태원역과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인근에 제일기획, 순천향대병원 등이 위치해 있어 직장인 수요도 적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이른바 ‘꼼데가르송길’라고 불리는 한강진역 주변에는 각종 유명 기업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지속적으로 입점하고 있고, 인근 나인원한남에도 유명 맛집들이 입점하면서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공실률 제로’ 한남동…상권별 소비층 차이 뚜렷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5년간(2019~2023년) 한남동 상권의 연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한남동 상권의 매출 규모는 2019년 약 227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3501억 원으로 4년 사이 약 54%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빠르게 상승세를 이어 갔다. 지난해에는 다시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신흥 상권으로서의 명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공실률 제로’ 한남동…상권별 소비층 차이 뚜렷
한남동 상권의 최근 1년간(2023년 5월~2024년 4월) 업종별 월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약 60%대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이 강세다. 15~25%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매 업종은 부촌에 위치한 상권 특징을 반영하듯 고급 브랜드 매장이 다수 포진해 있어 업종 수는 적지만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해 1~4월 한남동 상권의 전년 동기 대비 업종별 매출 증감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보다는 총 매출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약 7.9%가량 감소했고,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소매 업종도 6.5%가량 감소하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의료 업종은 12.5% 이상 증가하며 서비스 업종의 매출을 추월하는 등 업종별 희비가 엇갈린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공실률 제로’ 한남동…상권별 소비층 차이 뚜렷
그렇다면 한남동 상권을 찾는 주 연령층은 어떻게 될까.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한남동 상권의 성별·연령대별 결제 비중을 확인한 결과, ‘핫’한 상권의 바로미터가 되는 2030세대의 비중은 약 53%로 나타났다. 또 눈에 띄는 부분은 20대에서의 성별 비중 격차다. 전 연령대에서 남성 매출 비중이 모두 앞서는 것과 달리, 20대는 여성 매출 비중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남동 상권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앞서 구분한 세 가지 세부 상권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상권마다 주 소비층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먼저 한강진역 인근의 꼼데가르송길 상권은 3명 중 2명꼴로(66%) 2030세대가 차지했다. 각종 유명 기업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서고 핫한 카페들이 다수 포진한 덕분에 한남오거리(44%), 한남더힐(40%)에 비해 MZ세대의 방문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권이다. 그중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2030세대 여성의 비중이 41%로 한남더힐(22%), 한남오거리(20%)보다 2배에 달하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상점과 주거 공간,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한남동의 대표 복합 문화 공간 ‘사운즈 한남’. 사진 한국경제
상점과 주거 공간,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한남동의 대표 복합 문화 공간 ‘사운즈 한남’. 사진 한국경제
다음으로 순천향대 병원 인근에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는 한남오거리 상권은 4060세대의 비중이 56%로 절반을 상회하며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꼼데가르송길 상권과 주 소비층이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남오거리 상권은 남성 매출 비중이 57%로 꼼데가르송길 상권(41%), 한남더힐 상권(49%)과 주 소비 성별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한남더힐 상권은 3040세대 비중이 57%에 달하지만 20대 비중이 9%에 불과해 꼼데가르송길(30%), 한남오거리(14%) 상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부촌 인근이라 구매력이 낮은 20대가 가격 부담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20대의 발길을 이끌 만한 곳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남동 상권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시간대는 점심시간대(11~15시)로, 저녁시간대 매출보다 50%가량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요일별 매출은 평일 내내 꾸준히 상승 추이를 보이다가 토요일에 정점을 찍는 양상을 보였다. 한남동 상권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가라면 ‘황금시간'인 토요일 낮시간대에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21년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가옥’. 럭셔리 브랜드 최초의 강북 지역 플래그십 스토어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한국경제
지난 2021년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가옥’. 럭셔리 브랜드 최초의 강북 지역 플래그십 스토어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한국경제
지금까지 공실률 제로를 자랑하는 한남동 상권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남동 상권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고급 패션 브랜드 매장을 비롯해 각종 문화 공간과 카페 상권이 형성돼 있고,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의 구매력이 더해지며 MZ세대와 액티브 시니어 세대까지 모두 발걸음을 옮기면서 공실을 찾아보기 힘든 알짜배기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부 상권별 특징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한남동에서 꿈을 펼칠 예비 창업가라면 자신이 계획한 업종의 주 타깃은 누구인지 면밀히 고려한 후 최적의 입지를 고려해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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