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는 단순히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넘어, 금융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투자 집단이 되었다. 이 서학개미의 집단지성을 모은 ETF가 ‘KODEX미국서학개미ETF’다.

[금융 프런티어] 이준재 삼성자산운용 매니저
서학개미가 옳았다…데이터가 증명한 '집단지성의 승리'
서학개미들의 선택은 곧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다. 이들의 기민한 움직임을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 구현한 상품이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다.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예탁결제원 데이터에 찍힌 ‘서학개미의 선택’을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이식한다. 서학개미 최애 25종을 담아 매달 리밸런싱하는 구조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인투자자의 집단적 선택은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까. 이준재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를 만나,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의 전략과 향후 운용 전략을 물었다.

이 매니저는 현재 서학개미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같은 대표적인 미국 지수형 상품과 원자재 ETF까지 폭넓은 글로벌 자산을 담당하고 있다.

- 지난해 미국 시장에 대한 총평을 해본다면.
“2025년 미국 시장은 사실상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AI로 끝났다’고 요약할 수 있다. 연초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새로운 AI 모델 발표가 기술적 화두를 던졌고,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가 지정학적 충격을 안기며 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굵직한 변수들 속에서도 시장은 결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테마로 회귀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흐름이 AI 테마를 중심으로 수렴하는 모습이었다.”

-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의 운용 방식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거래하는 모든 해외 주식이 한국예탁결제원(KSD)에 집중 예탁되는 구조를 활용한 상품이다. 예탁결제원을 통해 공개되는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실제로 어떤 종목을 얼마나 보유하고 사고팔았는지 분석한다. 매니저 한 명의 판단이 아니라, 서학개미들의 실제 투자 트렌드를 그대로 상품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보면 엔비디아, 테슬라 등 ‘M7’으로 대표되는 주도주는 여전히 견고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하위 종목군에서는 과거에 많이 편입됐던 전통적인 스테디셀러보다는, AI와 최신 테마에 인접한 종목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 서학개미 ETF는 어떻게 처음 기획됐나.
“초기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통계 자료를 활용해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을 모아 수익률을 검증해보는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 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시 개인들이 선택한 종목들이 시장 지수를 압도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그들의 종목 선정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냈다. 개인투자자들이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유망한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 당시 업계 반응은 어땠나.
“기획 단계에서는 ‘이게 정말 상품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과 고정관념이 가로막고 있었다.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지수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생소했고, 서학개미라는 대중적인 명칭을 펀드명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정보력과 재테크에 대한 열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들의 집단적인 선택은 시장의 정답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가장 똑똑한 집단지성‘을 상품화한 것이다.”

- 최근 포트폴리오에서 읽히는 트렌드는 무엇인가.
“서학개미 ETF는 매월 지수 산출 방식에 맞춰 종목을 교체한다. 2024년· 2025년 편출입 리스트를 보면. AI, 가상자산, 우주항공 등 2025년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 종목들이 새롭게 편입됐다. AI 클라우드 기업인 아이렌과 오라클, 가상자산 열풍을 반영한 비트마인·코인베이스·서클, 그리고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리게티와 우주항공의 로켓랩 등이 대표적이다. AI, 가상자산과 같은 고성장 테마로 이동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매월 리밸런싱을 한다면 종목 교체 폭이 꽤 클 것 같은데.
“25개 종목이 한꺼번에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한 달에 1~2종목 정도 소폭 변경되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서학개미의 자금 규모 자체가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웬만한 매수세로는 상위 25위권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포트폴리오 25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는 것은 시장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지수형 ETF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는 ETF인가.
“일반적인 ETF가 기업의 규모(시가총액)에 따라 비중을 결정한다면, 서학개미 ETF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실제 보유 금액에 비례해 종목 비중을 결정한다. 최소한의 시가총액 하한선이라는 안전장치는 두되, 이 기준만 통과하면 기업의 체급과 상관없이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는 주식’이 포트폴리오의 상단을 차지한다. 테마 지수형 ETF는 해당 산업의 경기가 꺾이면 대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서학개미 ETF는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성격 자체가 변하는 ‘유연성’을 가진다. 실제로 2024년 반도체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가 2025년 AI 형태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 시장 변화에 대한 ‘자기 진화적’ 특성이 인상적이다.
“시장은 변화무쌍하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포트폴리오의 색깔이 유연하게 변모하는 이 특성은 우리 상품의 강력한 소구점이다. 시장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영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변동성이라는 특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S&P500이나 나스닥100과 같은 대표 지수들과 비교했을 때, 서학개미ETF는 편입 종목 수가 25개로 압축돼 있다. 분산투자 효과보다는 특정 주도주들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 어떤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인가.
“미국 증시의 수천, 수만의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명쾌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다음 유망 테마가 반도체일지, 원자력일지 예측하고 그 안에서 또 개별 종목을 고르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이 상품은 시장을 애써 예측할 필요가 없다. 실제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현재 가장 유망한 테마로 포트폴리오가 알아서 변모하기 때문이다.”

- 대중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상투를 잡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가.
“지금처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도주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장세에서는, 노이즈가 두려워 종목을 피하기보다 그 ‘상승 모멘텀’에 과감히 올라타는 전략이 유효하다. 서학개미 ETF는 투자자들이 현재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보유 금액(잔고)’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단기 매수세만 보면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종목 순위가 요동치거나 추세의 끝자락에 진입할 수 있다. 반면, 실제 보유 잔고를 기준으로 삼으면 일시적인 노이즈에 휘둘리지 않고 거대 자금이 묵직하게 머물러 있는 현재를 포착할 수 있다. 매수 금액이 쌓여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저희 포트폴리오에 편입이 되고, 또 쉽게 이탈하지도 않는다.”

- 리밸런싱 주기는 왜 1개월인가.
“최대한 짧게 가져가고 싶었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면밀하고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멈춰 있는 지수가 아니라, 시장과 함께 숨 쉬며 항상 ‘가장 현재의 정답’을 찾아가는 생동감 있는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 시장이 급변할 때, 서학개미 ETF가 그 변화를 적절히 따라갈 수 있을까.
“실제 2021년 알리바바 규제 리스크 당시, 서학개미들이 리스크를 감지하고 알리바바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밀어내는 데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보 비대칭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보 민주화’ 시대다. 투자자들은 전문가 수준의 분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진짜 가치’를 스스로 판별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따르다 보면 소위 ‘밈 주식’ 같은 종목이 담길 우려는 없나.
“‘건전한 집단지성’을 정제하기 위해 처음 지수를 설계할 때, 3단계 필터링 시스템을 갖췄다. 기초체력이 검증된 종목을 선별하기 위해 시가총액과 유동성 제한을 두며, 매우 특수한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지금까지 시총과 유동성으로 걸러진 종목은 없었다.”

- 최근 ‘AI 거품론’ 우려도 나오는데, 데이터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나.
“최근(11월 말 기준) 실적 발표는 AI 산업 전반의 거품 논란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적어도 엔비디아만큼은 그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증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75%에 달하는 압도적인 마진율이다. ‘가격 결정권’을 완벽하게 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전혀 꺾이지 않는 독보적 지배력을 가진 셈이다. 이처럼 강력한 이익 창출 능력을 갖춘 실적 중심의 우량주들이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보유 잔고를 형성하고 있다.”

- 2026년 ‘AI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버블의 본질은 ‘금융적 사이클’과 ‘기술적 사이클’ 사이의 속도 차이에 있다. 자본의 탐욕이 기술의 성숙 속도보다 너무 빨리 달려 나갈 때 일시적인 조정이 발생한다. 닷컴 버블 당시를 복기해보면, 금융적 사이클은 붕괴했을지언정 인터넷이라는 기술적 사이클은 단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버블 붕괴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기술이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에 가깝다고 본다. 2024~2025년이 금융적 사이클에 의한 기대감이 폭발한 시기였다면, 2026년은 그 기대감을 매출로 증명해야 하는 ‘옥석 가리기’의 첫해가 될 것이다. 인프라 구축을 넘어 AI로 실제 얼마를 벌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닷컴 버블 속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실적 기반의 혁신’으로 살아남았듯, 2026년은 AI를 비즈니스 모델에 내재화해 수익성을 증명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본다.”
서학개미가 옳았다…데이터가 증명한 '집단지성의 승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