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5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랠리를 단지 유동성만이 아닌 실적이 만든 정당한 재평가로 진단한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이익 구조가 재편되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기준 자체가 바뀌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날 만난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지수 레벨은 유동성이 만든 착시가 아니라, 이익에 근거한 정당한 평가”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의 구조적 개선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단순한 기대감이나 유동성만으로는 이번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스피 5500 시대가 열린 배경을 실적, 유동성, 정책 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이어 최 센터장은 환율과 금리부터 코스닥 구조 개편, 인공지능(AI)과 신산업이 만들어낼 다음 사이클까지 이번 랠리를 둘러싼 시장의 지형 변화를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코스피가 또다시 신고가를 넘어섰습니다. 지금 지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실적에 근거한 정당한 평가입니까, 아니면 유동성이 만든 오버슈팅입니까.
“저는 현재 코스피 지수 레벨을 실적에 근거한 정당한 평가로 봅니다. 물론 한국 증시는 정책, 수급,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크게 흔들리는 특성이 있고, 이익과 무관하게 시장 심리가 가격을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수가 올랐다=비싸다’거나 ‘지수가 빠졌다=싸다’고 단정하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다만 최근 몇 분기 동안의 이익 추정치 변화는 과거와 결이 다릅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들의 이익 추정치는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가까운 속도로 상향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 실적 개선이 아니라 향후 몇 년간 이익 레벨 자체가 재설정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지수가 과거 고점보다 높아 보일 수는 있어도, 이를 곧바로 과도한 오버슈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익 기반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지금 시장은 비싸다기보다는 ‘평가 기준이 바뀌는 구간’에 더 가깝습니다.”
여전히 코스피 지수에 대한 낙관론이 많습니다. 지수 상단을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현재 저희 하우스에서는 원칙적으로 지수 목표치를 특정 숫자로 제시하기보다는, 시장을 이끄는 핵심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통해 추산하는 접근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고, SK증권은 삼성전자 26만 원, SK하이닉스 150만 원이라는 국내외 최고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수는 결국 이 두 종목의 이익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어디까지 가느냐의 함수라고 봐야 합니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과거 경기 순환 주기에 따라 저주가수익비율(PER)을 받던 ‘메모리 반도체’의 문법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단순한 경기민감 업종이 아니라, 유동성과 AI 산업의 대순환 주기가 맞물린 ‘메모리 센트릭(memory-centric)’ 시대입니다. 과거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몇 배라는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적용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지수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는 ‘진짜 힘’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데에는 정부 주도의 정책 기여도가 컸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정책, 주주 환원 강화 같은 변화가 시장의 평가 체계를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코스피 5000은 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정책이 시장의 멀티플을 끌어올렸다면, AI와 반도체는 시장의 이익 분모 자체를 키워준 셈입니다. 앞으로 지수가 한 단계 더 레벨업할 수 있을지는 결국 ‘실적’과 ‘유동성’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파른 실적 개선세는 앞으로 증가율 측면에서는 둔화가 불가피합니다. 절대 이익 레벨은 높아지겠지만, 증가율이 둔화되는 구간에서는 실적만으로 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동력은 결국 유동성입니다. 특히 AI 산업이 기업공개(IPO) 스토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엔트로픽이나 스페이스X 같은 기업들의 IPO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자금이 성장 자산으로 유입된다면, 이 유동성이 주식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데 체감 수익률이 낮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종목 간 양극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수와 체감 수익률의 차이는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지수 상승을 이끄는 업종이나 종목이 제한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이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지수는 오르는데 내가 가진 종목은 오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체감 수익률이 나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늘리는 것입니다. 종목을 잘 골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의 기회는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종목 선택 실패로 인한 손실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업종·종목 간 격차가 큰 시장일수록, 개별 종목 승부보다는 지수나 섹터에 베팅하는 전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000조 원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메모리 사이클 정점 우려도 나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에도 한국 반도체의 지배력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함께 봐야 합니다. 먼저 수요 측면을 보면, 한국 반도체가 영위하는 메모리 산업의 지배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메모리 수요는 전 세계 AI 투자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오히려 속도는 메모리가 더 강한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메모리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이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결국 공급입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메모리 공급 증가는 2027년까지 상당히 제한적인 상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수요만 갑자기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수요는 유지되거나 늘어나는데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한다면, 산업 전반의 수익성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스닥이 ‘투기판’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적 기반의 성장주 시장으로 안착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코스닥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율만 보면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여전히 낮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스피처럼 실적에 기반한 구조적 우상향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현재 코스닥은 기업들이 유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성격이 강한데, 이는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입니다. 이에 따라 상장만 늘고 퇴출은 적었던 기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퇴출 활성화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며,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즉각적인 퇴출보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개선 기회를 부여하는 ‘연착륙’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올 상반기 한국은행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기조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한국은행은 2026년 상반기 기준금리 2.50% 동결로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고, 성장 여건과 금융 안정 측면을 고려할 때 인상 여지도 크지 않습니다. 환율과 부동산 문제 역시 금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이 제약입니다. Fed는 연내 두 차례 인하로 기준금리 상단 3.25% 도달 후, 제롬 파월 의장 임기 내에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이후 인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와 다를 경우, 기대보다 느리면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 상향 인식으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고, 반대로 기대보다 빠르면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로 Fed의 신뢰 훼손 및 금리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내외 리스크 확대와 성장 기대의 차별화로 원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외환(FX)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원화는 자체적인 강세 모멘텀이 제한된 가운데, 엔화 약세와 수급 요인이 겹치며 약세 폭이 과도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적정 환율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엔화 강세 전환과 달러 약세 기조, 수출 기업들의 네고 물량 유입 등이 원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점진적인 강세 흐름을 예상합니다. 향후 외환 시장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트럼프 통상 정책 변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그리고 주요국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 발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K-방산, 원전, 로봇 등 신산업이 2026년 들어 실적으로 성과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들 섹터가 반도체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하반기까지 증시 하방을 지지할 실적 중심의 구조적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고 보십니까.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하던 한국 주식 시장에 의미 있는 대안 섹터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재의 ‘코스피 5000’ 국면 역시 정부의 상법 개정과 친시장 정책 같은 제도적 요인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형성됐다고 봅니다. K-방산, 원전, 로봇 등은 단기 테마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주식 시장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판단합니다.”
여전히 저평가된 금융·지주사·내수 섹터 중에서 밸류업 정책의 실질적 수혜를 받아 향후 반등할 유망 후보를 꼽는다면요.
“밸류업 정책, 반도체 업황 개선, 그리고 K-방산·원전·로봇 등 신산업 성장에 힘입어 한국 주식 시장은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서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 상승은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근의 시장 강세는 내수 경기에도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일부 내수주는 이미 반등 흐름에 들어섰고, 향후 3차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저평가된 금융주와 지주사 역시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금 10억 원을 보유한 자산가에게 추천하는 ‘2026년형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는 무엇입니까.
“1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주식 5억 원, 채권 2억 원, 금 3억 원의 배분을 권합니다. 주식은 국내 코스피 내 반도체·전력기기·방산 중심으로 3억 원, 코스닥150 ETF 1억 원, 해외 주식 1억 원으로 분산하고, 채권은 단기 크레디트 채권 위주의 만기 보유 전략으로 2억 원을 편입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금은 실물 또는 ETF를 활용해 3억 원 수준으로 가져가며 포트폴리오 변동성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 신고점 돌파 이후 가장 우려되는 ‘블랙 스완’ 시나리오는 무엇이며,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리스크 관리 원칙을 가져야 할까요.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유동성 공급의 급격한 축소입니다. 이는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며,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보다 시장이 기간 조정에 들어가면서 투자 심리가 꺾이는 국면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신용 거래 잔고, 저축률, 주식 시장 거래대금, 각종 투자 심리 설문지표 등을 통해 글로벌 위험 선호가 유지되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신호가 포착된다면, 빠른 포지션 조정이 필요하며, 평소에도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합니다.”
사진 서범세 기자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