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가족법인은 여전히 주요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되며, 높은 세율과 자산 관리 부담 때문에 법인 전환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법인을 단순한 절세 수단으로 접근하면 기대 효과가 줄어들고 오히려 장기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상속 이슈]
가족법인 세테크, ‘설계’ 없으면 독 된다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가족법인은 여전히 많이 언급되는 자산관리 수단 중 하나다. 높은 개인소득세율과 건강보험료 부담, 자산 규모 확대에 따른 관리 복잡성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법인 전환’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가족법인은 일정 요건하에서 소득 분산, 세율 구조의 차이, 손익 통산 등 다양한 장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족법인을 단순한 절세 도구로만 인식하는 접근은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법인은 개인의 자산을 임시로 담아 두는 그릇이 아니라,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별도의 경제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간과한 채 구조를 설계하면 기대했던 절세 효과는 쉽게 상쇄되고, 자금 운용의 유연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가족법인의 장점은 ‘구조’에서 나온다

가족법인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이 법인 단계에 귀속될 경우 개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개인에게 금융·임대·사업소득이 집중될 경우 누진세 구조와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실효세율이 급격히 상승하지만, 동일한 자산을 법인을 통해 운용하면 법인세 체계 안에서 보다 안정적인 세 부담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법인은 소득의 종류를 불문하고 손익 통산이 가능하고, 결손금 이월공제를 통해 장기적인 세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개인과 뚜렷한 차이를 가진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가족법인이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직접적인 증여가 아닌, 소득과 투자 성과의 흐름을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족법인은 ‘레버리지 기반 자산 이전’을 가능하게 한다. 부모 세대의 여유자금을 자녀 개인에게 직접 이전하는 대신, 자녀가 주주로 참여한 가족법인에 자금을 대여하는 구조는 세대 간 자산 이전을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선택지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금전 대여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녀 세대가 투자 기회를 이전받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개인 간 직접 증여와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
가족법인 세테크, ‘설계’ 없으면 독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을 무상 또는 저리로 대여할 경우, 법정이자율을 기준으로 산정한 이자 상당액이 연 1000만 원을 초과하면 증여로 간주돼 과세된다.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세 부담 없이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 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자녀가 주주로 있는 가족법인에 동일한 방식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주주에게 귀속되는 증여의제이익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동일한 법정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약 20억 원까지 무상 대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차이는 가족법인이 부모의 자금을 곧바로 자녀에게 이전하는 통로가 아니라, 법인을 경유해 투자 자산으로 전환하는 완충 지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은 법인에 귀속되거나 지분 구조에 따라 배분되며, 그 과정에서 자녀 세대는 직접적인 증여 없이도 자산 형성의 성과를 공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족법인을 활용한 구조는 단순한 절세 효과보다는, 자금 이전과 투자, 그리고 세대 간 이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설계 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주택·금융·연금…
법인이 오히려 불리한 자산들


가족법인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결국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급여나 배당이라는 과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법인 단계에서 절세가 이루어졌더라도, 개인화 과정에서 다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발생하면서 전체 세 부담이 재차 증가할 수 있다. 혹시라도 급여나 배당을 통한 소득세 부담이 싫어서 개인 목적 비용을 법인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적정 이자율을 지급하지 않고 법인으로부터 대여를 받게 될 경우, 법인과 개인에게 예상치 못한 세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금융자산이나 주택처럼 개인에게 유리한 과세 체계가 마련된 자산의 경우, 법인을 통한 투자가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주택을 법인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취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돼 약 13.4%의 높은 세율로 과세되고, 상업용·업무용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과밀억제권역에 소재한 부동산을 과밀억제권역에서 설립 또는 전입한 법인이 설립 후 5년 이내에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 추가 중과(약 9.4%)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 연금 등 주요 절세 금융 상품은 개인에게만 허용돼 법인은 제도적 혜택에서 배제되며, 상장주식 역시 소액주주 비과세 등의 예외 없이 전면 과세된다. 아울러, 최근 세법 개정 흐름이 부동산 임대나 금융소득 위주의 소규모 가족법인에 불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제 혜택 축소, 셈법이 달라졌다

정부는 개인과 법인 간 과세 형평을 이유로, 실질적으로 개인 소득을 법인에 유보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 가족법인에 대해 세제상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부터 적용되는 법인세율 구조 변화로, 성실신고확인 대상 소규모 법인의 경우 기존 9% 최저세율 구간이 삭제되면서 소득 규모와 무관하게 최소 20%의 법인세 부담을 지게 됐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고 수익이 제한적인 임대·금융 중심 법인일수록 체감상 세 부담이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족법인의 실질적인 효과는 설립 시점이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회수하고 언제 개인화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유리해 보였던 구조도 시간이 지나 자녀 세대가 성장하고 지분 구조가 복잡해지면, 결국 배당이나 청산을 통한 정리가 불가피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점에 누적된 세 부담이 한꺼번에 현실화되면서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가족법인은 ‘법인이면 유리하다’는 접근이 아니라, 자산의 성격, 운용 기간, 수익 회수 방식, 그리고 장기적인 승계 구상까지 함께 고려한 구조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명확한 목적과 출구 전략 없이 설립된 가족법인은 절세 도구가 아니라 관리 부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법인 세테크, ‘설계’ 없으면 독 된다
신상우 삼일PwC헤리티지센터장·권오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