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의 흐름이 AI·반도체, 바이오, 방산·우주,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 산업은 서로 다른 성장 논리로 자금을 끌어들이며 시장의 방향을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도 섹터로 부상한 배경과 수혜 종목은 무엇일까.
[커버스토리]
최근 상승 역시 유동성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글로벌 산업 변화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바이오, 방산·우주, 로봇이라는 4개 산업이 서로 다른 논리로 동시에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 전반을 이끄는 힘, AI·반도체
이 가운데 시장의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축은 AI·반도체다. 나머지 산업이 개별적인 성장 스토리와 이벤트에 의해 움직인다면, AI는 시장 전반의 수급과 투자 사이클을 좌우하는 산업 전반의 토대에 가깝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AI·반도체는 코스닥을 이끄는 핵심 주도 섹터로 꼽히며, 구조적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핵심은 ‘투자 사이클’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설비투자(CAPEX)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며, 이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리서치센터장들 역시 AI 인프라 투자를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평가하며, 관련 밸류체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망한다.
건식 식각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는 브이엠이 대표적이다. 주요 고객사의 공정 전환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며, 확보된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의 예측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삼성 파운드리 협력 기반의 시스템온칩(SoC)·칩렛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문형반도체(ASIC) 수주 확대가 예상되며, 2025년 흑자 전환 이후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밸류체인은 장비, 설계 등 각 공정별로 수혜가 분산되는 구조다.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특정 영역에 특화된 기업들의 역할은 더욱 강화되며, 이는 단일 제품이 아닌 ‘생태계 전반’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구조는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다만, 업황 개선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경우도 많아, 세부 공정과 고객사 연결 구조를 기준으로 한 선별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대와 현실이 교차하는 시장, 바이오
AI가 실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면, 바이오 섹터는 여전히 기대와 현실이 교차하는 시장이다. 실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면받기도 하지만, 단 하나의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계약으로 주도주로 부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만, 동시에 성공 시 보상이 크다는 점에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된다.
최근에는 단일 신약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플랫폼형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리스크 분산과 성공 확률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확대하며, 단일 이벤트 중심이 아닌 플랫폼 기반의 반복 수익 구조로 전환 중이다. 알지노믹스는 RNA 기반 치료 기술을 통해 기존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을 공략하고 있으며, 임상 데이터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재평가되는 특징을 보인다. 올릭스 역시 RNAi(RNA 간섭) 기술을 바탕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및 공동 개발 가능성을 통해 추가 성장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바이오 투자의 매력은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첫째, 글로벌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시장의 확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도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둘째, 정책과 자금 흐름의 변화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기관 자금 유입으로 인해, 과거 개인 중심의 투기적 시장에서 벗어나 점차 선별 투자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다. 셋째, 산업 자체의 구조적 성장이다. 고령화, 정밀의료, 유전자 치료 등은 단기 테마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메가 트렌드다. 즉, 바이오는 ‘소멸하는 테마’가 아니라 ‘확장되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동시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선별할 것인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바이오, AI 등 기술 기반 기업은 단순한 기술력보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나 계약 체결, 제품·서비스의 상업화 단계 진입, 지속적인 매출 발생 여부 등을 주요 지표로 확인한다. 결국 기술이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시점, 즉 ‘상업화의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느리지만 확실한 방향, 방산·우주
방위산업과 우주 산업은 더 이상 이벤트에 반응하는 테마가 아니다. 이제는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질서의 변화가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일상화되면서 각국의 국방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한 번 확대된 군비 지출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산은 경기 민감 산업이라기보다 ‘정책과 구조에 의해 성장하는 산업’에 가깝다.
여기에 민간 우주 산업이 결합되면서 성장 축은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다. 위성, 통신, 발사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방산 기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과거 국가 중심이던 산업 구조가 민간으로 확장되면서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회가 분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산업의 핵심은 ‘수주 기반 성장’이다. 단기 수요보다 장기 계약과 정책 방향에 의해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에,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가시성은 높은 편이다. 저궤도 위성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인텔리안테크는 글로벌 위성 프로젝트 확대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며, 아이쓰리시스템은 적외선 센서를 기반으로 군수, 우주, 자동차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소재 영역에서는 스피어가 우주 산업 공급망 내 역할 확대 가능성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정책 변화나 외교 환경에 따라 수주 흐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요 변수다.
로봇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가장 중요한 섹터다. AI가 이미 진행 중인 이야기라면, 로봇은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술이라면, 로봇은 그 결과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피지컬 AI’다. 생산성 향상, 인건비 절감, 고령화 대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현재 로봇 산업의 핵심은 완성 제품이 아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은 완성 로봇보다 핵심 부품에서 먼저 발생한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밸류체인 선점’이라는 투자 논리가 있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표준화된 부품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구조적인 수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밸류체인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를 통해 로봇의 관절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에스피지는 감속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감속기는 로봇의 정밀도를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산업 성장과 함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영역이다.
한국피아이엠은 금속 사출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로봇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완성 제품이 아닌 제조 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결국 로봇 섹터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확산’이다. 지금은 느리지만, 한 번 임계점을 넘어서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완성 기업이 아니라, 밸류체인을 선점한 부품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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