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워터가 2분기 미국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비중을 대폭 줄이고 S&P500 ETF와 전력·에너지주를 확대하며 AI 랠리에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마이크론 지분을 92% 처분하고 엔비디아·브로드컴 등도 줄였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
202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박람회에 설치된 마이크론 부스. 사진=연합뉴스
202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박람회에 설치된 마이크론 부스. 사진=연합뉴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가 창립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올해 2분기에 미국 대형 기술주·반도체 비중을 전방위로 축소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주 고평가 논란이 확대된 가운데 AI 랠리에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지난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년 2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해당 분기에 미국 대형 기술주 비중을 대폭 줄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신고 주식 평가액은 243억7609만 달러로 전 분기(224억 달러)보다 늘었으며,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의 40.05%를 차지했다.

마이크론 92% 처분…기술주 축소

AI 반도체주 비중을 대폭 축소한 점이 눈에 띈다. 브리지워터는 올해 2분기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지분을 92% 매도해 사실상 포지션을 정리했으며, 이에 따라 마이크론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0.55%로 낮아졌다.

직전 분기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반도체주를 불과 한 분기 만에 되판 셈이다. 올해 1분기 브리지워터는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 약 83만 주, 브로드컴 약 67만 주, 마이크론 약 59만 주를 추가하고 TSMC를 신규 편입했다. 이에 시장에선 브리지워터가 기술주 투자 무게중심을 하드웨어로 옮긴 것으로 봤지만, 이번 대규모 매도로 불과 한 분기 만에 이런 해석이 무색해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단순 차익 실현'이라는 의견과 '메모리 고점 신호'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는 연초 대비 240%나 급등했다. 이에 브리지워터의 매크로 모델이 단기 급등한 종목의 위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자동 청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익을 실현한 뒤 자금을 ETF 등으로 재배분하는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것이다.

반면 메모리 업황에 대한 경계 신호라는 시각도 있다. 브리지워터가 마이크론뿐 아니라 램리서치·샌디스크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주 비중을 함께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릴 경우 2027년 이후 공급이 급증할 수 있어, 브리지워터가 이런 수급 악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위 보유 종목 중 엔비디아는 18%, 브로드컴은 28%씩 보유량을 매도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여전히 전체 포트폴리오의 3.17%, 브로드컴은 2.04%를 차지하며 각각 상위 보유 종목 3, 4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기술주 전반에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개별 종목 중 비중 변화가 가장 컸던 것은 아마존으로, 보유량이 전 분기 대비 53.85% 급감하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전 분기 대비 2.1%포인트 줄었다. 다만 아마존은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1.98%를 차지하며 상위 5개 보유 종목 가운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게이트테크놀로지 보유량도 각각 34.39%, 39.29% 축소했다. 시스코, 팰런티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전량 매도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오소시에이츠 창립자. 사진=한국경제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오소시에이츠 창립자. 사진=한국경제
ETF로 분산…전력·에너지주도 매수

브리지워터가 대신 담은 것은 ETF다.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를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상위 매수 종목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S&P500 추종 ETF였다. 1위는 스테이트스트리트 SPDR S&P500(SPY)으로, 보유량의 21.89%를 추가 매수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3.63%포인트 늘었다. 2위는 비중이 1.41%포인트 늘어난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였으며, 3위에는 뱅가드 S&P500 ETF(VOO)가 이름을 올렸다.

S&P500 추종 ETF 3종만으로 포트폴리오의 약 26.8%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의 약 21%보다 비중이 6%포인트가량 올랐다. 특히 상위 2개 종목인 SPDR S&P500 ETF와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만 합쳐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4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브리지워터가 개별 기술주에서 발을 빼는 대신 미국 증시 전체에 대한 강세 전망까지 거둬들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유틸리티·에너지 업종의 매수세도 두드러졌다. 상위 매수 종목 4위는 미국의 유틸리티 기업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 5위는 영국 에너지 기업 셸이었다.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는 약 590만 주를 추가 매수해 포트폴리오 비중이 0.41%포인트 늘어났으며, 셸은 약 152만 주를 추가 매수해 비중이 0.36%포인트 늘어났다. 에버소스 에너지와 엑슨모빌은 신규 편입했다. 에버소스 에너지의 경우 약 119만5000주를 매수해 포트폴리오의 0.35%를 차지했다.

AI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에서 한 칸 뒤로 물러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밸류에이션이 과열된 반도체 대신 상대적으로 싼 전력·에너지 쪽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그렉 젠슨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월 공개 리서치에서 AI 기업들의 물리적 인프라 투자를 "자원 쟁탈전"으로 규정하며 "(이 자본 지출이) 일부 지역의 전기요금에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편 브리지워터는 한국 증시에서도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주가 급등으로 보유 자산의 평가액은 오히려 늘었다. 브리지워터는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 보유 주식 수를 약 21.6% 줄였다. 그러나 평가액은 직전 분기 약 2억1700만 달러에서 2억8000만 달러로 약 29% 증가했다. 한국 증시 상승 폭이 보유량 감소분을 상쇄한 셈이다. EWY는 2분기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의 상위 보유 종목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브리지워터, 기술주 팔고 S&P500 ETF 담았다
브리지워터, 기술주 팔고 S&P500 ETF 담았다
브리지워터, 기술주 팔고 S&P500 ETF 담았다
김미리 한국경제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