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반환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지역을 주거지로 활용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작업, 지자체 설득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동산 이슈]
서울 용산 장교숙소 5단지. 사진=한국경제
서울 용산 장교숙소 5단지. 사진=한국경제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마지막 도심 속 녹지공간이다.” “미래 세대에게 더 필요한 것은 좋은 주거지다. 막대한 공원 운영비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도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남산과 한강을 잇는 서울 도심 내 마지막 대규모 핵심지인 용산 미군반환부지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특별법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대로 여의도보다 큰 면적인 본체 부지 전체를 반드시 공원으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도심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훼손지 일부를 청년들을 위한 주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공원과 주거지에 요구되는 높은 오염 정화 기준과 국가공원으로 활용했을 때 연 수백억에 달하는 관리비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오염된 토양에 대한 반출 정화가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속도전’이 필수인 주택 공급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돼서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활용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작업, 지방자치단체 설득 등의 지난한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원이냐 청년주택이냐…용산의 선택
100년 만에 돌아오는 용산미군 부지

용산미군기지의 반환은 2004년 국회를 통과한 ‘용산기지이전협정(YRP)’을 통해 확정됐다. 미군기지를 평택(캠프 험프리스)으로 통합 이전하고, 본체 기지 부지를 대한민국 정부에 반환하는 내용이다. 2020년 12월 스포츠필드 및 소프트볼장 등 기지 부지 일부(약 5.3만㎡)와 산재 부지(캠프킴 등)가 최초로 반환됐다. 2022~2023년에 걸쳐 장군숙소, 야구장 부지, 미군 장교숙소 인근 부지 등이 순차적으로 반환됐고 당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맞물려 기지 남측 일부가 ‘어린이정원’의 형태로 임시 개방됐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는 부지에 대한 일부 개발 필요성은 초창기부터 나왔던 주장이다. 막대한 기지 이전 비용과 관리비 등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서울시는 “100년 넘게 외국 군대가 주둔한 민족적 수난의 땅을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국가공원으로 온전히 환원해야 한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 땅은 1904년 일제가 군용지로 강제 수용한 이후 120여 년간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사령부가, 광복 이후에는 주한미군 사령부가 주둔하며 ‘금단의 땅’으로 남았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해당 부지의 민간 매각을 금지하고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도록 명시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반영한 결과다.

특별법 제정 당시 막대한 조성 규모와 상징성 등을 감안해 서울시 등 지자체가 관리하는 일반 도시공원과 달리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가공원으로 규정했다. 또 이전 비용 조달을 위해 공원 인근 3개 부지(캠프킴·유엔사·수송부)는 고밀 복합상업개발 부지로 지정해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산재 부지 세 곳 가운데 민간에 매각한 곳은 유엔사 한 곳이다. 2017년 일레븐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약 1조552억 원에 부지를 매입한 뒤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순차적으로 분양 중이다. 100억 원 내외의 초고가 주거단지로 개발됐다.

캠프킴 부지와 수송부는 모두 LH가 공공주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약 2500가구가 예정된 캠프킴은 토지 정화가 막바지 수순이고 수송부는 아직까지 부지를 온전히 반환받지 못했다.

용산공원 부지 활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해당 부지의 뛰어난 입지적 가치에 주목한다. 용산공원 부지는 용산동4가 일대를 중심으로 남산과 한강 사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규모 면적이다. 지하철 삼각지역~신용산역~용산역으로 이어지는 한강대로 축에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개발이 추진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도 인접해 있고 한국고속철도(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등 사통팔달 교통망과도 연결돼 있다.
공원이냐 청년주택이냐…용산의 선택
입주보다 3배 많은 이주 물량…공급 적신호

전체 면적은 약 300만㎡로, 여의도(약 290만㎡)보다도 넓다. 외곽이 아닌 ‘진짜 수요가 몰리는 곳’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할 경우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서울의 주택난이 심화하면서 이 같은 논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줄어든다. 2027년에는 1만8682가구로 2만 가구 아래로 내려가고, 2028년에는 1만3683가구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과거 인허가 착공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여파가 시차를 두고 입주물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전월세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재개발로 인해 5년간 서울 207개 사업장에서 총 17만9310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올해가 2만4844가구이고 2027년 1만3446가구, 2028년 4만5256가구로 늘어난다. 2029년에도 3만9102가구, 2030년에는 5만6662가구의 이주가 예정돼 있다. 2028년만 놓고 보면 이주 예정 물량이 입주 예정 물량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가뜩이나 전월세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급과 가격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매매와 전월세 시장의 동시 불안은 청년·신혼부부의 FOMO(소외공포)도 자극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자의 등기 건수는 총 9343건을 기록했다. 전달 8006건보다 16.7%가량 증가한 것으로 2020년 8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전체 등기 건수 총 1만7371건 대비 생애최초 비중은 53.8%까지 치솟았다. 대법원이 관련 자료를 공개한 201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공원이냐 청년주택이냐…용산의 선택
오염 정화 기간 단축…용산공원 활용 새 국면 맞나

총 300만㎡ 규모의 반환 예정 부지 가운데 현재 반환이 완료된 면적은 약 30% 수준이다. 2021년 본체 부지로 편입된 방위사업청 부지와 군인아파트, 미군 장교 숙소 부지를 포함해 지금은 어린이 정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남측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등은 이 가운데 군인아파트 등 훼손도가 높거나 기존 주거시설이 있던 지역을 중점적으로 주택 공급이 가능할지 들여다보고 있다.

용산공원 부지 활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온전한 공원의 가치와 토지오염 정화 등에 시간이 걸려 사실상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오염 정화의 경우 이르면 다음 달부터 반출 정화가 가능해지면서 공급 논의가 새 국면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최근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과 주변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자체장이 반출 정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공공주택사업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상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부지 밖에서 오염토 정화가 가능해졌다.

반출 정화는 기존 부지에 오염토를 그대로 둔 채 정화하는 ‘지중 정화’, 오염토를 파내 현장에서 처리하는 ‘현장 정화’와 함께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협소한 부지 등 공간적 제약이 있거나 환경보호구역·수자원보호구역·지하수보전구역 지정 및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행위 제한으로 현장 정화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착공 이후 오염토가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공원이냐 청년주택이냐…용산의 선택
반출 정화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용산공원 주택 건설을 위한 지연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터파기 과정에서 오염토가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지자체 신고 후 정밀조사와 정화계획 수립을 거쳐야 한다. 정화 기간만큼 공사 일정이 지연되는 구조다. 일례로 2020년 12월 반환된 용산공원 내 캠프킴 부지는 오염도가 높고 현장 정화 방식이 적용돼 정화에만 3~4년이 소요(문화재 발굴 기간 제외)되고 있다.

정비 업계는 오염도에 따라 최대 3~4년까지 늘어나던 공기 지연이 1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진 환경보건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반출 정화는 오염토와 비오염토를 동시에 선별하면 공사와 정화를 병행할 수 있어 공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캠프킴 기준(오염토 약 40만t 추정) 하루 100대 규모 덤프트럭을 투입하면 부대공사와 배수·처리를 포함해도 12~15개월 내 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400억 관리비 세금으로…
“日 미드타운 등 사례 참고해야”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려면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특별법은 본체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군인아파트 부지나 방위사업청 부지 등을 활용하려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협의도 필수적이다. 용산공원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총괄하는 국가사업으로 지자체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상하수도와 도로망 구축, 지하철 환승 체계, 광역교통개선대책 등 기반시설 확충은 용산구 등의 인허가와 협조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과 관련된 논의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용산공원의 조성·정화·관리 비용이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는 것도 쟁점이다.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운영비가 투입되지만, 직접적 수혜는 주변 지역에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 업계에서는 용산공원 관리에 연 300억~4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연간 유지관리비의 약 80%를 인근 주민과 기업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위주 개발과 전면 공원화 주장 모두 극단적”이라며 “일본 도쿄 미드타운 등 사례를 참고해 공원의 지속가능성과 주택 공급을 함께 고려한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청 이전 부지에 조성된 도쿄 미드타운은 복합개발 수익으로 공원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공원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해야만 하는 정책의 목표와 그에 따른 기대효과가 명확해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며 “해당 부지를 굳이 개발해야 한다면 단순히 주택보다는 중심업무지구로 육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