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회를 맞이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과 25주년의 이정표를 세운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이 코엑스에서 나흘간의 여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슈]

가을의 길목, 전 세계 미술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서울에 집중됐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세계 30개 국가·지역의 133개 갤러리가, 키아프 서울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 거장의 유산과 글로벌 기관의 포섭, 프리즈 서울 2026
세계가 주목한 서울의 시간, 프리즈·키아프 서울 2026
Frieze Seoul 2026. Image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Frieze Seoul 2026. Image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54개국 7만여 명의 관람객과 세계 178개 미술관·기관 관계자가 찾은 서울 코엑스 현장은 사상 가장 폭넓은 국제적 교류의 장이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의 성과를 이끈 주역은 단연 한국 전후 미술의 거장들이었다.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유영국의 1971년 작 <워크(work)>가 약 22억~25억 원(약 160만~180만 달러)에 거래되며 프리즈 서울 통산 한국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고, 갤러리현대 역시 김창열과 이승택의 작가관을 재조명하며 230만 달러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해외 메이저 갤러리들의 움직임도 치밀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의 대형 회화를 국내 주요 기관에 1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루이즈 부르주아, 에이버리 싱어의 신작을 아시아 기관 컬렉션에 안착시켰다. 알민 레쉬의 이우환·조지 콘도 작업, 타데우스 로팍의 아드리안 게니(110만 달러) 역시 신중한 검토 끝에 순조롭게 거래됐다.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보여준 포커스(Focus) 섹션도 주목받았다. 휘슬 갤러리가 선보인 dpgp78의 70달러 스펀지 블록 회화부터 전량 매진을 기록하며 대기 명단을 형성한 BB&M의 이불 출품작까지, 신진과 동시대 작가를 향한 열기도 균형 있게 유지됐다. 한편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는 도쿄의 타로 나스, 포커스 스탠드 프라이즈는 차승언의 부스를 연출한 서울의 파이프갤러리에 돌아갔다.
세계가 주목한 서울의 시간, 프리즈·키아프 서울 2026
‘공존’을 화두로 내실을 다진 키아프 서울 2026
세계가 주목한 서울의 시간, 프리즈·키아프 서울 2026
25주년을 맞이한 키아프 서울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 아래 전시장 동선과 연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공존(Coexistence)’이라는 연대적 주제 아래 총 8만여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며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확장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깊이 있는 연주로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선사한 ‘Kiaf Classic’, 증강현실(AR)로 가상과 현실을 교차한 <VIRTUAL VITAL>, 신체와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 <HUMAL> 등 깊이감 있는 기획이 관람객의 감각을 깨웠다. 시장의 거래 양상 역시 한층 내실 있게 전개됐다.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가 유영국, 박서보, 백남준, 정상화 등 무게감 있는 거장들의 작품으로 시장을 뒷받침했고, 오페라 갤러리의 알렉스 카츠(약 18만 달러)와 화이트스톤 갤러리의 정해윤 작가 작품 등 완성도 높은 중저가 스펙트럼도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키아프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Kiaf HIGHLIGHTS’에서는 고사리(신라갤러리)와 임노식(아라리오갤러리) 작가가 최종 선정되며 한국 현대미술의 단단한 미래를 제시했다.
세계가 주목한 서울의 시간, 프리즈·키아프 서울 2026
도시 전역의 축제, 그리고 새로운 변화
페어장의 열기는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 도심 곳곳의 ‘네이버후드 나잇’으로 이어지며 밤늦게까지 식지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유영국), 국립현대미술관(서도호·크리스틴 선 킴), 리움미술관(구정아), 뮤지엄 산(이배) 등 주요 미술관들의 대형 기획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어우러져, 서울 도심 전체가 거대한 현대미술의 장으로 거듭났다. 한편, 내년부터 두 페어의 개최 형태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코엑스 리모델링 여파로 프리즈 서울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자리를 옮기며,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아 각기 다른 공간적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소는 분리되지만 프리즈와 키아프의 파트너십 계약이 2031년까지 굳건히 이어지는 만큼, 서울은 매년 9월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아트 허브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갈 전망이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