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록 쓴 LG엔솔, 상장 통해 10조 실탄 확보
GM과 배터리 동맹 강화·자체 공장 증설로 주도권 선점
연 58%씩 커지는 美 전기차 시장…바이 아메리카 최대 수혜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장. 사진=얼티엄셀즈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장. 사진=얼티엄셀즈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 증시 역사상 ‘최초’, ‘최대’, ‘최고’ 기록을 쓰며 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전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기관 주문액이 1경원을 넘어서며 유가 증권 시장 기업공개(IPO) 역사상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고,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4조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은 실패했지만, 시가총액 118조원대로 단숨에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 2위에 등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10조원의 실탄으로 해외 생산 공장 증설을 본격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향후 3년간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지 증설에 약 9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북미 지역 투자가 총 5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3년 뒤 美 전기차 절반이 LG 배터리 달고 달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형사들과 손잡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2위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굳건한 배터리 동맹을 맺고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내수 시장 매출 비율이 80% 이상인 CATL을 제외하면 사실상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이다. 미국 전기차 시대 전환과 GM의 전기차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사로 꼽히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설립한 합작 법인(JV)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내 합작 공장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신차의 4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5년까지 3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 주와 테네시 주에 각각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1·2공장을 짓고 있다. 1월 25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미시간 주 랜싱에 50GWh 규모의 제3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세 곳에서 연 12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양사는 네 번째 공장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16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상태다. 다만 추가 합작 공장 설립, 자체 공장 증설 등을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3위 자동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와도 미국 내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 이후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절반 가까운 차량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하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얼티엄셀즈 제3 합작 공장은 미래 수백만 대 전기차를 탄생시키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오랜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인 GM과 함께 미국 전기차 시대 전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7일(현지 시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스(GM) 전기차 조립 공장 팩토리 제로(Factory ZERO)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7일(현지 시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스(GM) 전기차 조립 공장 팩토리 제로(Factory ZERO)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3대 전기차 시장인데 침투율 4.1% 불과…고속 성장 전망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선 이유는 성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 중국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며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연 테슬라가 있는 곳이지만 의외로 전기차 침투율이 아직 낮다.

2021년 미국의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4.1%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인 7.5%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전기차 산업 육성에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면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 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은 44%, 유럽은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는 배터리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온도 포드와 손잡고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에 조 단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 설립을 밝히며 미국 공장 신설을 공식화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 건설 예정인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 설비 중 11개가 한국 배터리 3사 관련 설비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제한돼 현지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립 중인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의 자국산 구매 우선법(바이 아메리카)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도 지목된다. 자국산 구매 우선법은 미국 노동자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감세하고 미국 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과세하는 것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서 배터리 제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JV를 설립하거나 자체 공장을 설립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노조를 갖춘 미국 자동차 빅3 기업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사 대비 미국 시장 주도권 획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텔란티스 JV와 자체 북미 공장 등 주요 생산 공장들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에 2025년 이후에도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불거진 공급망 안정성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LG에너지솔루션 선호도를 더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