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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뛴 나스닥' 상승률 우스운 원자재…하반기 주목할 투자처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는 ‘만물 랠리’가 펼쳐졌다. 올해 금, 은, 구리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지난 20일까지 원자재 상승률은 고점을 10번이나 갈아 치운 나스닥 등 주식시장 상승률보다 높았다. ‘위기 방파제’ 금이 먼저 빛났고 구리와 은 역시 신고점을 향해 달려갔다. 5월 20일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장중 2450달러를 돌파해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구리가격도 톤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금값은 소폭 하락해 지난 23일 2337.20달러에 마감했지만 올 들어 여전히 12.81%나 오른 가격이다. 통상 금 상승세를 따라가는 은 가격 역시 5월 17일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구리 가격은 하반기에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례적인 금·구리 동반상승 금과 구리가 동반상승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 금은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돈이 금으로 향했다. 반면 구리는 실물 경기가 양호할 때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소비 지표부터 건설·제조업·항만 등 인프라 투자가 늘면 원자재인 구리값이 상승했다. 구리값으로 경기 회복이나 침체를 전망할 수 있어 ‘닥터 코퍼(구리 박사님)’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최근 금과 구리는 기존 공식의 반대로 가고 있다. 통상 달러가 오르면 내리는 ‘음의 상관관계’인 금은 달러가 초강세인 상황에서도 고공행진했고 구리 역시 각국 제조업 경기는 안 좋은데, 가장 뜨거운 원자재로 떠올랐다. 기존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상승세는 넘치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이 촉발했다. 우선 금은 중앙은행, 특히 중국이 대거 사들였고 일반 투자자와 펀드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은 2022년 10월 이후 계속 금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금융자산 가운데 금 비중은 3.2%에서 4.6%로 늘었다. 2200여 톤을 보유하면서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금을 가진 나라가 됐다. 올해 1분기에도 터키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금을 사들였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위기가 지속되고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 금이 더욱 인기 투자처로 떠올랐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17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 비축을 장기적인 국제 전략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비한 재정 안정화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과 개인투자자들의 금 매입 행렬이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금 ETF 순매입이 늘었고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골드바가 완판되는 등 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멀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금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62%가 향후 5년간 지급준비금 가운데 금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신흥국을 필두로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반도체·전력 뒤에 구리 있다?구리는 광산 투자가 줄고 생산량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나면서 구리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775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구리 제련소가 감산을 예고한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겹치며 구리 가격은 올해만 27.12% 올랐다. 구리 공급 위축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나마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광산기업인 퍼스트 퀀텀 미네랄이 보유한 코브르 파나마 구리 광산에 대해 20년간 부여된 운영권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광산 운영이 중지되면서부터 구리값의 반등 전환이 시작됐다. 해당 광산의 연간 구리 정광 생산량은 약 40만 톤이며 이는 2024년 구리 정광 전체 생산량 추정치의 1.7%에 달한다. 김도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 불균형 정도가 조금만 엇나가도 금속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1.7%에 달하는 구리 공급이 없어지는 것은 단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크게 야기할 수 있기에 구리 가격은 이때부터 바닥을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2023년 10월 글렌코어는 호주 2위 구리 생산량을 기록하던 마운트 아이자 구리 광산 3개를 정광 고갈을 이유로 2025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구리 제련업체들이 생산 감축에 합의했다. 중국 전체 제련량은 글로벌 전체 제련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생산 감축은 치명적이었다. 지난 3월 초 중국 CNMC가 보유한 잠비아 참비시 구리 제련소는 올해 생산량을 2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이 제련소가 연간 제련하는 구리 공급량이 약 25만 톤 수준이기에 20% 감축 자체가 2024년 글로벌 전체 제련량 추정치를 0.2%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24년 3월 중순 중국 19개 구리 제련업체들은 생산 감축을 논의했다. 그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약 5~10%의 생산량 감축 목표가 제시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소비의 증가다. 우선 중국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구리는 가장 효율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건설, 제조, 항만 등 전력 설비가 필요한 모든 인프라에 구리가 들어간다. 구리의 전기전도는 은 다음으로 높다. 전도가 가장 높은 은은 공기 중 산소와 산화되기 쉽고 산화 시 전기전도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무엇보다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구리는 은 대비 약 94%의 전기전도를 갖고 있으면서 가격은 은의 1.2% 수준이다. 구리가 대체불가능한 이유다. 알루미늄은 구리의 65% 전기전도도를 띠고 있지만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전류 손실이 크기 때문에 구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AI 열풍이 불면서 구리의 몸값은 더 비싸졌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구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AI가 ‘지능’을 갖기 위해서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생성형 AI는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결과 값의 오차율이 감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위한 AI 데이터센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미국 테크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에 꼭 필요한 건 두 가지다. 고성능 반도체와 이를 감당할 전력설비다. 구리는 반도체 원료로도, 전력설비에 들어가는 전선과 방열설비, 변압기의 재료로도 많은 양이 사용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시카고 데이터센터의 구리 사용량을 분석해보니 총 2177톤의 구리가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반도체와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향후 3년 동안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AI 및 가상자산을 위한 전력소비는 2026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동안 구리값의 랠리를 전망한다. 이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구리 정광 쇼티지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구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고 친환경·전력 수요의 구조적인 성장이 중장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중국의 수요는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어 가격 상승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니뇨 가고 라니냐 온다…코코아 지고 곡물 뜬다 기상이변이 끌어올린 원자재도 있다. 올해 말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는 호주 기상청의 예측이 나오면서 천연가스와 곡물 가격을 밀어올렸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하인 상황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북미에는 강추위가 몰려오고 남미는 가뭄에 시름하며 호주와 동남아시아에는 폭우가 내린다. 이 지역의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난방 에너지인 천연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반등하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2월 최저가 대비 70% 넘게 오른 상태다. 상반기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지역 가뭄이 몰아닥치면서 코코아와 커피 가격이 급등했다. 하반기에는 라니냐가 예고되면서 전문가들은 대두, 옥수수 등 곡물 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라니냐는 남미 태평양 연안의 가뭄, 북미와 남미 연안의 겨울 한파, 호주의 이상고온 등이 동반된다”며 “이에 따라 대두, 소맥을 비롯해 주요 농산물 작황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수수와 대두 등 가격이 수년간 하락한 탓에 미국 곡물 농가들이 파종 면적을 축소했고 세계의 밀밭이라 불리는 흑해 지역에서는 가뭄에 서리까지 닥쳐 공급 충격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섹터가 2022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약세를 딛고 상승 반전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엘니뇨가 소멸하고 기상이변이 중립 구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이후 라니냐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곡물 중심의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의대 ‘1500명 증원’ 예정대로 간다…법원 “공공복리 중요” 쐐기 [민경진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 정부가 추진해온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및 배정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 동력은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가 재항고하는 등 의·정 갈등으로 불거진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심 법원 “공공복리 옹호할 필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배상원·최다은)는 2024년 5월 16일 의대생, 교수 등 18명이 “의대 증원 및 배정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정 결정은 공권력의 행사로 처분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향후 본안소송에서 보다 상세한 심리와 검토를 통해 처분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사건 증원 발표와 배정은 증원 조치를 완성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며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양자를 엄밀히 구분할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그 처분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이 처분의 당사자는 각 대학의 장이고 제삼자인 신청인들에게는 원고적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항고심 재판부도 신청인 가운데 의대 교수, 전공의, 수험생은 1심과 같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보다 원고적격 대상을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며 “의대생은 의대 정원 증원 처분으로 인해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들에 한해 집행정지 제도 요건 충족 여부를 본격적으로 심리했다. 행정소송법 23조는 집행정지 요건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으로 규정한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대 교육은 실습 등으로 상당한 인적·물적 설비가 필요해 일반적인 대학교육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며 “의대생들이 과다하게 증원돼 의대 교육이 부실화되고 파행을 겪을 경우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대생인 신청인들에게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다고 보고 의대 재학생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적어도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복·개선을 위한 전제로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신청인인 의대 재학생들은 부산대 소속으로 부산대의 기존 정원은 125명이다. 이번 증원 배정은 75명으로 2025학년도 정원은 총 200명이지만 모집인원 일부 감축으로 총 163명이 모집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정도 규모의 증원은 집행정지 처분이 공공복리에 미칠 중대한 영향에 비해 과도한 게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 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의대생의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대학 측 의견도 존중해야” 한편 재판부는 정부가 제시한 의대 정원 증원 인원 2000명에 대해선 “향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판부는 “의대 정원을 2025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과대학의 인적, 물적 시설 등 의대생들의 학습 환경과 관련한 사항은 대학 측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며 “정부는 거점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의 50% 내지 100%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매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번 판결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각 대학이 지난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 최대 1469명(차의과대학 제외)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교협은 오는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해 확정한다. 이후 대학들이 6월 초 모집 요강을 공고하면 2025년 의대 증원을 되돌릴 방안은 현실적으로 없어진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실현되는 것이다. 다만 정부 계획대로 2026학년도부터 2000명씩 추가 모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각 대학은 4월 말까지 대교협에 제출한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서 증원분 2000명을 100% 반영한 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의·정 간 대화를 통해 조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전국 의사들은 법원 판단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단순히 의대 정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과 향후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서 판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항고심 결정 다음 날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 이유서를 항고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모든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에 서울고법이 빨리 대법원으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대법원이 서둘러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돋보기] 의·정 갈등 장기화 불가피 수험생의 불확실성은 일단락됐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한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의대는 한 학기에 15주 이상 운영해야 하고 학생은 이 중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아 유급 처리된다. 출석에 의한 유급 마지노선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5월 중순 이후다. 각 대학과 정부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1학기엔 한시적으로 유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시키지 않고 향후 2학기 내에 이수하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은 의사 국가시험 일정 조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행대로라면 7월 원서를 제출하고 9~10월 실기시험을 본 뒤 2025년 1월에 필기시험을 보는데 일정을 연기하는 한편 실기보다 필기시험을 먼저 보는 방식으로 임상실습 시수(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이미 사태 장기화 부담을 느낀 전공의들이 일부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3개월 이상 수련 기간 공백이 생기면 전문의 시험 응시 시기가 1년 늦춰진다. 이 경우 2025년 전문의 배출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2024년 5월 21일 부산대 의대생 및 교수, 전공의 등 195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및 배정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이로써 의료계가 서울행정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 8건은 모두 각하됐다. 민경진 한국경제 기자 min@hankyung.com

선진국 중앙은행 ‘피벗’…난기류에 빠진 일본은행[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한 나라의 주식시장은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양대 요인 중에서는 매크로 면에서는 성장률, 마이크로 면에서는 기업 실적과 같은 머큐리 요인이 주로 주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마스 요인, 즉 통화정책상의 변화를 주는 피벗(pivot) 추진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작된 피벗 레이스선진국 피벗 레이스에 스타트를 끊은 것은 유럽 중앙은행들이다. 지난 3월 이후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스웨덴 순으로 비유로존 국가의 금리인하가 이어졌다. 조만간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동참할 태세다.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펀더멘털 요인과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면서 유럽 증시가 국별로 사상 최고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관심이 되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낙인효과’를 갖고 있는 ECB와 BOE는 그 어느 중앙은행보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2012년 미국 Fed가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변경했을 때 따라가지 않았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통화량 조절’보다 ‘기준금리 변경방식’을 고수하고 이 방식의 효과 여부의 관건인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통화정책 전달경로상 ECB와 BOE가 추정하는 기준금리 시차는 1년 내외다. 1년 후에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한다고 판단되면 현시점에서 금리를 내려도 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이후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지표를 보면 목표선인 2%를 1%포인트 이내로 안정되고 있다. 라스트 마일 부주의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기준금리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여름 휴가철 이전에는 금리인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의 발언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흥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피벗을 추진하면 세계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Fed는 과연 어떻게 나올지, 즉 통화정책상에서는 이례적인 ‘왜그더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Fed만이 갖고 있는 고충을 살펴봐야 한다. 고민 끝에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금보다 앞으로 더 큰 의미가 있는 변화를 모색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7월 FOMC 회의 이후 9개월 연속 동결했지만 월별 양적긴축(QT) 규모를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했다. 감축액만큼 시중에서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Fed의 통화정책에 있어서 월별 QT 규모 감축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주택저당증권(MBS)을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한 조치다. 금리인상과 함께 만기가 돌아오는 MBS를 전량 회수해온 Fed가 앞으로는 350억 달러 이상의 만기상환분을 국채에 재투자하면 시장금리가 안정돼 기준금리 인하 이상의 피벗 효과를 누릴 수 있다. 5월 FOMC 회의를 계기로 Fed의 통화정책 주수단이 ‘기준금리 변경’에서 ‘통화량 조절’로 바뀐 것인가는 주류 경제학 위상 변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와 연관돼 있는 만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 8월에 있을 잭슨홀 미팅에서 이 문제를 놓고 케인지언과 통화론자 간에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부작용 없으려면일본은행(BOJ)은 예외다. 미국의 4월 인플레이션 지표에 의해 묻혔지만 우리 경제와 엔화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됐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나쁜 작년 4분기 대비 -0.5%, 미국식 성장률 통계방식인 전분기비 연율로는 –2.0%로 추락해 일본 국민 사이에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뜩이나 ‘아오키 법칙’에 걸려 있는 일본 정책당국이 받은 충격은 더하다. 아오키 법칙이란 기시다 내각과 집권당인 자민당의 합친 국민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경제정책 면에서는 좀비 국면에 처한 것을 말한다.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기시다 총리의 조기 퇴진과 중의원 해산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은 2분기 이후 ‘복원력(resilence)’과 관련해 두 가지 점을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작년 2분기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전형적인 ‘더블딥(1.0%→-0.9%→0.0%→-0.5%)’에 빠졌다는 점이다. 경기순환상 특정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면 침체 기간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의미로 한동안 잊혀졌던 ‘잃어버린 40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총수요 항목별 소득 기여도(Y=C+I+G+(X-M), Y=국민소득, C=민간소비, I=설비투자, G=정부지출, X-M=순수출)에서 최대 항목인 민간소비가 리먼 사태 이후 최장기간인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내내 엔·달러 환율이 140엔 이상 높은 수준이 지속됐음에도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점도 눈에 띈다.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일본 경제 성장장애요인을 살펴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자본장비율(K/L) 하락세는 멈췄지만 여전히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은 문제다. 총요소생산성도 기시다 내각과 집권당인 자민당 간 기득권 카르텔로 좀처럼 제고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처럼 저량(stock)과 유량(flow) 면에서 성장장애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을 때는 모든 경제정책은 ‘긴축’과 ‘부양’의 성격과 관계없이 반짝 효과만 나는 캠플 주사에 그친다. 주체적인 면에서 기시다 정부와 BOJ, 스펙트럼 면에서 재정과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환율정책에까지 해당한다. 오히려 조급증에 걸려 정책 기조를 변경하거나 같은 정책이라도 자주 내놓으면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현재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270%가 넘어 재정정책 면에서 경기부양 여지가 거의 없다.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와 엔저로 통화와 환율정책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엔저가 될 추가적으로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이후 수익률곡선통제(YCC) 상한선 상향, 금리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추진해 왔으나 엔·달러 환율은 구로다 라인(125엔), 미스터 엔 라인(130엔), 플라자 라인(142엔)이 맥없이 무너졌다. 일본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선인 160엔마저 뚫린다면 엔저와 외국인 자금 이탈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곧바로 175엔 선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난기류에 빠져 있는 일본 경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시급한 것은 기득권 카르텔을 끊어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의 국민 지지도를 끌어올려 아오키 법칙에 걸린 함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정책 신호에 대한 정책 수용층의 반응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곳곳에 내재한 병목 현상을 푸는 것도 중요하다. 최대 병목 변수인 민간의 높은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저축을 쓰면 쓸수록 세제 혜택을 주는 ‘부(負)의 저축세’를 도입해야 한다. 산업연관표(I/O)상 병목 현상은 단기간 풀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주식 대중화와 주주환원율 제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엔저는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1)’, 엔고는 ‘내수 확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것보다 재정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과다한 국가채무 제약 여건에서는 ‘균형재정승수=1’이란 점을 착안한 ‘간지언 정책’을 부활시키는 것도 제3의 길이다.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에서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BOJ를 제외하고는 한국은행이 가장 ‘매파적’이다. Fed보다 10개월 앞서 기준금리를 올렸던 한은은 최근까지 피벗을 추진할 어떤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묻고 싶은 것은 “그만큼 물가가 불안한 것인가?” “아니면 경기가 좋은 것인가?” 그 답은 “아니다(no)”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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