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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고립주의 ‘돈로 독트린’…환율 보고서에서는 어떻게 나올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그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화려한 취임식 속에 출발했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총체적 위기’다. 과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내부 진영도 불협화음첫째, 트럼프 정책의 모든 것이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증시에서 취임 초기에 나타나는 허니문 랠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두 달 반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2%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18%나 급락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나스닥 지수는 무려 25%나 폭락했다. 허니문 랠리가 아니라 허니문 헬(hell·지옥)이다. 둘째, 달러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110대였던 달러인덱스는 102대로 급락했다. MAGA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달러 가치가 바탕이 돼야 한다. 오히려 바라지 않는 아시아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취임 이후 주력해 왔던 관세정책이 무력화되고 무역적자까지 확대될 확률이 높다. 셋째, 국민 지지도마저 급락하고 있다. 관행상 여론조사 기관이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실시하는 첫 조사에서 두 번 이상 재임한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3%로 린드 존스 69%, 로널드 레이건 56%, 빌 클린턴 59%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무능력하다고 경멸했던 버락 오바마의 48%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4월 들어서는 40%마저 내준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넷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핵심 지지층의 이반 조짐도 뚜렷하다. 최근 실시됐던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브래드 시멀이 일론 머스크의 2000만 달러 이상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의 수전 크로퍼드에게 패배했다. 선거 결과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도 충격을 받았다는 뒷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다섯째, 트럼프 진영 내부도 권력 다툼으로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부터 잠복해 왔던 친머스크와 반머스크 간의 알력이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떠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와 달리 최근에는 어느 한편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어 지금보다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미국 위주의 국제협력 체제도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집권 1기 때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 양대 기관에 재원을 조달해 주지 않아 그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집권 2기 들어서자마자 정치·군사적으로 유엔마저 탈퇴를 선언해 ‘돈로(DonRoe) 독트린’을 완성했다. 돈로란 트럼프의 도널드와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주창한 먼로주의를 합친 신조어를 말한다. 일곱째, 돈로 독트린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력해온 상호관세도 ‘슈뢰딩거 방식’을 채택해 미국의 국익만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보호주의 조치로 채워졌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의 파동과 입자가 공존하는 양성자 실험에서 유래된 이 방식은 교역 상대국을 파동(경쟁할 힘)은 죽이고 입자(국가)는 살리는 완전 제압식 관세정책을 말한다. 유럽 등 전통적인 동맹국도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 국민과 트럼프 진영이 균열되고 국제적으로 미국 위주의 협력체제가 붕괴되는 여건에서 돈로 독트린과 슈뢰딩거 방식의 MAGA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명확하게 NO(아니다)다. ◆ 한국, 환율조작국 포함되나공식 일정대로라면 상호관세 부과에 이어 4월 15일 전후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발표된다.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자 비관세장벽이 높아 상호관세 부과 당시 최악국으로 몰린 우리나라가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강한 미국과 강한 달러’ 기조를 표방해 왔다. 2차 대전 이후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달러 위주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비교적 잘 유지됐다. 트럼프 정부가 MAGA를 구상하는 것도 조 바이든 정부 들어 국제통화체제가 ‘시스템이 없다(no system)’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미국과 달러 위상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또 다른 전통인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통해 수출이 잘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기업가 출신이 많은 집권 2기에는 강달러를 아예 포기하고 약달러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정책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달러와 약달러 필요성을 동시에 느낄 때 미국이 추진해 왔던 환율정책은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에 따른 ‘이원적 전략’이다. 틴버겐 정리는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한 수단으로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잡기가 어렵게 되자 목적별로 수단을 달리 가져가자는 정책조합을 말한다. 환율정책 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적용해 왔다. 이원적 환율정책 관점에서 공화당의 전통인 강달러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안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경로를 추진해 보면 교역국 입장에서는 상호관세보다 환율 보고서가 더 어렵게 나올 확률이 높다. 달러 가치는 전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비중이 낮은 유럽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 비중이 높은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가 돼야 한다. 구성 비중이 높은 유로화가 약세가 띠면 달러인덱스가 올라 공화당의 전통인 강달러 기조 유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가치는 최적경로와 반대로 흐르고 있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와 독일의 부흥으로 유로화에 대해서는 약세,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띠고 있다. 유로화 강세로 달러인덱스는 취임 전 110대에서 104대로 떨어져 이대로 가다간 공화당의 전통이 무너지고 무역적자까지 확대돼 관세정책마저 무력화시킬 확률이 높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진영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원적 환율정책에서 한국 원화는 가장 많이 이탈돼 있다.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 보면 달러당 1250원 내외로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점을 고려하면 220원 정도 높아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통화 중에서 가장 평가절하된 수준이다. 미국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외국인 자금이 국채 시장을 포함해 4조원 이상 들어왔다. 시장에 맡겨놓으면 외국인 자금이 1조원 유입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10원 정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470원대로 올라 인위적으로 원화 약세를 조작한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당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무역촉진법 2015’에 따라 까다로운 BHC(배넷-해치-카퍼) 조건을 들어 환율조작국 지정이 어렵다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2기 첫 환율 보고서인 이번에는 집권 1기 때부터 검토해 온 ‘종합무역법 1988’이 적용될 확률이 높다. 이 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에 지정됐던 1990년대 우리 경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되돌아보면서 미리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트럼프 "중국에 달렸다…對中 관세율 2∼3주 안에 정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세 전쟁 와중에 145%까지 끌어올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하향 조정의사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취재진이 '얼마나 빨리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내릴 수 있느냐'고 묻자 "그건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90개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결국 우리는 훌륭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향후 2∼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이 새로운 관세율에는) 중국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중국의 협상 태도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145%에 달하는 대중(對中)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인하 시점까지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으로 향후 중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무역상대국과의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국제금융연구소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 미중간 관세문제에 대해 "양측 모두 그것이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무역 금수 조치(embargo)에 상응하는 것이며, 양국간 무역 중단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언제적 골린이·오픈런…좋은 시절 다 갔다

[애프터 코로나, 폭싹 꺼졌수다②]코로나는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골프 초보자를 의미하는 ‘골린이’부터 과거에 하지 않은 등산·캠핑에 빠졌다는 ‘아재 취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명품 구매를 위해 백화점 개장 전부터 기다린다는 ‘오픈런·노숙런’, 영화관 대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즐기는 공간 ‘홈시어터’ 등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단어들의 유행이 끝났다. 코로나 기간 반짝 수혜를 본 분야들이 엔데믹 이후 트렌드에서 밀려나며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프를 시작한 2030세대들은 다시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유가 ‘3고 시대’가 시작되면서 명품과 배달앱의 인기도 떨어졌다.골프 안 하고 명품 안 산다2020년 코로나 발발로 수혜를 본 곳 중 하나는 ‘골프장’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실내 스포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야외 스포츠로 옮겨간 결과였다. 국내 골프 인구는 2019년 515만 명에서 2022년 처음으로 600만 명을 돌파한 602만 명을 기록했다. 젊은 초보들이 대거 유입된 것도 골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골프웨어를 입고 스윙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었다. 스크린골프장 회사 골프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 가운데 2040세대 비중은 65%로 집계됐다. 골프에 대한 관심은 2년간 지속됐지만 2023년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BC카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골프경기장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었지만 2023년 하반기에는 2% 역성장했다. 골프연습장 매출은 -5% 떨어졌다. BC카드는 골프채, 캐디피, 그린피 등 골프 콘텐츠를 누리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을 이탈 요인으로 꼽았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골린이’ 검색어는 2022년 검색 빈도 100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이 수치가 73으로 떨어졌다. 2024년 들어서는 ‘0’으로 하락했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시점을 100으로 설정해 검색 빈도가 절반 줄어들면 50,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0으로 표현된다. 골린이의 이탈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4월 2일 발표한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24개 골프장을 이용한 내장객은 총 4741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31만여 명 감소했다. 그 영향으로 골프웨어 시장도 안 좋다. 2022년 4조2500억원에 달하던 시장 규모는 이듬해 3조7500억원으로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3조4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은 론칭 1년여 만에 브랜드를 철수한다. 코오롱FnC가 2020년 론칭한 국내 최초 골프 전문 편집숍 ‘더카트골프’는 브랜드 명에서 골프를 빼기로 결정했다. 골프웨어만으로는 사업 유지가 어려워 사업 영역을 스포츠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기 위한 결정이다. 또 글로벌세아가 2018년 론칭한 골프웨어 브랜드 톨비스트는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리뉴얼을 시도하는 등 노력했지만 업황 악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사업을 종료했다. 스마트스코어는 2020년 인수한 골프웨어 브랜드 맥케이슨을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 골프웨어 브랜드가 아닌 캐주얼 패션과 결합해 새로 사업을 선보인 곳들이 특히 타격을 크게 받았다”며 “상위 사업자 4~5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으며 고가와 저가 사이에 낀 ‘중간 가격대’ 브랜드들은 올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2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인의 명품 지출 금액이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크게 웃도는 325달러(당시 40만원)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전체 명품 소비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1조원)을 기록했다. 당시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으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최근 명품 업체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명품 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5~10%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 기간 최대 30~40%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폭이 줄었다. 이마저도 브랜드들이 연간 3~4회에 걸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체 매출이 올라간 것으로 구매 건수 기준으로는 사실상 역성장에 가깝다. 개별 브랜드도 매출이 줄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6511억원으로 전년(1조6923억원) 대비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77억원에서 286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펜디코리아의 매출은 1522억원에서 1188억원으로 축소됐다. 명품 플랫폼도 타격을 받았다. 1세대 명품 플랫폼이자 ‘머·트·발’ 중 하나인 발란은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셀러들에 정산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만큼 경영난이 악화하자 내린 결정이다. 다른 플랫폼들의 상황도 부정적이다. 머스트잇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24.5% 줄어든 250억원에 그쳤고 최근 2년 누적 영업손실은 247억원이다. 트렌비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54.5% 감소한 402억원이고 영업손실은 32억원이다. 트렌비의 2년 누적 손실액은 24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계와 주얼리는 그나마 고객들이 유지되고 있으나 가방 등 패션 카테고리는 상황이 아주 안 좋다”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명품이 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출혈 경쟁…게임은 성장둔화배달앱 시장 상황은 열악해지고 있다. 배달비 부담이 커지자 앱 이용자들이 주문을 줄인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음식 배달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보다 0.6% 감소한 26조4326억원을 기록했다. 거래액이 줄어든 것은 온라인 배달 서비스 거래액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7325억원 수준에서 2019년 9조7353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0년에는 17조337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2023년 엔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소비 부담이 커지자 주요 이용자였던 2030세대의 사용이 크게 줄었다.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의 결제추정금액은 2023년 11월 1조580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결제자 수도 1910만 명으로 2000만 명대 수준을 유지해온 2020년 이후 처음으로 2000만 명대가 무너졌다. 와이즈앱은 “연령대 기준으로는 20~40대 감소율이 가장 높다”며 “고물가 속 소비자 부담이 커지며 배달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용자가 감소하자 배달앱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2024년 3월 쿠팡이츠가 와우회원(유료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배민과 요기요에서도 배달비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이 심화하자 사용자는 늘었다. 지난해 7월 배달의민족은 2251만 명, 쿠팡이츠는 810만 명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역대 최대 사용자 수다. 동시에 수익성은 악화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4조3226억원, 영업이익은 6408억원이다. 매출이 전년 대비 2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5%에서 14.8%로 줄었다. 쿠팡이츠에 2위 자리를 내준 요기요는 매출도 줄었다.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2752억원, 영업적자는 431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줄어드는 사용자를 잡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은 올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게임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게임산업 총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2조9642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1.3%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둔화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4조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 감소한 1조115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는 158억원의 적자를 써냈다. 엔씨소프트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1조5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09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 12년 만에 분기 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리니지 모바일 게임 시리즈 매출 감소, 신작 부진 등을 꼽았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7388억원, 영업이익은 92% 줄어든 65억원에 그쳤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신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제1534호 - 2025.4.21

제1533호 - 202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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