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고, 과세당국은 거래소를 상대로 보유·거래 내역을 직접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세금을 체납하면 압류된 코인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에서 즉시 매각될 수도 있다. 코인이 더 이상 과세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 없는 만큼 취득가액 증빙과 증여·상속 내역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자산관리 컨설팅]
지난 3월 3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2026년 세제개편안이 공개됐다. 가상자산 보유자에게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다. 과세당국이 거래소에 직접 손을 뻗는 법적 근거가 새롭게 마련됐다. 현행법상 예정대로 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에 대한 과세가 본격 시행되고, 여기에 더해 올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통과되면 과세관청이 코인 거래소를 상대로 일괄조회와 질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체납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압류한 코인을 코인 거래소를 통해 곧바로 처분할 수 있다.
2027년부터 코인 과세가 시작된다. 현행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가상자산소득)’을 거주자의 기타소득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내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부터 소득세가 부과된다. 소득세 부과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A씨가 2027년 이후 비트코인을 1억 원에 취득해 1억5000만 원에 매도한 경우, 양도 차익 5000만 원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뺀 4750만 원의 20%, 즉 950만 원(지방소득세 포함 시 1045만 원)이 세액이 된다.
은행처럼 거래소 조회…내년 1월 신설
과세 체계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를 금융재산 일괄조회 및 질문·조사권의 대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 조사 실무에서는 피상속인이나 증여자의 금융재산을 한번에 확인하기 위해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일괄조회를 실시할 수 있다. 개편안은 이 대상에 가상자산사업자(업비트·빗썸·코인원 등 코인 거래소)를 추가한다.
B씨가 사망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과세관청은 종전에는 B씨의 은행 계좌, 주식 계좌는 일괄조회로 즉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코인 거래소 보유 내역은 개별적으로 추적해야 했다. 내년 1월 이후 이뤄지는 조회·조사부터 과세관청이 금융기관에 하는 것과 똑같이 코인 거래소를 한번에 조회할 수 있다. 거래소에 있는 B씨 명의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잔고, 과거 입출금 내역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다.
현행 상증세법은 세무공무원이 납세자 또는 관계인에게 질문하고 장부·서류를 열람·조사할 수 있는 질문·조사권을 규정한다. 개편안은 이 권한의 행사 대상에 가상자산사업자가 추가한다.
C씨가 자녀에게 10억 원 상당의 코인을 증여했다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내년 1월부터는 세무공무원이 거래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C씨의 코인 거래 내역, 지갑 이동 기록, 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코인은 더 이상 세무당국의 사각지대가 아니게 된다. 세무조사·상속세·증여세 조사가 시작되면, 거래소에 보유한 코인은 은행 예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추적된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청사. 사진=한국경제
압류 코인, 국세청이 시장에서 즉시 매각
현행 ‘국세징수법’은 압류된 가상자산을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국세청이 직접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D씨에게 5000만 원의 체납세금이 있을 경우 과세관청은 D씨가 거래소에 보유한 이더리움을 압류하고, 거래소에 이전을 요구한 뒤 시장에서 즉시 처분한다. 코인 가격이 하락 중이어도 과세관청은 D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매각 시점의 시세 손실은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2027년 전에 자녀에게 코인을 증여하면 안전할까. 꼭 그렇지 않다. 증여세는 증여일 현재 수증자에게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2027년 1월 1일 이전에 코인 10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내년 1월 금융재산 일괄조회 및 질문·조사권 신설과 관계없이 신고 의무는 그 순간 발생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무신고가산세(20%) 또는 부정행위의 경우 40% 가산세가 붙는다.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세금을 포탈하거나 신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15년으로 연장된다. 2026년에 증여를 숨겼다면, 2041년까지 과세관청이 추적해 부과할 수 있다. 내년 1월에 금융재산 일괄조회 및 질문·조사권이 생긴다는 사실은 오히려 과거 거래까지 소급해 조사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증여세를 납부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 10년 이내(상속인은 10년ㆍ상속인이 아닌 자는 5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된다. 즉, 지금 자녀에게 코인 10억 원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납부했더라도, 10년 내에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 10억 원은 다시 상속세 계산에 포함된다.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증여 시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신고를 정비해 두는 쪽이다. 남은 시간은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다.
취득가액 증빙 자료부터 챙겨야
첫째, 취득가액 증빙 확보가 우선이다. 가상자산 과세에서 세액을 결정하는 것은 취득가액이다. 취득 당시 거래소 거래내역, 지갑 이동 기록, 관련 이체 내역을 지금 시점에 정리해 보관해야 한다.
둘째, 증여를 결정했다면 빠짐없이 신고해야 한다. 2027년 1월 1일 이전에 코인을 증여하더라도 증여세 신고는 반드시 기한 내에 해야 한다. 신고 누락은 가산세를 부르고, 이것이 나중에 ‘부정행위’로 평가되면 부과제척기간이 15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셋째, 해외 거래소에 보유한 코인도 안전지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상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대통령령상 기준금액(현행 5억 원)을 초과하면 다음 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신고 의무가 발생하고, 국외 가상자산사업자가 보관·관리하는 가상자산도 잔액 산정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체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압류 후 즉시 매각이 현실화된 이상, 세금을 일시에 납부하기 어렵다면 분납·징수유예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체납 방치는 시세 하락 시점에 강제 처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섯째, 전문가와의 사전 설계가 필수다. 상속ㆍ증여, 체납 각 상황에서 최적의 대응 방식은 개인의 보유 규모, 취득 이력,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세무 전문가와 함께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