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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최고들의 오답노트[큰손의 포트폴리오]
‘금융투자회사 직원 등 제3자에게 투자 판단을 일임하는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증권사들이 투자에 대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자기판단 자기책임의 원칙’에 의거해 그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다.대가의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수익률이 좋은 투자자들의 선택도 정답은 아니다. 심지어 이들도 과거 다양한 실패를 겪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월가 최고의 펀드매니저’ 빌 애크먼, ‘실리콘밸리의 전설’ 크리스 사카 등 전 세계 유명인들도 과거 투자에 실패하거나 원석을 발굴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도 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1894년 영국에서 태어난 벤저민 그레이엄은 재무제표를 분석해 주식을 투자한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29살에 이미 백만장자가 됐으며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해 “성공한 투자를 하려면 벤저민을 따르라”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레이엄의 포트폴리오는 신뢰도가 높다.이런 그레이엄도 한때 자산의 70%를 잃었던 적이 있었다. 그레이엄은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인 1926년 지인들과 함께 ‘벤저민 그레이엄 조인트 어카운트’라는 펀드를 만들었다. 1926년부터 1928년까지 3년간 연평균 25.7%의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 기간 다우지수 성장률(20.2%)보다 높았다. 45만 달러로 시작한 펀드 규모는 25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
2024.08.26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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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보다 국민연금?” 국내 큰손의 투자 전략 보니…[큰손의 포트폴리오]
[커버스토리 : 큰손의 포트폴리오] 워런 버핏 vs 국민연금.만약 큰손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투자 길라잡이로 삼아 따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수치가 있다.10.88% vs 19.06%. 이는 1000달러, 즉 134만원을 약 10년 동안 투자했을 때 양쪽의 수익률이다. 워런 버핏의 상위 10종목을 추종한 포트폴리오는 10.88%의 수익률을 기록해 2677달러로 불어난 반면, 국민연금의 상위 10종목을 따라간 포트폴리오는 5275달러로 늘었다. 2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큰손의 투자 전략이 있다. 드넓은 미국 주식의 세계에서 길라잡이가 되어줄 한국 큰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개한다. “AI, 아직 더 간다”엔비디아 더 늘린 국민연금국민의 노후자금 1114조원을 굴리는 거대 공룡 국민연금은 국내주식(13.5%)보다 더 많은 비중을 해외주식(33.9%)에 투자하고 있다.그도 그럴 게 수익률이 ‘넘사벽’이다. 국내주식 투자로 2% 수익률을 낼 때 해외 증시에서는 16%의 성과를 내며 기금을 불렸다. AI를 등에 업은 미국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국민연금 역시 올해 2분기 미국 증시에서 IT 비중을 추가로 늘리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8월 21일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1억 달러 이상 기관투자가 보유 지분 공시) 문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직접투자 자산가치는 870억3423만 달러다. 이는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다. 2분기 영수증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신규 투자 : 20개 종목추가 매수 : 344개 종목매도 : 13개 종
2024.08.25 0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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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구루 5인, 빅테크 다 팔아치우고 담은 종목은?[큰손의 포트폴리오]
“계절의 변화처럼 때가 되면 호황이 오고 때가 되면 불황이 온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유일한 파트너이자 전설적인 투자자였던 찰리 멍거가 남긴 말이다. 경기의 흐름은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속에서 위기와 기회를 읽어내야 한다는 의미다.매년 5월과 8월, 11월, 그다음 해 2월은 월가가 들썩인다. 호황과 불황의 신호를 가장 먼저 읽는 이들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13F가 공개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펼쳐놓고 미래를 점치느라 바빠진다.억만장자가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연기금, 은행, 보험회사가 매 분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13F에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투자 대가들의 13F는 각 종목에 대한 투자 지침서가 될 뿐만 아니라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거나 경기를 전망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자본은 불균형하고 정보의 비대칭이 쌓인 시장은 불공정하다.하지만 시장을 먼저 읽는 ‘투자 구루’들의 현안을 참고한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수도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글로벌 투자 대가 5인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M7으로 불리는 빅테크는 팔아치우고 소비재를 담은 구루들이 많았다. 스탠리 드러켄밀러-듀케인패밀리오피스엔비디아·애플·MS·쿠팡 내다 팔고 담배 담았다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비중을 모두 줄였다. 그가 운용했던 펀드는 1986년부터 3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30.4%에 달했다. 손실이 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쿠팡의 초기투자자로도 유명하다.&n
2024.08.25 07: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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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쌌나…정점 지난 판교 부동산[위기의 판교③]
“장남 김판교.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며 유산상속까지 약속받음. 엄마가 각종 철도, 교통, 기업 선물 보따리 철철 넘치게 줌. 비만이 걱정됨.”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엄마가 사랑하는 신도시 가계도’의 일부 내용이다. 위례신사선 착공이 늦어진 위례신도시 주민이 푸념하듯 올린 우스개지만 수도권 신도시 중 대장 격인 판교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과천, 위례 등과 함께 경기도 최고 입지를 다투는 판교는 신분당선·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을 갖춘 교통편의, 전국 최고 매출의 현대백화점, 무엇보다 7만 개 상근 일자리를 품은 판교테크노밸리로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베드타운이 많은 수도권에선 ‘자족형 도시’라는 강점이 크게 작용한다.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판교 부동산은 서울의 웬만한 자치구를 능가하는 시세를 유지했다. 강남마저 구도심이 돼버린 서울과 달리 깔끔한 택지구획과 신규 입점 상가, 주변 녹지 등으로 인해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네·카·라(네이버·카카오·라인)’를 필두로 넥슨, 엔씨로 대표되는 입주 기업들의 이름값 또한 중심지의 오피스, 상가 가격을 높게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선 “임대인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넘치는 수요 덕에 방어선은 타 지역에 비해 탄탄한 편이었다.‘높은 산’이 드디어 골짜기에 접어든 것일까. IT(정보기술)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서울 핵심지를 달군 온기가 다다르며 반등을 기대하던 판교 부동산의 상승 동력이 기대보단 약한 모습이다. 상권 중심도 하락 못 피해판교신도시에서 교통, 업무, 생활인프라
2024.08.19 09: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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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문 닫은 네카오, 돈줄 끊긴 스타트업…개발자 '혹한기'[판교의 위기②]
# 클라우드 스타트업 A사의 올해 신입 개발자 채용 경쟁률은 105대 1이었다. 직원 20명인 이 회사가 머신러닝 신입 개발자에게 제안한 초봉은 4000만원. A사는 비교적 낮은 연봉과 인지도에 구인난을 걱정했지만, 전공자부터 비전공자까지 서류가 쏟아졌다.A사 대표는 “지난 몇 년간 국비 장학금으로 개발자 학원에서 코딩을 배운 비전공자까지 합세하며 개발 인력은 늘었는데 그들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 때가 되자 ‘개발침체기’가 왔다”며 “대기업은 4~7년 차 경력자만 찾으니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도 지원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개발자들의 구직난은 판교의 위기, IT 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올해 7~9년 차 개발자 연봉 줄었다코로나 이후 연봉 인상과 인재 쟁탈전에 불을 지폈던 IT 업계의 개발자 붐이 사그라들고 있다. 대기업은 투자보다 생존에 집중하면서 신입 공채의 문을 닫았고 스타트업 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입사자보다 퇴사자가 많은 현실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일부 초급 개발자의 역할을 AI가 하게 되면서 대리급 경력직이 아니면 취업 문턱을 넘기도 힘들어졌다.네이버의 한 AI 개발자는 “개발 호황기에 개발자 양성 학원 붐이 일면서 비전공자 신입 개발자가 늘었고 스타트업, 이커머스 업계에서 빠져나온 개발 인력까지 겹치면서 ‘웃돈을 얹어가며’ 개발자를 모셔오는 시기는 끝났다”면서도 “하지만 AI 개발 역량과 서비스 이해도를 갖춘 4~7년 차의 ‘진짜 실력자’를 찾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개발자들의 연봉 상승폭은 지난해 상승률에 비
2024.08.19 0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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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된 혁신의 상징과 사라진 신예, 나몰라라 정부까지…환장의 삼박자 [위기의 판교①]
[커버스토리 : IT 산업의 위기, 위기의 판교]네카라쿠배당토직야.주술같은 이 용어는 지금 세계를 주름잡은 ‘M7’처럼 2021~2022년 한국에서 가장 핫했던 기업들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과거 삼성, 현대차에 대한 관심이 새 시대의 주역들로 옮겨가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주제도 다양했다. 차별화된 기업문화,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혜택과 억대 연봉, 인재 모시기 경쟁까지….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비대면 시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몸값은 급등했고 투자는 이어졌다. 개발자는 귀하신 몸이 됐고, 연봉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IT 기업이 밀집한 판교 일대는 인재와 자본이 밀려들었다. 2000년대부터 지켜온 ‘IT 강국’의 이름값답게 한국의 미래도 IT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다. 그러나 2, 3년의 시간과 함께 화려한 시절도 막을 내리고 있다. 다음은 판교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의 이야기다.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티몬·위메프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문제는 티메프뿐만이 아니란 거예요. 시장 자체가 위기예요. IT 채용문 닫힌 지는 꽤 됐어요. 티메프 사태가 터지고 나니까 이 여파가 IT업계 전반의 도미노 위기로 흐르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해요.”(판교 커머스업체 개발자 A 씨)“동기들을 만나면 서로 ‘살아남자’란 이야기를 하곤 해요. 며칠 전엔 ㄱ사 재무회계 팀원들이 줄줄이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주니어급까지 권고사직하고 자금 부서는 팀이 날아갔다는 거예요. IT 보릿고개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막막해요.”(판교 IT업체 회계팀 B 씨)최근 IT업계 분위기는 삭막
2024.08.19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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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도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고개숙였다[느닷없는 R의공포]
한동안 세계의 관광객도 투자자도 일본을 선호했다. 그 원천은 ‘엔저(낮은 엔화 가치)’. 일본은행(BOJ)은 17년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돈을 풀어 엔저를 유지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성장도 물가상승도 없는 디플레이션에 빠지자 꺼내든 경기부양책이었다. 일본 대신 글로벌 투자자가 환호했던 ‘엔저’엔저는 일본을 위한 정책이었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올리고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하지만 투자와 소비에 모두 소극적인 일본 국민 대신 그동안 ‘엔저’ 효과를 누리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관광객들은 싼값에 여행을 즐기러 일본으로 갔고 글로벌 은행과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기관은 거의 공짜로 대출을 받기 위해 일본에 줄을 섰다. 일본에서 돈을 빌려 수익이 높은 상품이나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공짜로 엔화 대출을 받아서 미국 국채에 투자해 5% 이익을 얻으면 투자 기간 동안 지출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투자자들은 이 밖에도 엔화를 빌려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대만 주식, 부동산,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이처럼 엔화를 빌려 다른 곳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는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일본이 이제 “무이자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이유 :싸게 빌려서 비싸게 갚게 생겼다 마이너스 금리 기조는 BOJ가 지난 3월 단기금리를 인상하며 해제됐다. 17년 만에 이뤄진 금리인상이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이전보다 더 하락했다. 당시 BOJ가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기
2024.08.11 07: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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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에서 'R의 공포'로…美 고용지표에 울고 웃는 이유[느닷없는 R의 공포]
골디락스에서 침체로. 미국 경제 전망이 순식간에 뒤집힌 건 약 일주일 만이다.지난 7월 25일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물가상승 없이 높은 성장을 이루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1.4%)의 두 배였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소비 지출, 기업 투자 등이 늘면서 시장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의 투자도 가계의 소비도 늘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인 8월 2일 전 세계 증시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뒤덮였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미국 고용시장과 제조업 지표에서 침체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8월 5일 코스피는 2400선까지 떨어졌고 닛케이지수는 12% 급락하는 ‘블랙먼데이’가 펼쳐졌다. 양국 증시는 한때 거래중지 조치까지 내려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코스피와 닛케이가 다시 급등하며 손실 일부를 회복했다. 증시 하락의 논리는 복합적이었다. 고용시장과 제조업 지표가 둔화했고 두 달 전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서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었다. AI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에 비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트럼프 변수, 엔캐리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 중동 긴장감 고조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뉴욕증시와 일본 증시가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일 정도의 지표였냐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처럼 금융시장의 붕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2024.08.11 0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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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조정 vs 본격 조정”…암초투성이 하반기 시장 [왜 느닷없이 R인가]
[커버스토리] #. A 씨는 지난 6일 새벽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들어 이만한 하락장을 보지 못한 그는 이번 증시 하락을 바겐세일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3년 만기 적금을 깨고 그간 눈여겨본 주식에 몰빵했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알파벳…. 하나둘 담다 보니 어느덧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외 인기주식 톱10을 모두 담았다. 뿌듯함도 잠시, 파란창이 화면을 장악했다. 그는 잠깐의 조정이겠거니 생각했다.최근 대폭락장에 증시로 입성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라”는 증시 격언에 따라 폭락장에 매수에 나선 이들이다. 하지만 증시 격언 중에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말도 있다. 만에 하나 본격적인 조정장이라면 투자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는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10인에게 현재 증시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지금 증시는 어느 국면에 있는가. 빚투족 등장, 바겐세일이라고?‘블랙먼데이’ 이후 투자자들의 성향은 반으로 엇갈렸다. 공포에 내던지거나 유보하는 이들, 반대로 폭락장에 뛰어든 이들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8월 6일 58조9618억원으로 전주(2일 53조8679억원)보다 5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 5일에는 59조4896억원까지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이 59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돈으로 증시 대기성 자금에 해당한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CMA와 함께 증시 자금 유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난 ‘1차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던 2021
2024.08.11 0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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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물건 사기가 무서워"…이커머스 ‘포비아’ 확산되나[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⑥]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직장인 B 씨는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건이 터진 것을 보고 국내 한 명품 플랫폼에서 구매했던 물건의 결제를 취소했다. 상품을 주문했는데도 배송이 지연되던 찰나에 ‘티메프’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불안했다. B 씨는 “상품을 산 업체에서 물건도 못 받고 환불도 되지 않는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이번 티메프 사태가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커머스 불신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과 같은 피해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을까 겁난다”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는 시간 문제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들이 처한 사정은 어렵다. 티메프 역시 매년 큰 적자를 기록하다가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 대부분의 이커머스도 이와 비슷하다.특히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는 명품 플랫폼의 경우도 소비자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싸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플랫폼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B 씨가 결제를 취소한 것도 이들 명품 플랫폼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경우 각각 약 240억원, 650억원, 780억원의 미처리 결손
2024.08.03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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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신화'에서 '양치기(?)'로 전락한 구영배[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③]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20년 전 구영배는 이커머스 신화로 불렸다.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 지마켓(G마켓)을 만들고 당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이베이에 회사를 팔았다. 전형적인 창업 성공의 스토리였다. 그래서 그는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영배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어했다. 2024년 구영배의 이미지는 180도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그를 ‘양치기 소년’이라 규정했다. 티몬과 위메프 피해자들은 구영배를 사기꾼이라며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 구영배, 지마켓에서 큐텐으로1966년생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1999년이다. 당시 인터파크를 이끌던 이기형 사장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구영배 대표는 1991년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석유탐사회사 슐럼버거에 다니다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했다. 2000년 인터파크 경매사이트 ‘구스닥’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고 2001년 인터파크에서 사내 벤처 형태로 인터파크구스닥(현재 G마켓)을 창업했다. 구스닥이 G마켓이 된 것은 2003년이다.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강조한 ‘마켓’을 적용해 ‘G마켓’으로 이름을 바꾸고 당시 1위 업체였던 옥션과 경쟁했다. 구스닥 사장 구영배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시장에서 옥션과 경쟁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며 “이미 30만 개에 달하는 상품거래와 가격 경쟁력 등에서도 옥션에 이은 마켓플레이스로 시장점유율 국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맞붙겠다”고 했다. 결과는 대성공. G마켓은 어렵지 않게 오픈마켓 1위를 차지했다. 출범 2년
2024.08.02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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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왜 나왔나…변명만 늘어놓은 구영배[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④]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약간만 도와달라.” “나도 기업회생 반대했다.” “정산대금을 인수에 쓰긴 썼는데 바로 갚았다.”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한 발언들이다. 1조원 이상의 미정산금 사태를 일으키고도 자금에 대한 행방은 밝히지 않으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서만 하소연하듯 말했다. ◆ “가용 금액 800억원, 근데 그것도 못 써” 구영배는 당장 투입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큐텐그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한도는 800억원”이라면서도 “최대 액수는 그렇지만 이 자금을 전부 다 정산 자금으로 바로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금액이 중국에 묶여 있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약 4시간가량 진행된 정무위 질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1조원의 행방’이었다. 구영배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지금 여러 의원들이 결국 피해자들에 갚아줄 돈이 어디 있는지 묻고 있는데 왜 자꾸 말을 돌리냐”며 “피해액은 1조원이라고 나오는데 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금액은 800억원이라는 거냐”고 질책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재섭 의원은 구 대표를 향해 “국민들을 현금인출기로 이용한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구영배는 “모든 비판, 책임 추궁, 처벌 다 받겠다”면서도 “그 부분(판매대금의 행방)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개인 자산을 묻는 질문에는 “집과
2024.08.02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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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조원…누가 죄인인가[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②]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티몬과 위메프의 정산대금 지급 지연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생계를 위해 입점한 소상공인과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려던 소비자는 물론이며 수백 개의 제휴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허공으로 날아간 돈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년간 여러 개의 적자 기업을 사들이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결과다. 본질적인 원인은 무리하게 문어발 확장을 한 구 대표에 있지만 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큐텐에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8%에 해당하는 전자상거래 업체 인수를 허락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감독원(금감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책임자 1. 구영배가장 큰 잘못을 한 인물은 과도한 외형 확장에 나선 구영배다. 지난 2년간 한국 기업 4개, 미국 기업 1개 등 총 5개 회사를 사들이며 사세를 확장했다. 목적은 하나. ‘나스닥 상장’이었다. 기업 운영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대표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7월 30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가장 자주 한 대답도 “구체적인 것까지는 (내가) 파악하지 못한다”였다. 구영배는 2011년 설립한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앞세워 미국 나스닥 상장을 시도했다. IB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추진 시점은 당초 올해 10월이었다. 다수의 이커머스 기업을 사들인 것도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들 회사의 물류를 큐익스프레스에서 전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매출은
2024.08.02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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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테크 불안했다" 티몬·위메프의 수상했던 6개월[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①]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 # A 씨는 지난 4월 한 커뮤니티에서 티몬캐시 상품권의 할인 소식을 들었다. 5만원권을 10% 할인된 4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0장을 구매했다. 45만원을 주고 50만원의 티몬캐시를 얻게 됐다.A 씨는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했다. 고객 부담 수수료 4%를 제외한 48만원이 페이코 포인트로 적립됐다. 45만원을 투자해 48만원을 만들어낸 셈이다. 앉은 자리에서 3만원을 벌었다. 이 포인트로 아파트 관리비도 내고 이마트24, 파리바게뜨, 올리브영에서도 썼다. 상품권을 싸게 사서 포인트로 바꿔 이득을 남기는 것을 ‘상테크’라고 부른다.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하고 액면가의 타사 포인트(또는 기프티콘 구매)로 전환해 차익을 남기는 상품권+재테크의 줄임말이다. 올해 초 티몬과 위메프는 다양한 상품권 할인 판매에 나섰다. 티몬은 티몬캐시를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도 200만원까지 늘려줬다. 알뜰한 젊은이들은 앞다퉈 상테크에 나섰다. 젊은이들은 좋아했지만 업계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많았다. 오픈마켓이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급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만큼 티몬 측은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소비자, 페이코, 페이코 제휴사로 등록된 오프라인 매장 등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는다. 매장은 고객이 쓴 페이코 포인트를 페이코에 요구하고 페이코는 티몬에 이 금액을 요구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10% 할인 판매한 티몬만 돈을 잃었다. 그러나 티몬은 상품권 할인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현
2024.08.02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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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 문법 깬 트럼프 행정부, 기대에서 시작해 카오스로 끝나[해리스vs트럼프⑤]
2016년 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투표 결과는 그가 레드넥(중산층 이하 백인 노동계층)만이 지지하는 별난 후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깼기 때문이다. 검증된 정치인이자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은 더욱 뼈아팠다.승리를 이끈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구호를 본뜬 슬로건. 트럼프는 자신의 슬로건대로 반(反)이민, 작은 정부, 외교적 고립주의(Isolationism) 등 공화당 내에서도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수 정책을 임기 내내 내세웠다.미국 유권자들은 오랜 국외 전쟁과 국가부채, 중국의 도전에 직면해 위기감과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세계의 경찰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점잔을 빼던 패권국의 지도자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사업가 출신 후보가 먹히던 순간이다.하지만 숫자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대내외 질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아 철군 문제로 그가 직접 뽑은 국방장관은 사임했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악화했다. 무엇보다 각종 비리혐의와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으로 임기 말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反이민·리쇼어링이 핵심2017년 1월 첫발을 뗀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220개(13765~13984호)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쏟아냈다. 그는 첫해에만 55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당시보다 많은 것이었다.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의 독자적인 정책실현 수단으로서 의회 승인 없이 서명하는
2024.07.29 07:3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