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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보다 합정?" 20대부터 넥타이부대까지 다 잡은 마포 상권[마포구의 비밀③]
[커버스토리 : 마포구의 비밀③]마용성이 서울 아파트값만 주도한 게 아니다. 2010년대부터 트렌드를 주도한 상권 역시 마용성이 이끌었다. 공식이 있다. 상권이 먼저 성장하고 부동산이 들썩인 건 그다음이었다. 그중에도 마포구는 가장 오랫동안 젊음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에는 신촌이, 1990년대부터는 홍대가, 2000년대 들어서는 상수와 합정으로 젊음과 활기가 번졌다.이후에는 연남동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공덕 재개발 이후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따라 공덕역, 대흥역 상권도 부흥했다. 공덕역~마포역 인근의 도화동과 용강동은 여의도와 마포구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을 기울이는 법인카드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합정동 주택가는 지금 가장 뜨거운 동네다. 골목 골목은 20대로 붐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AI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합마르뜨’라 불리는 합정역 7번 출구는 지난해 20대 결제 비중이 가장 높은 골목상권이었다.이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홍대와 합정, 상수 상권 중심의 마포구가 2023년 20대가 주말 외식을 위해 자주 찾는 지역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울 강남구, 3위는 서울 종로구였다. 성수동, 한남동, 용리단길이 떴다지만 서울 상권의 전통 강자였던 마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다.같은 조사에서 2019년과 비교해 4년 동안 소비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 역시 마포구였다. 2위는 더현대서울이 있는 영등포구, 3위는 맛집과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성동구였다.‘1인 가구’ 역시 마포구를 설명하는 단어다. 마포구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48%로 서울 평균(36.8%)보다 높다. 마포구에 개
2024.06.17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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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이라도 사둘걸” ‘MZ 픽’된 마포, 버릴 곳이 없네 [마포구의 비밀①]
“거기 개집이라도 사뒀어야 하는데.”신촌에서 대학을 나왔거나 젊은 시절 인근 밥집, 술집을 애용하던 30~40대 직장인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동기들의 자취방이 밀집됐던 학교 근처 낡은 주택가가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촌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행인들로 북적이던 만남의 장소는 다소 한산해졌다.이 같은 변화는 마포의 성장과 함께한다. 불과 10~20년 사이 오래된 서울 부도심으로만 취급받던 마포의 위상은 달라졌다.마포는 오래된 도시다. 그래서 마포 하면 상가와 노후화한 주택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노후화한 주택가는 아현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 등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대거 추진되며 변신에 성공했다. 심지어 ‘대기업 맞벌이’로 상징되는 젊은 중산층 가구가 선망하는 주거지로 자리매김했다.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신프자(신촌 프레스티지자이)’ 등 일부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투자자 및 수요층 사이에서 명성을 얻게 됐다. 마포구의 서쪽 끝인 상암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업무지구가 들어서며 서울 서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마포는 올해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해 말 대비 올해 5월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가 마포였다. 지금 같은 부동산 하락기는 시세에 거품이 빠지며 지역별, 단지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기다. 투자수요가 밀물처럼 사라진 자리를 실거주 수요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포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실거주 대기수요가 많다는 뜻이다.마포구는 아파트뿐 아니라 상권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마포
2024.06.17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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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된 ‘마포아파트’부터 ‘마프자’까지, 마포 대장주 특징은? [마포구의 비밀②]
부동산 측면에서 보면 마포의 강점은 새 아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노후 아파트 비율이 10%대에 그친다. 그만큼 최근 재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말한다. 마포구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지역별, 입지별로 선호도가 나뉜다. 실수요자들이 마포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은 대체로 마포대로 일대인 ‘동마포’다. 행정구역 마포동이 위치한 만큼 동마포 지역은 동서로 넓은 마포구의 근본 역할을 한다. 지역 시세를 이끄는 일명 ‘대장주 아파트’ 역시 상당수가 이 동마포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아파트 문화 선도한 마포주거지로서 동마포의 가치를 처음 입증한 사건은 ‘마포아파트 재건축’이다. 1964년 공사를 마친 도화동 마포아파트는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서 지상 6층, 10개동 642가구 규모로 지금의 마포대로 동쪽,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 위치했다.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의 주거생활을 향상시킨다”며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1988년 12월 소유주들은 국내 최초로 재건축 조합을 결성했고 마포아파트는 1991년부터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재건축사업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당시 사업 추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마포아파트가 동 간격이 넓고 쾌적한 저층 아파트이므로 대지지분이 컸다는 점과 약 35년 전에도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마포대로 인근의 입지를 높게 쳤다는 점이다.마포는 서울 서부 중심에 위치한 만큼 인근 지역 개발의 수혜를 직접 입는다. 마포대로는 직선으로 서대문과 광화문으로 연결된다. 1970년대에 이미 여의도와 마포대교가 개발됐고 마포대로
2024.06.17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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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과 옛것의 공존이라는 가치[EDITOR's LETTER]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오래전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시절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포차거리로 들어선 순간, 나이든 감성이 발붙일 공간은 없었습니다. 도로 양쪽에 수십 개의 가게가 인도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로 빼곡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포차거리는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야장’을 즐기는 핫한 거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유난히 좋은 날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하늘이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고, 밤에는 몸을 감싸는 바람이 어딘가를 걸으라고 속삭였습니다.그래서일까. 한 트렌드 전문가는 올해의 키워드는 ‘야장’이라고 했습니다. 종로3가 포차거리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야외에서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성수동, 홍대, 이태원, 한남동, 용리단길, 연남동, 상수, 합정, 망리단길, 을지로 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아파트와 고층 빌딩숲이 만들어낸 반작용인 듯합니다. 젊은이들은 공장이 있던, 또는 낮은 건물만 있는 낯선 골목에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실제 젊은이들이 ‘힙’하다고 하는 길거리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자란 아파트 공간과 다릅니다. 낯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게 핫플은 코엑스 같은 복합몰이었던 것도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 낯설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또 하나 그 길거리의 공통점은 주변 건물의 층고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높은 빌딩과 함께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도시에 살다 낮은 건물들만 있는 곳에 가면 심리적 안정
2024.06.1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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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와도, 적게 와도 문제…제주 관광 해법은 없을까['피크아웃' 제주]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딜레마. 유럽 어느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화산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청정 해안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관광지 제주도가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내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일명 ‘비계 삼겹살’ 사건으로 촉발된 제주의 물가와 불친절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격리가 본격적으로 풀리며 해외 관광지가 대체재로 떠오른 가운데 내국인들이 제주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낙인효과’로 인해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는 것이다.도민들은 도민들 나름대로 고통을 겪어왔다. 매년 제주도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물가, 자연환경 훼손, 교통체증에 시달려왔다. 불편을 감수해도 제주도민 1인당 소득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관광객 지갑에서 흘러나온 돈의 ‘낙수효과’가 도민에게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제주살이 열풍이 불기 시작한 10여 년 전에도 내외국인 사이에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는 했다. 관광객들의 볼멘소리도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즉 바로잡을 기회가 많았다는 뜻이다.결국 화살은 도정으로 향한다.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는 이름 그대로 유례없는 행정상의 자치권을 부여받았다. 관광업계에서는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인해 도정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한계는 존재하나 장기적 관점에서 도를 대표하는 큰 줄기의 관광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드웨어 위주 정책, 외형만 성장시켜과거 대표 신혼여행지로 꼽히던 제주도는 199
2024.06.10 13: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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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3억까지 갔던 제주, 최악의 미분양 사태['피크아웃' 제주]
최근 제주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물가가 크게 올랐고 흑돼지 논란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오르며 관광객들의 '가격 저항성'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본, 베트남, 발리 등 가격이 저렴하고 낯선 도시로 떠나는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의 실물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1분기 제주에서는 생산, 소비, 사람이 모두 줄었다. 제주가 '눈물의 섬'이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내국인 1380만 명이 제주를 찾았고 '제주 살이'는 낭만의 대명사가 돼 아파트 값을 밀어올렸다. 이제는 제주를 떠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졌다. 1분기 제주 인구 1678명이 순유출 됐는데, 20대의 이탈률이 가장 높았다. 관광지로서도, 투자지로서도 정점을 찍고 내려온 제주 현장을 둘러봤다.지난해 아파트 값이 13억원까지 치솟았던 제주가 최악의 미분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10%가 제주에 쌓였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매매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열기가 급격하게 식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제주 미분양 주택은 2837가구에 이른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역시 1341채로 절반에 이른다. 한때 ‘제주살이’ 열풍으로 활기가 넘치고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도 많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직격탄을 맞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 부동산 경기가 힘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분양가다. 지난 4월 기준 제주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3.3㎡(1평)당 2482만원으로 전국에서 서울(3891만원)과 대구(3066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분양가가 이
2024.06.10 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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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이면 일본"…'피크아웃' 제주, 생산·소비·인구 다 줄었다[르포]
“주말인데 동문시장에 사람이 없네요?”“요즘 이 정도면 많은 거야.”지난 6월 1일 찾은 제주도 동문시장. 토요일 저녁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한산해 보였다. 활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산물 점포에서 일하는 양모 씨는 갈치를 손질하며 “작년 5월 말부터 동문시장을 찾는 손님이 확 줄었고 올해는 유독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동문시장은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이전 몇 번 왔을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일까, 시장 길목을 메웠던 방문객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84만5463명. 작년보다 36만8000명가량 줄었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대만 등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더 이상 제주도가 최선호 관광지가 아닌 셈이다. 물론 내국인 관광객의 공백을 외국인이 채워주고 있다. 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54만392명이 제주에 들어왔다. 전년 동기 대비 439% 늘었다.하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짜졌다. 제주도가 1~4월 제주 방문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4개월간 제주에서 신용카드(신한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조862억 2200만원으로 지난해 1조480억9000만원보다 3.6% 상당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내국인은 약 8978억원을 써 지난해(약 9440억원)보다 감소했고 외국인이 약 1883억원으로 전년(약 1040억원)보다 80.9% 증가했다.전체 소비액은 늘었지만 1인당 지출 규모는 오히려 3분의 1로 크게 줄었다. 1~4월 외국인 1인당 신용카드 지출액은 34만8000원으로, 지난해 103만8000원의 34% 수준으
2024.06.10 07: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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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포드, 어떻게 위기서 벗어났나…바보야, 문제는 리더야![K기업 고난의 행군⑩]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⑩-해외사례]과거 영광을 누리던 회사들 가운데 살아남는 곳은 많지 않다.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 NEC,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은 몰락했고 1960년대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었던 캐나다 소매기업 시어스는 경영난에 허덕이다 2018년 파산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경쟁사에 밀리면서 고객을 잃은 결과다. 반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은 회사가 있다.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와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 디즈니, M&A로 키운 콘텐츠 파워월트디즈니는 1923년 설립돼 101년을 맞은 회사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미키마우스’부터 ‘증기선 윌리’ 등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키며 1970년대까지 업계를 이끌어왔다. 위기는 디즈니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1966년 사망한 이후 시작됐다. 당시 공개한 영화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하고 경영자들의 잘못된 판단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에서 디즈니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4%까지 추락했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핵심은 ‘리더’다. 디즈니는 1984년 파라마운트픽처스 사장을 맡고 있던 마이클 아이즈너를 영입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아이즈너의 주도로 1990년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등 주목할 만한 애니메이션을 연이어 제작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아이즈너가 10년 이상 디즈니 사업을 총괄하
2024.06.03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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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 없고 브랜딩도 없다…왕년의 유통 왕국 롯데백화점[K기업 고난의 행군⑧]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⑧]유통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라고 했다. 자리를 잘 잡고 공간을 입점업체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백화점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몰링’이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것을 몰링이라고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젊은 소비자들이 이끌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2000년대 후반 이후 문을 연 백화점들은 모두 큰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공간이 필요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당시 아시아 최대의 식품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는 강남점, 대구점, 부산센텀시티점 등을 대형 점포로 조성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더현대서울은 아예 이 같은 니즈를 반영해 집객에 성공했다. 그런데 한때 한국 유통 시장의 맹주로 불렸던 ‘롯데백화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새로운 게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유통산업에 진출해 업계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온 과거 위상이 무색해질 정도다. 신세계가 지방 점포를 ‘초대형 복합쇼핑몰화’하고 현대는 ‘맛집’과 ‘팝업스토어’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롯데만의 차별화 전략은 의문이다. ◆ 소규모 다점포 전략,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롯데백화점은 2016년까지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1조8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곳은 ‘롯데 본점’이 유일했다. 2015년에는 시장점유율 51.5%(매출 기준)를 기록하며 과반 이상을 확보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32개 점포를
2024.06.03 07: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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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에서 혁신이 사라졌다[K기업 고난의 행군⑥]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⑥]‘아모레퍼시픽이 대한민국 화장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2008년 3월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 브랜드 아이오페에서 세계 최초로 쿠션 화장품을 출시하자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1초에 1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자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됐나’라는 기사를 통해 회사를 조명하기까지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업계는 물론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주도권은 H&B스토어를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이 가져갔다. 업계 내 아모레퍼시픽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 제2의 쿠션은 어디에쿠션은 혁신 그 자체였다. 액상 내용물을 머금은 스펀지를 퍼프로 소량 찍어내 바르는 베이스 메이크업 화장품이다.2015년 국내외 33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며 ‘초 단위로 팔리는 화장품’이 되자 모든 회사가 아모레퍼시픽을 따라했다. 2015년 랑콤, 2016년 에스티로더·디올·입생로랑, 2017년 샤넬·나스·아르마니 등 세계 굴지의 브랜드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제품과 유사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의 팩트는 휴대성과 편의성이 좋다”며 “화장 준비 시간이 줄어들면서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습관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쿠션 이후에는 큰 혁신이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 아모레퍼시픽은 선망의 기업이었다”며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보너스도 두둑해 모두가 가고 싶어 했다. 한때는 ‘월급보다는 성과급
2024.06.03 07: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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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함정에 빠진 이마트[K기업 고난의 행군⑦]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⑦]10년 전인 2013년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7351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4762억원. 당시 이마트 주가는 20만원대 중반이었다. 중국 사업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이 나서서 이마트 투자를 늘리는 등 이마트는 국내 유통산업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때 대기업 비(非)오너가 임원 중 최고 주식 부자는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을 가진 구학서 전 신세계그룹 회장이었다. 지난해 이마트는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9조472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469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는 1880억원을 벌었지만 다른 자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이커머스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이마트의 영향력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 힘 빠진 본업, 뒤늦은 경영 판단과거 이마트는 대형마트 1위일 뿐만 아니라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회사였다.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영국 테스코 등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한국 사업을 철수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이마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커머스에 밀려 오프라인이 어려워진 것도 문제지만 이마트의 주요 실책들도 원인이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과도한 외형 확장으로 본업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잘못된 투자가 누적된 것 등을 이마트 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이마트가 현재 관리하는 주요 자회사(신세계백화점 계열 회사 제외)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 △이마트24(편의점)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SSG닷컴 △지마켓 △W컨셉 △신세계푸드 △신세계엘앤비(와인) △SCK컴퍼니 △스무디킹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리테일
2024.06.03 0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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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위 호령했던 네카오…스타트업 정신의 실종[K기업 고난의 행군⑤]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⑤]‘네카오’가 코스피를 호령하던 때가 있었다. 네이버는 2021년 코스피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고 카카오는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국민주’로 통했다.코로나 시기에 광풍이 불었던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의 대표기업이기도 했던 이들의 주가 전성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24년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은 모두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올해 들어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고 있다. 2021년 8월 46만원을 찍었던 네이버는 1년 만에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꾸준히 좋았지만 실적 대비 주가의 부담이 컸던 탓이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리인상, 긴축 기조가 확실해지면서 성장주 프리미엄은 축소됐고 빅테크에 꼈던 거품이 빠져나갔다.올해는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네이버 주가는 장중 17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미국 빅테크의 약진과는 대비되는 장면이다.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거꾸로 갔다.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439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매출은 2조5261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를 찍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치플랫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지만 또 다른 캐시카우인 커머스 사업과 새로운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당장 실적은 괜찮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사인이다.증권가도 네이버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주가 반등을 위한 ‘한 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의 밸류에이션 멀
2024.06.03 0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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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대표주자'가 어쩌다…CJ ENM, 무리한 투자로 '한류 덕' 못봤다[K기업 고난의 행군④]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④]지난 몇 년간 K-콘텐츠는 전성기를 누렸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으로 시작한 한국 콘텐츠 붐은 한국 음식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 영화, 음악, 커머스 사업을 모두 갖고 있는 ‘콘텐츠 왕국’ CJ ENM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의 주가는 2021년 한때 18만원대까지 갔었다. K-콘텐츠 선두주자의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부침은 있었지만 줄곧 내리막을 걸으며 작년 10월 5만원대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최근 ‘선재 업고 튀어’ 등 연이은 드라마 히트에 힘입어 주가 8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이름에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주가가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실적도 좋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그해 CJ ENM 영업이익은 296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그것도 잠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K-콘텐츠 대표주자’ CJ ENM의 위기를 촉발한 요인은 크게 3가지였다. 무리한 투자로 인한 후유증으로 재무적 부담이 증가한 것이 첫째 요인이다. 또 콘텐츠 시장 환경 변화로 넷플릭스가 패권을 잡으며 TV 광고비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제작비가 증가해 뜨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거둬들이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21년 296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2년 1374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46억원 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출혈이 더 컸다. 2021년 2276억원에서 2022년에 1768억원 당기순손실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3968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회사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구조
2024.06.03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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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리니지 성공 방정식에 얽매여 추락한 게임 대장주[K기업 고난의 행군③]
국내 게임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시총 20조원을 넘긴 명실상부 게임 대장주. 리니지 성공신화가 이끄는 확실한 캐시카우. 일찍부터 AI 기술 투자에 나선 선도자.한때 엔씨소프트를 향하던 찬사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고 추락은 가팔랐다. 2021년 장중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올해 16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매출은 5년 만에, 영업이익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영광도 추락도 리니지와 함께 시작됐다. 2017년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M’이 서비스 시작 직후 월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핵심은 ‘현질’을 유도하는 ‘페이 투 윈’ 방식이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했다.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후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리니지M을 벤치마킹했다. 리니지 성공모델을 그대로 베낀 게임들은 ‘리니지 라이크’로 불렸다. 영광도 추락도 리니지가 주도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 리니지W까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모바일 MMORPG는 찍어내기만 하면 캐시카우가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2010년대까지는 그 공식이 통했지만 MMORPG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매우 적고 한국에서도 나이가 많은 유저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다 보니 젊은 유저를 공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익은 확실했지만 혁신 없는 성장은 한계에 부닥쳤다. 올해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397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8.5% 급감한 257억원에 그쳤다.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꺾이면서
2024.06.03 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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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삼성은 없었다"…반도체를 흔든 30년 1위의 자만[K기업 고난의 행군②]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2021년 5월 27일 주가 7만9600원(장 마감 기준). 3년이 지난 2024년 5월 28일 주가 7만7600원.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일 ‘AI 봄바람 탄다’, ‘이번엔 진짜 간다(오른다)’ 등의 말이 나오고 있지만 주가는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지 못한다. 세계 1위 타이틀이 익숙하지만 그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초격차’로 표현해온 기술 리더십과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혁신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한때 ‘외계인을 고문해 반도체를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지만 2024년의 삼성에는 ‘역초격차’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 “수주업은 자기가 먹던 감이라도 내줘야 한다” 1974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한 지 50년이 흘렀다. 경쟁사보다 빠른 기술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산업 리더가 됐다. 특히 메모리 시장에서는 1993년 세계 1위를 석권한 이후 최근까지도 이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D램에서는 4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너무 오랜 기간 1위 자리에 있던 게 오히려 문제였을까. 과거 삼성전자는 한국 산업에서 혁신의 상징과 같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삼성전자에서 혁신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뒤처지고 있다. 지능형(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2024.06.03 0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