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원전·SMR 최강자…무탄소 발전 기술 선도 [2024 100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가스터빈·소형모듈원전(SMR)·해상풍력·청정수소 등 4대 탄소중립 기술을 바탕으로 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올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청정에너지원으로 원전과 SMR이 주목받으면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2023년 신한울 3·4호기를 수주하며 K-원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올해 15년 만에 해외 원전 수주에 도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9년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한 바 있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는 3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체코 프로젝트는 두코바니 및 테믈린 지역에 1200MW(메가와트)급 이하 원전을 최대 4기 건설하는 사업이다. 기존 한국·미국·프랑스 3파전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면서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1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두산 파트너십 데이’에 직접 수주 지원 행사를 주관하며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했다.체코 현지 언론에서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유럽 시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고 원전 생태계 구축으로 향후 추가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탈원전 기조를 유지해온 유럽은 재생에너지만으론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시각과 러
2024.06.24 07:50:01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40년 '신한맨'…'고객중심' 경영 집중[2024 100대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변화에 도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리더십으로 고졸 행원 출신에서 그룹 지주사 회장까지 오르는 신화를 썼다. 진 회장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2년 신한은행이 창립되자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겨 인력개발실과 여신심사부, 국제업무팀장 등 인사·영업·글로벌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다.진 회장은 신한금융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18년간 일본 현지에서 근무하며 오사카지점장을 거쳐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진 회장은 2015년부터 SBJ은행 법인 대표를 맡아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진 회장은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상무급인 일본 법인장에서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석 달 만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올랐다. 2019년부터는 신한은행장을 맡아 ‘리딩 뱅크’로 키웠다. 2023년 3월 신한금융그룹의 4번째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고객중심 경영’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지향점으로 삼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진 회장의 의지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조직 개편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2023년 7월 지주회사에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11개에 달한 지주사 부문을 전략, 재무, 운영, 소비자보호 등 네 개 부문으로 통합했다.각 그룹사가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소비자보호 관련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2024.06.24 07:47:01
-
권오갑 HD현대 회장 '언행일치' 리더십으로 그룹 재계 순위 6위 올라[2024 100대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사회적으로는 존경을 받고 경영상으로는 흑자를 내야 하며 모든 임직원과 주주들이 신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전한 말이다. 권 회장의 당부는 자신이 써내려 온 기록이기도 하다. 권 회장 앞에는 늘 ‘샐러리맨 신화’ 수식어가 붙는다. 1978년 HD현대중공업 평사원으로 입사해 13번 진급하며 대한민국 6대 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조선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산증인이다.권 회장의 업적은 ‘신화’라 불릴 만하다. 단순히 사원에서 회장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 결정과 글로벌 시장을 읽는 혜안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고, 내부에서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으로 솔선수범하며 딱딱한 중공업 회사의 조직 문화 혁신에 성공했다. 2010년 그룹에 편입된 HD현대오일뱅크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오갑 회장은 과감한 투자 결정과 조직 문화 혁신,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수 당시 영업이익 13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를 1조원대 규모로 탈바꿈시키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석유화학을 비롯해 윤활유, 카본블랙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사의 성장 기틀을 구축했다. 글로벌 불황으로 조선산업이 어려움을 겪던 2014년에는 HD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취임해 고강도 개혁으로 2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당시 “회사가 이익을 낼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3년간 무보수로 일한 일화는 유명하다. 능력 있는 젊은 차·부장들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해 회사를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한편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R&D 인력 확
2024.06.24 07:40:01
-
조주완 LG전자 사장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도약 이끄는 글로벌 전략가[2024 100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쌓은 ‘글로벌 전략가’다. LG 재직 기간 중 절반 이상 해외에서 근무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LG전자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비전 실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조 사장은 특히 글로벌 선도 가전기업을 넘어 ▲B2B(전장, 냉난방공조, 빌트인, 사이니지 등) ▲Non-HW(구독, WebOS 콘텐츠 등) ▲신사업(로봇, 전기차 충전 등) 분야의 청사진을 그렸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격전지이자 전 세계에서 AI가 가장 치열하게 논의되는 미국 서부지역을 찾아 세계적인 수준의 AI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영입하고 사업 전 영역에 걸친 AI 가속화 전략 구상에 돌입하기도 했다.조 사장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소재 유력 기관투자사의 고위급 투자 담당 임원 대상 기업설명회를 주관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주최하는 ‘MS CEO 서밋’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AI 우군을 확보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조 사장의 리더십 아래 LG전자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으로의 변화에 속도를 내며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4조2278억원, 영업이익은 3조549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사상 최대이며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익성의 경우에도 과거 펜트업(Pent-up) 수요 당시에 버금가는 견조한 영업이익을 보였다.특히 경기침체, 수요감소 등 어려운 외부환경에서도 생활가전 사업과 전장 사업이 각각 8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LG전자에서 두 사업을 합친 매출 규모는 8년 전 18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4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2024.06.24 07:36:01
-
재도약 나서는 100명의 CEO…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1위[2024 100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순위분석]기업의 실적은 사람, 자본, 기술이 만나 이뤄낸 함수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 투자로 이어지는 수익, 시장을 관통하는 기술 중 하나라도 빠지면 실적과 주가는 동반 하락한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CEO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며 재도약에 나선 리더다.올해 100대 CEO 조사에서 톱3는 견고했고 7명의 CEO가 100위권 내에 새롭게 진입했다. 예상외로 약진한 업종은 건설이었고 유통과 종합상사는 실적이 하락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기업집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그룹 등 ‘범현대가’의 존재감이 컸다. 톱10 ‘전기차 캐즘’ 뚫은 현대차그룹의 질주 LG전자, 최대 매출 달성 삼성전자의 한종희 부회장이 100인의 CEO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그간 한경비즈니스가 조사한 100대 CEO(기업)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고 모바일·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도 고전했다.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회장은 반도체부터 가전까지 AI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엔비디아발 AI 광풍으로 인해 증권가도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6.97% 상승한 8조2029억원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위 자리를 지켰다. ‘전기차 캐즘’ 시대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경쟁력 우위를 점한 현대차는 선제적 투자
2024.06.24 07:29:01
-
SK이노 박상규·SK지오 나경수 ‘올해의 표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2024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인물일까.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2024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를 선정했다. ‘100대 기업 CEO’의 표준 모델을 찾기 위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 CEO들의 출신 대학(학부)·전공·나이를 분석했다.이 같은 자료를 기초로 추린 결과 ‘1964년생·SKY대 경영학 전공·남성’이 표준 모델로 나타났다. 100명 중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서울대 경영)과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고려대 경영)이었다. 과거 데이터와 동일한 조건에서 분석하기 위해 나이는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전 방식을 기준으로 했다. 100대 기업 ‘SKY대 경영·1964년생 용띠 CEO’가 이끈다 100대 기업을 이끄는 CEO의 평균 연령은 61세(1964년생)였다. 지난해(60.4세)보다 0.6세 높아졌다. 세대별로 보면 현재 50대 중반~60대 중반인 1960년대생이 75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1950년대생 16명, 1970년대생 8명, 1980년대생 1명으로 조사됐다.세부적으로는 60~65세(1961~65년생) CEO가 과반(51명)이었다. 이어 △55~59세(1966~70년생) 21명 △65~69세(1956~60년생) 15명 △70~74세(1951~55년생) 6명 △45~49세(1976~80년생) 3명 △40~44세(1981~85년생) 1명 등의 순이다.100대 기업 CEO 중 ‘용띠’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1964년생(61세) 용띠 CEO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소띠(1961년생), 2021년 토끼띠(1963년생)에 이어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용띠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1952년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필두로 1964년생 장재훈 현대차 사장·박상규 SK이노베이션
2024.06.24 06:08:01
-
"홍대병의 고장, 마포구 상권이 오래가는 이유" 도보마포 신현오 인터뷰 [마포구의 비밀④]
[커버스토리 : 마포구의 비밀④]"마포구는 '홍대병'의 고장이다. 부정적인 의미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단어에는 동네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 취향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마포구에 ‘진심’인 사람이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6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로컬큐레이터 신현오 씨다.인스타그램 계정 ‘도보마포’를 운영하는 그는 마포구 주민과 상인 1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맛집이나 카페, 편집숍, 생활정보 등 마포구 로컬 콘텐츠를 전했다. 개설 2년 만에 급성장한 그의 계정은 마포구 주민이나 합정, 상수, 망원, 공덕 등 마포구를 찾는 사람들의 필수 채널이다. 마포구에서 나고 자라 동네에 대한 애정만으로 마포구 상권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됐다. 9년 차 마케터로서의 감각과 인사이트도 채널이 성장하는 데 한몫했다.지난 6월 12일 상수역 도덕과규범 카페에서 그를 만나 마포구 상권의 특징과 변화를 물었다. 그는 ‘홍대병’에 비유해 마포구 상권을 설명했다.홍대병은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한 브랜드나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단어로 시작했다. 주류보다는 비주류, 대중성보다는 개성, 양산형보다는 맞춤형을 지향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마포구에 발레파킹 문화가 없는 이유-마포구 상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골목, 단골, 홍대병입니다. 세 가지 단어가 유기적으로 이어집니다. 망원동, 상수동, 합정동, 성산동 등 주택가나 사람의 발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과 그 사이에 생긴 작지만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만드는 골목상권의 시초가 마포구입니다. 구불구불 이어지
2024.06.17 07:10:01
-
"성수보다 합정?" 20대부터 넥타이부대까지 다 잡은 마포 상권[마포구의 비밀③]
[커버스토리 : 마포구의 비밀③]마용성이 서울 아파트값만 주도한 게 아니다. 2010년대부터 트렌드를 주도한 상권 역시 마용성이 이끌었다. 공식이 있다. 상권이 먼저 성장하고 부동산이 들썩인 건 그다음이었다. 그중에도 마포구는 가장 오랫동안 젊음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에는 신촌이, 1990년대부터는 홍대가, 2000년대 들어서는 상수와 합정으로 젊음과 활기가 번졌다.이후에는 연남동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공덕 재개발 이후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따라 공덕역, 대흥역 상권도 부흥했다. 공덕역~마포역 인근의 도화동과 용강동은 여의도와 마포구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을 기울이는 법인카드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합정동 주택가는 지금 가장 뜨거운 동네다. 골목 골목은 20대로 붐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AI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합마르뜨’라 불리는 합정역 7번 출구는 지난해 20대 결제 비중이 가장 높은 골목상권이었다.이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홍대와 합정, 상수 상권 중심의 마포구가 2023년 20대가 주말 외식을 위해 자주 찾는 지역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울 강남구, 3위는 서울 종로구였다. 성수동, 한남동, 용리단길이 떴다지만 서울 상권의 전통 강자였던 마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다.같은 조사에서 2019년과 비교해 4년 동안 소비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 역시 마포구였다. 2위는 더현대서울이 있는 영등포구, 3위는 맛집과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성동구였다.‘1인 가구’ 역시 마포구를 설명하는 단어다. 마포구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48%로 서울 평균(36.8%)보다 높다. 마포구에 개
2024.06.17 07:00:05
-
“개집이라도 사둘걸” ‘MZ 픽’된 마포, 버릴 곳이 없네 [마포구의 비밀①]
“거기 개집이라도 사뒀어야 하는데.”신촌에서 대학을 나왔거나 젊은 시절 인근 밥집, 술집을 애용하던 30~40대 직장인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동기들의 자취방이 밀집됐던 학교 근처 낡은 주택가가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촌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행인들로 북적이던 만남의 장소는 다소 한산해졌다.이 같은 변화는 마포의 성장과 함께한다. 불과 10~20년 사이 오래된 서울 부도심으로만 취급받던 마포의 위상은 달라졌다.마포는 오래된 도시다. 그래서 마포 하면 상가와 노후화한 주택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노후화한 주택가는 아현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 등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대거 추진되며 변신에 성공했다. 심지어 ‘대기업 맞벌이’로 상징되는 젊은 중산층 가구가 선망하는 주거지로 자리매김했다.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신프자(신촌 프레스티지자이)’ 등 일부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투자자 및 수요층 사이에서 명성을 얻게 됐다. 마포구의 서쪽 끝인 상암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업무지구가 들어서며 서울 서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마포는 올해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해 말 대비 올해 5월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가 마포였다. 지금 같은 부동산 하락기는 시세에 거품이 빠지며 지역별, 단지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기다. 투자수요가 밀물처럼 사라진 자리를 실거주 수요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포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실거주 대기수요가 많다는 뜻이다.마포구는 아파트뿐 아니라 상권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마포
2024.06.17 06:00:11
-
재건축된 ‘마포아파트’부터 ‘마프자’까지, 마포 대장주 특징은? [마포구의 비밀②]
부동산 측면에서 보면 마포의 강점은 새 아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노후 아파트 비율이 10%대에 그친다. 그만큼 최근 재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말한다. 마포구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지역별, 입지별로 선호도가 나뉜다. 실수요자들이 마포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은 대체로 마포대로 일대인 ‘동마포’다. 행정구역 마포동이 위치한 만큼 동마포 지역은 동서로 넓은 마포구의 근본 역할을 한다. 지역 시세를 이끄는 일명 ‘대장주 아파트’ 역시 상당수가 이 동마포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아파트 문화 선도한 마포주거지로서 동마포의 가치를 처음 입증한 사건은 ‘마포아파트 재건축’이다. 1964년 공사를 마친 도화동 마포아파트는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서 지상 6층, 10개동 642가구 규모로 지금의 마포대로 동쪽,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 위치했다.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의 주거생활을 향상시킨다”며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1988년 12월 소유주들은 국내 최초로 재건축 조합을 결성했고 마포아파트는 1991년부터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재건축사업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당시 사업 추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마포아파트가 동 간격이 넓고 쾌적한 저층 아파트이므로 대지지분이 컸다는 점과 약 35년 전에도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마포대로 인근의 입지를 높게 쳤다는 점이다.마포는 서울 서부 중심에 위치한 만큼 인근 지역 개발의 수혜를 직접 입는다. 마포대로는 직선으로 서대문과 광화문으로 연결된다. 1970년대에 이미 여의도와 마포대교가 개발됐고 마포대로
2024.06.17 06:00:03
-
새것과 옛것의 공존이라는 가치[EDITOR's LETTER]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오래전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시절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포차거리로 들어선 순간, 나이든 감성이 발붙일 공간은 없었습니다. 도로 양쪽에 수십 개의 가게가 인도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로 빼곡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포차거리는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야장’을 즐기는 핫한 거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유난히 좋은 날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하늘이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고, 밤에는 몸을 감싸는 바람이 어딘가를 걸으라고 속삭였습니다.그래서일까. 한 트렌드 전문가는 올해의 키워드는 ‘야장’이라고 했습니다. 종로3가 포차거리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야외에서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성수동, 홍대, 이태원, 한남동, 용리단길, 연남동, 상수, 합정, 망리단길, 을지로 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아파트와 고층 빌딩숲이 만들어낸 반작용인 듯합니다. 젊은이들은 공장이 있던, 또는 낮은 건물만 있는 낯선 골목에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실제 젊은이들이 ‘힙’하다고 하는 길거리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자란 아파트 공간과 다릅니다. 낯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게 핫플은 코엑스 같은 복합몰이었던 것도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 낯설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또 하나 그 길거리의 공통점은 주변 건물의 층고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높은 빌딩과 함께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도시에 살다 낮은 건물들만 있는 곳에 가면 심리적 안정
2024.06.17 06:00:01
-
많이 와도, 적게 와도 문제…제주 관광 해법은 없을까['피크아웃' 제주]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딜레마. 유럽 어느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화산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청정 해안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관광지 제주도가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내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일명 ‘비계 삼겹살’ 사건으로 촉발된 제주의 물가와 불친절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격리가 본격적으로 풀리며 해외 관광지가 대체재로 떠오른 가운데 내국인들이 제주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낙인효과’로 인해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는 것이다.도민들은 도민들 나름대로 고통을 겪어왔다. 매년 제주도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물가, 자연환경 훼손, 교통체증에 시달려왔다. 불편을 감수해도 제주도민 1인당 소득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관광객 지갑에서 흘러나온 돈의 ‘낙수효과’가 도민에게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제주살이 열풍이 불기 시작한 10여 년 전에도 내외국인 사이에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는 했다. 관광객들의 볼멘소리도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즉 바로잡을 기회가 많았다는 뜻이다.결국 화살은 도정으로 향한다.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는 이름 그대로 유례없는 행정상의 자치권을 부여받았다. 관광업계에서는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인해 도정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한계는 존재하나 장기적 관점에서 도를 대표하는 큰 줄기의 관광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드웨어 위주 정책, 외형만 성장시켜과거 대표 신혼여행지로 꼽히던 제주도는 199
2024.06.10 13:39:28
-
아파트 13억까지 갔던 제주, 최악의 미분양 사태['피크아웃' 제주]
최근 제주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물가가 크게 올랐고 흑돼지 논란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오르며 관광객들의 '가격 저항성'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본, 베트남, 발리 등 가격이 저렴하고 낯선 도시로 떠나는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의 실물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1분기 제주에서는 생산, 소비, 사람이 모두 줄었다. 제주가 '눈물의 섬'이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내국인 1380만 명이 제주를 찾았고 '제주 살이'는 낭만의 대명사가 돼 아파트 값을 밀어올렸다. 이제는 제주를 떠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졌다. 1분기 제주 인구 1678명이 순유출 됐는데, 20대의 이탈률이 가장 높았다. 관광지로서도, 투자지로서도 정점을 찍고 내려온 제주 현장을 둘러봤다.지난해 아파트 값이 13억원까지 치솟았던 제주가 최악의 미분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10%가 제주에 쌓였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매매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열기가 급격하게 식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제주 미분양 주택은 2837가구에 이른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역시 1341채로 절반에 이른다. 한때 ‘제주살이’ 열풍으로 활기가 넘치고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도 많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직격탄을 맞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 부동산 경기가 힘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분양가다. 지난 4월 기준 제주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3.3㎡(1평)당 2482만원으로 전국에서 서울(3891만원)과 대구(3066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분양가가 이
2024.06.10 07:10:01
-
"그 돈이면 일본"…'피크아웃' 제주, 생산·소비·인구 다 줄었다[르포]
“주말인데 동문시장에 사람이 없네요?”“요즘 이 정도면 많은 거야.”지난 6월 1일 찾은 제주도 동문시장. 토요일 저녁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한산해 보였다. 활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산물 점포에서 일하는 양모 씨는 갈치를 손질하며 “작년 5월 말부터 동문시장을 찾는 손님이 확 줄었고 올해는 유독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동문시장은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이전 몇 번 왔을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일까, 시장 길목을 메웠던 방문객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84만5463명. 작년보다 36만8000명가량 줄었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대만 등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더 이상 제주도가 최선호 관광지가 아닌 셈이다. 물론 내국인 관광객의 공백을 외국인이 채워주고 있다. 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54만392명이 제주에 들어왔다. 전년 동기 대비 439% 늘었다.하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짜졌다. 제주도가 1~4월 제주 방문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4개월간 제주에서 신용카드(신한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조862억 2200만원으로 지난해 1조480억9000만원보다 3.6% 상당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내국인은 약 8978억원을 써 지난해(약 9440억원)보다 감소했고 외국인이 약 1883억원으로 전년(약 1040억원)보다 80.9% 증가했다.전체 소비액은 늘었지만 1인당 지출 규모는 오히려 3분의 1로 크게 줄었다. 1~4월 외국인 1인당 신용카드 지출액은 34만8000원으로, 지난해 103만8000원의 34% 수준으
2024.06.10 07:00:28
-
디즈니·포드, 어떻게 위기서 벗어났나…바보야, 문제는 리더야![K기업 고난의 행군⑩]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⑩-해외사례]과거 영광을 누리던 회사들 가운데 살아남는 곳은 많지 않다.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 NEC,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은 몰락했고 1960년대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었던 캐나다 소매기업 시어스는 경영난에 허덕이다 2018년 파산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경쟁사에 밀리면서 고객을 잃은 결과다. 반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은 회사가 있다.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와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 디즈니, M&A로 키운 콘텐츠 파워월트디즈니는 1923년 설립돼 101년을 맞은 회사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미키마우스’부터 ‘증기선 윌리’ 등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키며 1970년대까지 업계를 이끌어왔다. 위기는 디즈니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1966년 사망한 이후 시작됐다. 당시 공개한 영화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하고 경영자들의 잘못된 판단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에서 디즈니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4%까지 추락했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핵심은 ‘리더’다. 디즈니는 1984년 파라마운트픽처스 사장을 맡고 있던 마이클 아이즈너를 영입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아이즈너의 주도로 1990년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등 주목할 만한 애니메이션을 연이어 제작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아이즈너가 10년 이상 디즈니 사업을 총괄하
2024.06.03 08: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