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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뉴스

포스코서 육아휴직 쓴 네 쌍둥이
아빠 승진…男 비중 급증

포스코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직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인원은 2019년에는 33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15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육아휴직과 더불어 육아 목적으로 유연근무를 사용한 남성직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내 유연근무 사용 남성직원은 2019년 416명에서 2023년에는 721명으로 급증했다. 포스코 사내 남성직원의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사용이 증가한 배경은 직원들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여건을 꾸준히 개선해온 결과다. 포스코는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기준보다 1년 더 부여해 자녀 당 2년으로 운영하고 있고, 승진 시 육아휴직 기간은 모두 근속연수로 인정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 복귀 시에도 본인의 희망부서와 경력을 우선 고려해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2022년 국내 최초로 네 쌍둥이를 자연분만한 포스코 김환 대리는 2년 4개월간의 육아휴직 기간 중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했고, 부서와 본인의 자녀 육아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최근 희망부서로 배치됐다. 포스코에서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3자녀의 아빠이기도 한 광양제철소 제선부 윤지홍 부공장장은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7개월간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당연히 아빠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지원해주신 직책자 분들과 동료 직원 분들 덕분에 마음 편히 휴직을 다녀올 수 있었다”며 “복직 후 가족, 동료들과 더욱 돈독해져 회사에서의 성과도 더 올라 고과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광양제철소 선강부문 임원이 먼저 나서 3명 이상의 다자녀를 둔 아빠 직원들과 육아와 회사 생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참석한 직원들은 “임원과 직원이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육아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관련 제도의 사용을 적극 권장할 만큼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포스코는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족출산친화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는 직원들이 본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사내 가족출산친화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 맞춤형 안내를 강화하고, 현행 제도들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이 유연하게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넷플 대항마 맞나"
디즈니+, OTT 최하위 기록

디즈니+(플러스) 이용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빈약한 콘텐츠, 미흡한 서비스 대처, 월 이용료까지 대폭 인상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디즈니+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한달에 한번 이상 앱 사용자) 229만명으로 주요 OTT 5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1129만명으로 1위, 티빙 이용자 수는 706만명으로 전달(690만명)에 비해 16만명 늘었다. 쿠팡플레이(702만명), 4위인 웨이브(408만명)와 비교해도 이용자가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특히 디즈니+는 이용자가 전월대비 30만명 줄었다. 여기에 디즈니+의 신규 설치 건수는 더 처참하다. 지난해 9월 119만건을 찍은 뒤 올해 3월 16만건까지 떨어졌다. 디즈니+는 한국 진출 당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부각됐으나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외에 이렇다 할 국내 콘텐츠가 없는 것도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월 이용료까지 올리면서 이용자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 10일 디즈니+가 공개한 ‘지배종’도 기대치에 못 미치며 이용자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지배종’은 배우 주지훈, 한효주, 이희준, 이무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4월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우리나라 시리즈 최초로 다뤄지는 ‘인공 배양육’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선사하는 거대한 세계관 그리고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관심이 쏠렸다. 한편 디즈니+는 오는 5월 15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와 변요한 주연으로 4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세븐틴이 테일러스위프트보다 앨범 많이 파는 이유

출처: X(옛 트위터) 캡션 : 팬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그룹 세븐틴 'FACE THE SUN' 앨범의 미공개 포카 리스트 출처: SM엔터테인먼트 캡션: 그룹 라이즈의 랜덤 트레이딩 카드 팩 "이런 짓좀 안했으면 좋겠다. 업계에서 (앨범)밀어내기를 알음알음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K팝 팬들이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앨범 사재기, 팬사인회, 포토카드 등 K팝 산업의 '소비자 착취 구조'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앨범(261만장)보다 한국 보이그룹 세븐틴이 작년 10월 23일 발매한 ‘SEVENTEENTH HEAVEN(509만장)’이 248만장이나 더 팔렸다. 이를 'K팝의 저력'이라 볼 수 있을까? 스위프트는 이 기록으로 3팝스타 비욘세의 정규 8집 ‘카우보이 카터’ 약 22만8000장을 제치고 빌보드 200의 1위에 올랐다. 영국 밴드 비틀스 다음으로 '빌보드 200' 1위에 많이 오른 가수다.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전 세계 문화,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수지만 놀랍게도 한국 음반 차트에 들어오면 10위권 한참 밖으로 밀려난다. K팝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은 한터글로벌이 전 세계 1100여 판매점의 음반 판매량을 합산해 만든 ‘한터차트’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발매 일주일간 판매된 앨범 수량을 ‘초동 판매량’(이하 초동)이라고 부르며 집계한다. 이번 스위프트가 빌보드 차트에서 경신한 기록으로는 이 차트에서 20위 정도에 그친다. 5월 1일 기준 역대 초동 순위는 앞서 언급한 세븐틴의 앨범이 1위다. 스트레이키즈가 작년 6월 2일 발매한 ‘★★★★★(5-STAR)’는 약 461만 장으로 2위, 뒤이어 세븐틴이 같은 해 4월 24일 발매한 앨범 ‘FML’이 한 주간 455만 장 팔려 3위다. K팝 음반 시장은 언제부터 이렇게 커진 것일까? K팝 산업 내 ‘음반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작돼 최근 정점을 찍었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초동을 100만 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 셀러 앨범은 총 55개다. 이 중 2020년 이전에 발매한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앨범 2개가 전부다. 이후 2020년 3개, 2021년 4개, 2022년 12개, 2023년 29개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 콘서트 투어나 굿즈 판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여러 엔터사는 앨범 판매를 수익 확보의 핵심 활로로 눈길을 돌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 수익은 2019년 106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64억원, 2021년 22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반·음원 판매매출은 2019년 1267억원에서 2020년 1913억원, 2021년 2988억원으로 늘었다. 하이브의 경우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콘서트 등 공연매출은 2019년 1910억원으로 전체 32%를 차지했지만 그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 영향 때문에 3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1년 452억원으로 회복됐고 2022년 2581억원, 2023년 3591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비해 음반·음원 매출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1083억원에서 2020년 3206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 후 2021년 3768억원, 2022년 5519억원, 2023년 9704억원으로 1년 새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랜덤 굿즈와 팬 사인회 등을 동인으로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을 활용해 앨범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덕이다. 마케팅의 수준을 뛰어넘어 팬덤의 충성도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작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들을 대상으로 랜덤 굿즈 ‘끼워팔기’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이하 포카)를 제작하고 무작위 방식으로 판매하는 등 ‘사행성 상술’을 펼친다는 지적과 소비자 민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상 앨범을 구매하면 랜덤으로 한 개 증정했던 포카는 이제 대부분 MD(기획상품)에 따라붙는다. 포카는 신용카드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코팅된 카드로 아이돌 가수의 셀카 사진이나 콘셉트 포토가 담겨 있다. 수십 종의 포카를 랜덤으로 내놓고 팬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멤버의 사진이 담긴 포카는 웃돈을 주고 높은 시세로 거래가 돼 고급 아파트 명칭을 붙여 ‘반포자이 포카’, ‘한남더힐 포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팬덤 내 수요의 규모를 파악하자 회사는 아예 앨범을 발매할 때 이 포카만 들어 있는 ‘랜덤 팩’을 출시해 판매하기도 한다. 모 남자아이돌 그룹 팬 정모 씨는 “굿즈 중에 ‘랜덤 트레이딩 카드 팩’이 있는데 각자 다른 버전의 포카 2개가 ‘1/멤버 수’ 확률로 들어 있다”며 “앨범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니 원하는 포카를 얻기 위해 애초에 10~20개씩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줄 세우기’, ‘커리어 하이’ 등 신조어도 앨범 판매 경쟁 과열에 한 몫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구매자가 수십 장을 한 번에 구매하는 ‘공동구매(공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은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3위권을 차지한 스트레이키즈 초동 수량 중 114만 장 이상, NCT 드림은 107만 장 이상이 중국 공구를 통해 팔렸다. 걸그룹도 중국 공구 의존도가 높다. 작년 5월 ‘MY WORLD’를 발매한 에스파 초동 169만 장 중 102만 장, 같은 해 4월 아이브가 발매한 ‘I’ve IVE’ 앨범 초동 110만 장 중 56만 장, 르세라핌의 ‘UNFORGIVEN’ 초동 125만 장 중 31만 장, (여자)아이들이 비슷한 시기 발매한 ‘I feel’ 116만 장 중 51만 장이 중국에서 팔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밀어내기’ 또한 그 일환이다. 먼저 앨범 주문을 받고 판매량을 채우는 수법인데 부담은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초동을 비롯한 앨범 판매량이 인기나 영향력의 지표로 작용하니 회사는 높은 판매량을 경신하기 위해 미리 판매량을 정해두고 오랜 기간을 두고 팬 사인회를 수십 회 열거나 미공개 포카 등을 비롯한 랜덤 굿즈를 내놓으며 수량을 채운다. 민 대표의 말처럼 “팬은 샀던 앨범을 사고 또 사고, 갔던 팬 사인회를 가고 또 가야 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수출이 늘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K팝 인기와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민 대표가 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콘텐츠로 승부 볼 것”을 외친 것을 봐도 이미 이 문제는 업계 내에서도 좋지 않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매량이나 기록 경신에 매몰돼 소비자인 팬들에게 랜덤 굿즈 등을 빌미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K팝 산업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진다. 음악성, 신선함, 완성도, 스타성과 별개로 팬들의 과소비에 기대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밀어내기를 하면 이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수치가 올라가는 건지 시장이 비정상이 된다. 계속 우상승하니까 나중에는 주식 시장도 교란된다"고 했다. 민 대표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엔터 업계의 병폐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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