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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막자’ 외환보유액도 60억달러 감소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외환 당국의 대응 조치가 늘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60억달러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32억6000만달러(약 561조6000억원)로, 3월 말(4192억5000만달러)보다 59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 1·2월 줄었다가 3월 석 달 만에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분기 말 효과 소멸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달러화가 약 1.0%(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상(가치 상승)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외환 당국이 달러를 풀었다는 뜻이다. 이 환율 변동성 완화 조치에는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도 포함된다. 아울러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지표 충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다시 줄었고,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 만큼 반대로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가치는 하락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3월 말 기준(419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457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06억달러)과 스위스(8816억달러), 인도(6464억달러), 러시아(5904억달러), 대만(568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52억달러), 홍콩(4235억달러) 순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불황에도 성장세,
삼바·셀트리온 주도

전 산업 분야에 불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엔데믹으로 주춤하던 국내 바이오 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선도 업체가 시장 기대 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한 줄기 희소식이다. 특히 불황에 강한 의약품 산업 특성으로 인해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의약품 자체가 경기나 업황을 타지 않고 꾸준한 물량이 소비되는 데다 선진국 및 신흥시장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 기회를 포착한 주요 바이오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등 규모를 확대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데믹’에도 수출 늘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보건산업 수출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수출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엔데믹 호황을 벗어나며 예상했던 일이었다. 실제로 백신류 수출액은 2022년 9억4000만 달러에서 2억7000만 달러로 7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체외 진단기기 수출 규모도 33억5300만 달러에서 8억 달러로 76.1% 감소했다. 그러나 월별 수출액을 보면 뚜렷한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나타냈다. 전체 의약품 수출의 51.6%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39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6%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어났던 거품이 빠졌음에도 바이오의약품과 화장품 등의 선전으로 인해 보건산업 수출 규모는 수출 품목 중 8위를 기록하며 10위권에 안착했다. 이병관 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혁신기획단장은 “2023년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백신 및 체외 진단기기의 수요 감소로 인해 보건산업 수출이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2023년 4분기 이후 보건산업 분야 수출이 회복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 임플란트, 기초화장용 제품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바이오 위상, 이재용 회장도 방문 바이오의약품 수출 회복에는 바이오 업계 1위를 차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위 셀트리온이 기여한 바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업체로 반도체 업계의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같은 곳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출액(해외매출)은 3조5800억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25억 달러가 넘는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주 사업으로 하는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1조7372억원 수출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하반기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바이오 수출액 반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69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상반기 매출이 1조5800억원으로 2조원가량을 하반기에 거둔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제약바이오업계 최초이며 삼성그룹 내 상장 계열사 중 9번째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진입한 것이다. 2010년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꼽은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제약이 낙점되면서 탄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립 이래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부침을 겪어야 했다. 결국 올해 2월 이재용 회장이 1심 재판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때마침 시장 예상 대비 높은 실적이 이어지면서 사업도 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이 회장은 무죄판결 뒤 첫 국내 공식일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5공장과 현재 가동 중인 4공장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실적에 대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투자 강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9469억원 매출을 올리며 역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에선 올해 매출이 4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공장 전체 생산능력은 60만4000리터로 세계 1위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높아진 가격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 수주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마무리 지은 셀트리온은 하반기부터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셀트리온 매출액 전망치를 3조7669억원, 영업이익은 8549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2조176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합병 관련 비용 반영이 끝나고 신제품 출시, 직접 판매로 인해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판은 판매 수수료 부담을 낮춰 수익성을 제고하고 현지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군을 개발하기 유리한 제약 유통 형태다. 지난해 서정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가동하기 시작한 미국 직판망도 1년여 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등재된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가 출시돼 서 회장이 직접 현지 영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임상을 마치고 허가 단계에 들어간 5개 신제품 출시를 통해 2025년까지 11개 제품을 갖추게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항암제 등 기존 6개 제품에 허가 단계인 5개 제품도 올해 허가가 나서 추가로 출시되면 매출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5개 신제품은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10억 달러 매출을 낸 의약품)’에 속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위주…양극화 뚜렷 바이오업계의 이 같은 성장세 역시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 최상위권 기업에 집중됐다는 한계가 있다. 수출액과 실적 대부분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즉 CMO와 바이오시밀러에 쏠려 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셀트리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결 매출 상승에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한몫을 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각각 코스피 시가총액 4위와 8위를 차지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수출액과 매출 규모 면에서 양사 쏠림 현상은 심하다. 불과 몇 개 기업의 생존과 실적에 따라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기업은 피해간 고금리 여파를 중소 바이오사와 스타트업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 자체는 경기를 타지 않지만 투자심리는 경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여 년 동안 평균 10억 달러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바이오벤처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신약, 플랫폼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즉 매출이 나오지 않는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투자가 끊기면 연구인력 채용이 어려워지고 생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늘었지만 투자가 감소한다면 장기적으로 성장할 저변은 축소될 전망이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업체들의 주요 경영진을 만나 현재 당면한 최대 고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주저 없이 ‘자금조달’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 중심의 제약바이오업은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조달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물론 더 나아가 기업 존폐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타 업종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세븐틴이 테일러스위프트보다 앨범 많이 파는 이유

출처: X(옛 트위터) 캡션 : 팬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그룹 세븐틴 'FACE THE SUN' 앨범의 미공개 포카 리스트 출처: SM엔터테인먼트 캡션: 그룹 라이즈의 랜덤 트레이딩 카드 팩 "이런 짓좀 안했으면 좋겠다. 업계에서 (앨범)밀어내기를 알음알음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K팝 팬들이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앨범 사재기, 팬사인회, 포토카드 등 K팝 산업의 '소비자 착취 구조'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앨범(261만장)보다 한국 보이그룹 세븐틴이 작년 10월 23일 발매한 ‘SEVENTEENTH HEAVEN(509만장)’이 248만장이나 더 팔렸다. 이를 'K팝의 저력'이라 볼 수 있을까? 스위프트는 이 기록으로 3팝스타 비욘세의 정규 8집 ‘카우보이 카터’ 약 22만8000장을 제치고 빌보드 200의 1위에 올랐다. 영국 밴드 비틀스 다음으로 '빌보드 200' 1위에 많이 오른 가수다.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전 세계 문화,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수지만 놀랍게도 한국 음반 차트에 들어오면 10위권 한참 밖으로 밀려난다. K팝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은 한터글로벌이 전 세계 1100여 판매점의 음반 판매량을 합산해 만든 ‘한터차트’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발매 일주일간 판매된 앨범 수량을 ‘초동 판매량’(이하 초동)이라고 부르며 집계한다. 이번 스위프트가 빌보드 차트에서 경신한 기록으로는 이 차트에서 20위 정도에 그친다. 5월 1일 기준 역대 초동 순위는 앞서 언급한 세븐틴의 앨범이 1위다. 스트레이키즈가 작년 6월 2일 발매한 ‘★★★★★(5-STAR)’는 약 461만 장으로 2위, 뒤이어 세븐틴이 같은 해 4월 24일 발매한 앨범 ‘FML’이 한 주간 455만 장 팔려 3위다. K팝 음반 시장은 언제부터 이렇게 커진 것일까? K팝 산업 내 ‘음반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작돼 최근 정점을 찍었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초동을 100만 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 셀러 앨범은 총 55개다. 이 중 2020년 이전에 발매한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앨범 2개가 전부다. 이후 2020년 3개, 2021년 4개, 2022년 12개, 2023년 29개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 콘서트 투어나 굿즈 판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여러 엔터사는 앨범 판매를 수익 확보의 핵심 활로로 눈길을 돌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 수익은 2019년 106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64억원, 2021년 22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반·음원 판매매출은 2019년 1267억원에서 2020년 1913억원, 2021년 2988억원으로 늘었다. 하이브의 경우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콘서트 등 공연매출은 2019년 1910억원으로 전체 32%를 차지했지만 그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 영향 때문에 3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1년 452억원으로 회복됐고 2022년 2581억원, 2023년 3591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비해 음반·음원 매출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1083억원에서 2020년 3206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 후 2021년 3768억원, 2022년 5519억원, 2023년 9704억원으로 1년 새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랜덤 굿즈와 팬 사인회 등을 동인으로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을 활용해 앨범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덕이다. 마케팅의 수준을 뛰어넘어 팬덤의 충성도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작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들을 대상으로 랜덤 굿즈 ‘끼워팔기’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이하 포카)를 제작하고 무작위 방식으로 판매하는 등 ‘사행성 상술’을 펼친다는 지적과 소비자 민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상 앨범을 구매하면 랜덤으로 한 개 증정했던 포카는 이제 대부분 MD(기획상품)에 따라붙는다. 포카는 신용카드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코팅된 카드로 아이돌 가수의 셀카 사진이나 콘셉트 포토가 담겨 있다. 수십 종의 포카를 랜덤으로 내놓고 팬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멤버의 사진이 담긴 포카는 웃돈을 주고 높은 시세로 거래가 돼 고급 아파트 명칭을 붙여 ‘반포자이 포카’, ‘한남더힐 포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팬덤 내 수요의 규모를 파악하자 회사는 아예 앨범을 발매할 때 이 포카만 들어 있는 ‘랜덤 팩’을 출시해 판매하기도 한다. 모 남자아이돌 그룹 팬 정모 씨는 “굿즈 중에 ‘랜덤 트레이딩 카드 팩’이 있는데 각자 다른 버전의 포카 2개가 ‘1/멤버 수’ 확률로 들어 있다”며 “앨범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니 원하는 포카를 얻기 위해 애초에 10~20개씩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줄 세우기’, ‘커리어 하이’ 등 신조어도 앨범 판매 경쟁 과열에 한 몫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구매자가 수십 장을 한 번에 구매하는 ‘공동구매(공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은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3위권을 차지한 스트레이키즈 초동 수량 중 114만 장 이상, NCT 드림은 107만 장 이상이 중국 공구를 통해 팔렸다. 걸그룹도 중국 공구 의존도가 높다. 작년 5월 ‘MY WORLD’를 발매한 에스파 초동 169만 장 중 102만 장, 같은 해 4월 아이브가 발매한 ‘I’ve IVE’ 앨범 초동 110만 장 중 56만 장, 르세라핌의 ‘UNFORGIVEN’ 초동 125만 장 중 31만 장, (여자)아이들이 비슷한 시기 발매한 ‘I feel’ 116만 장 중 51만 장이 중국에서 팔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밀어내기’ 또한 그 일환이다. 먼저 앨범 주문을 받고 판매량을 채우는 수법인데 부담은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초동을 비롯한 앨범 판매량이 인기나 영향력의 지표로 작용하니 회사는 높은 판매량을 경신하기 위해 미리 판매량을 정해두고 오랜 기간을 두고 팬 사인회를 수십 회 열거나 미공개 포카 등을 비롯한 랜덤 굿즈를 내놓으며 수량을 채운다. 민 대표의 말처럼 “팬은 샀던 앨범을 사고 또 사고, 갔던 팬 사인회를 가고 또 가야 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수출이 늘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K팝 인기와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민 대표가 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콘텐츠로 승부 볼 것”을 외친 것을 봐도 이미 이 문제는 업계 내에서도 좋지 않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매량이나 기록 경신에 매몰돼 소비자인 팬들에게 랜덤 굿즈 등을 빌미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K팝 산업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진다. 음악성, 신선함, 완성도, 스타성과 별개로 팬들의 과소비에 기대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밀어내기를 하면 이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수치가 올라가는 건지 시장이 비정상이 된다. 계속 우상승하니까 나중에는 주식 시장도 교란된다"고 했다. 민 대표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엔터 업계의 병폐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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