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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금융과 기아의 경우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메리츠금융그룹은 미꾸라지다. 업계에선 그렇다. 돈 되는 것만 콕 찍어 장사한다. 그런데도 각종 사고에서는 한발짝 비껴나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엄청나게 취급하고도 95% 이상을 선순위 담보로 잡아 당장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있다. 경쟁 회사로선 얄밉기 짝이 없다. 투자자에겐 다르다. 메기다. 기존 업계와는 색다른 영업방식을 구사한다.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의 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증시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도 메리츠금융 주가는 상승일로다. 2022년만 해도 1만원대에 맴돌던 주가가 2월 1일엔 7만원까지 올라섰다. 사상 최고다. 2023년 말(5만9100원)보다 18%, 통합 메리츠금융이 상장된 2023년 4월 25일(4만5600원)보다는 53% 올랐다. 시가총액은 14조원을 넘었다.  메리츠금융 주가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실적이 좋아서다. 여기에 최근 화두로 등장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한몫했다. 메리츠금융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 100%를 확보했다. 두 회사를 상장폐지하고 통합 메리츠금융을 상장했다. ‘쪼개기 상장’을 남발하는 다른 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뿐만 아니다. 2022년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속도 지키고 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560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했다. 2023년 3월과 9월엔 각각 4000억원과 2400억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역시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들과는 다르다.    메리츠금융 못지않게 최근 주목받는 게 기아

    2024.02.05 15:42:36

    메리츠금융과 기아의 경우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중국 축구가 보여준 안되는 조직의 특징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가 뭔지 아십니까.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아닙니다. 설화 맥주입니다. 처음 들어본다고요? 네 중국에서만 팔리니까요. 중국에서 1등 하면 세계 1등 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약진했습니다. 세계적 스포츠 강국으로도 부상했지요.하지만 불가사의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축구입니다. 아시안컵에서도 예선 탈락했습니다. 중국인들은 분노했다고 합니다.14억 명 중 가장 잘하는 11명 뽑으면 되는데, 왜 중국 축구는 저 모양일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만 명당 한 명이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급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는 메시 7000명이 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중국이 축구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였습니다. 축구광 시진핑 주석이 태국에 대패하는 것을 보고 육성 정책을 지시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독재자의 지시는 절대적입니다. 축구클럽 2만 개를 만들고, 초·중학교에서 축구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2030년 아시아를 제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시작부터 이상하지요? 개인의 취미를 국가 프로젝트로 만든 것 자체가. 이어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간부가 되어 자리를 꿰찼습니다.중국 기업들은 구단을 설립하고 스타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수백억원 연봉을 주고 영국 등에서 데려왔습니다. 한때 중국 축구단 연봉은 일본의 6배, 한국의 12배가 됐습니다. 수혜자는 또 있었지요. 중국 선수 몸값도 뛰었습니다. 실력 말고 몸값만. 2019년 평균연봉 10억원에 달하는 구단도 생겼

    2024.01.29 07:00:18

    중국 축구가 보여준 안되는 조직의 특징 [EDITOR's LETTER]
  • ‘만의 하나’를 무시한 홍콩ELS와 태영건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태영건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신탁을 이용한 돌려막기. 요즘 금융시장, 나아가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세 가지 문제다. 공통점은 많다. 자칫하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시한폭탄 같은 사안이다. 관련 금융사와 건설사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얽혀 있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닮은 점은 ‘만의 하나’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점잖은 말로 리스크관리를 안 했다. 1월 12일까지 확정 손실액이 1000억원(손실률 50% 안팎)을 넘은 홍콩 ELS는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데자뷔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2021년부터 만기 3년의 홍콩 ELS를 팔았다. 19조3000억원이나 된다. 이 중 10조2000억원이 상반기 만기다. 손실률을 50%로 잡으면 5조원가량의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50% 손실이라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홍콩H지수를 맹신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이전 10여 년 동안 1만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해 2월엔 1만2229까지 올랐다. 금융회사들은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주가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   그런데 웬걸. 정반대였다. 홍콩H지수는 2021년부터 내리막을 타더니 급기야 반토막(1월 17일 5130) 나고 말았다. “미·중 관계가 이렇게 악화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게 금융회사들의 하소연이다. ‘만의 하나’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독일 국채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판매를 독려했다가 최대 98%의 원금

    2024.01.22 10:36:21

    ‘만의 하나’를 무시한 홍콩ELS와 태영건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로레알과 존 디어의 닮은 점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로레알(L’Oreal)과 존 디어(John Deere). 얼핏 보면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굳이 찾자면 100년 이상 된 기업이자 업계 최고 기업이라는 점이다. 로레알은 1909년 설립됐다. ‘랑콤’ 등 37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이다. 존 디어의 역사는 더 오래됐다. 1837년 설립된 세계 최대 농기계 회사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닮은 점이 많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혁신 노력은 ‘지구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쇼’라 불리는 ‘CES’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월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 중 하나는 로레알이었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는 화장품 회사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주제인 이번 전시회에서 화장품회사가 기조연설을 맡다니 좀 생뚱맞은 듯했다. 아니었다. 이에로니무스는 ‘뷰티 지니어스’라는 챗봇을 들고 나왔다. 챗봇은 이에로니무스에게 “오랜 비행으로 피부가 건조해졌다”며 수분크림을 추천했다. 사용자의 피부 톤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화장품과 화장 방법까지 제안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로니무스는 “2018년부터 37개국에서 쌓아온 10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에 도전하고 있다”며 “뷰티 지니어스는 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뷰티 루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존 디어는 2023년 CES의 주인공이었다. 농기계 업체로는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을 맡았다. 존 메이 CEO는 로봇 기반 자율주행 비료살포기인 ‘이그잭

    2024.01.15 07:52:08

    로레알과 존 디어의 닮은 점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최상목의 ‘역동경제’ 방향은 잘 잡았지만…[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천재스타일이다. 필자가 아는 한 그렇다. 비단 서울대 법대(82학번)를 수석졸업해서가 아니다(82학번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짧은 시간에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걸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현실감각도 구비했다. 정무감각도 괜찮다. 거대 야당을 어떻게 상대할지와 어느 정도의 추진력을 보일지가 의문이지만 경제부총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 최 부총리가 키워드로 내세운 건 ‘역동경제’다. 무엇인가 했더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두 가지 면에서 역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거였다. 하나는 기존 경제구조에서의 역동성 확보고, 다른 하나는 이동의 역동성 확보였다. 첨단기술 발전, 구조개혁,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빈곤층은 중산층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읽혀졌다. 그는 이를 위해선 “혁신과 연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울 것도 없다.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이명박 정부), 창조경제(박근혜 정부), 소득주도성장(문재인 정부)처럼 지향점이 딱 와닿지도 않는다.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엔 아직은 어설프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보여주기식 경제 슬로건을 싫어한다. ‘노(no)브랜드가 윤석열 정부의 브랜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시장과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과 함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2024.01.05 11:06:07

    최상목의 ‘역동경제’ 방향은 잘 잡았지만…[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새해 경제 ‘스윙스테이트’에 달렸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16위 회사다. 3조2000억원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태영건설만이 아니다. 2023년 9월 말 전체 부동산 PF 대출은 134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2.42%가 연체상태다. 언제 ‘제2의 태영’이 불거질지 모른다.  부동산 PF만이 아니다. 새해 복병은 많다.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도 변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기조적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생활물가의 뜀박질은 계속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호재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 여전히 진행형인 두 개의 전쟁 등 해외변수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미국 대통령선거다.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다. 76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이란과 러시아 대선(3월), 한국 총선(4월), 인도 총선(5월), 멕시코 대선(6월) 등이 이어진다. 11월 5일엔 세계 유일 강대국인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미국 대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법률 리스크에 시달리면서도 공화당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국 단위 27회 여론조사에서 평균 46.6%의 지지율로 조 바이든 대통령(44.4%)을 앞섰다. 특히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불리는 6개 주 중 5개 주에서도 우세를 보였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승리한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다. 그러다 보니 공화

    2024.01.02 11:05:13

    새해 경제 ‘스윙스테이트’에 달렸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금융회사들이 지금 전쟁중이라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신한금융그룹은 임기 만료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9명을 지난 12월 19일 전원 연임시켰다. 아주 이례적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예측 불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진옥동 회장은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 CEO 전원을 연임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 전쟁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맞는 말일까. 따져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계열사인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곳곳에 전선이 형성돼 있다. 상대는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일임형 랩어카운트(랩), 해외대체투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이다. 한 가지도 버거운데 상대가 여럿이니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비단 신한금융만이 아니다. 4대 금융그룹 모두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만기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2021년 홍콩H지수가 1만2000을 넘나들 때 팔았던 ELS 만기가 내년 초부터 돌아온다. 홍콩H지수는 6000을 밑돌고 있어 3조원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내년 상반기 만기물량(9조2000억원) 중에선 KB국민은행이 4조7730억원으로 가장 많다. NH농협은행(1조4830억원)과 신한은행(1조3770억원)도 1조원이 넘는다.     은행들은 “불완전 판매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투자자들은 펄쩍 뛴다. “원금손실은 없다”는 은행들에 속았다고 주장한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콩 ELS에 투자한 사람 중 48%가 60세 이상이다. 90대 이상에게도 91억원어치를 팔았다. 투자자들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

    2023.12.26 08:32:00

    금융회사들이 지금 전쟁중이라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2024년 무슨 일이 벌어질까 [EDITOR's LETTER]

    연말입니다. 오래전부터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10대 때는 시속 10km, 20대 때는 20km, 50대에는 시속 50km의 속도랄까. 올해도 금방 가버렸습니다.요즘은 해가 바뀌는 것을 알리는 전령은 트렌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내년을 전망하는 수많은 트렌드 책들. 처음엔 신선했지만 최근엔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작위적 용어들의 향연인 듯도 하고. 그럼에도 미래를 보고 싶은 욕망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잘 팔리는 걸 보면. 우리도 내년 맞닥뜨릴 일들을 상상해 볼까요. 국내에서는 0.7명대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반전을 기대하지만 극적인 결과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저출산의 결과 문 닫는 학교와 소멸되는 지방이 늘어나는 것도 시시때때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한 해 출생아 수가 44만 명으로 줄어든 2006년생이 내년 대학입시를 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직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도 이어질 것입니다. 대학입시에서 ‘의치한약수’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 김포구, 서울시 구리구’ 등 인근 도시들의 서울 편입 논란은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책이 뭐가 나와도 청년들의 삶은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높은 체감 인플레이션은 청년들을 더 궁지로 내몰 것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지 않는 한 영끌해서 샀던 아파트를 내다 팔아야 하는 젊은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부채의 덫은 젊은이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젊은이들이 허세플레이션 시대에 샀던 명품을 중

    2023.12.25 07:20:56

    2024년 무슨 일이 벌어질까 [EDITOR's LETTER]
  • 갑진년 새해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차은영의 경제돋보기]

    푸른 용의 해가 될 2024년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글로벌 경제가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특징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정치적 리스크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년 한 해 동안 미국, 영국, 인도 등 70여 국가에서 20억 명이 참가하는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1월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가장 큰 관심사인 미 대선이 11월에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국제통상 및 세계경제와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달리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지난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빠른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속되고 있는 미·중 패권 분쟁으로 인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질 것이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전략화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다.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2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3회 연속 금리가 동결됐고 사실상 긴축기조의 피벗을 선언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금리인하 주제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자 다우지수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반응하면서 내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IMF와 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2.2%, 2.3%를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4%에 비해 완만한 경

    2023.12.25 06:00:17

    갑진년 새해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차은영의 경제돋보기]
  • ‘샐러리플레이션’ ‘체인지플레이션’은 꿈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오레오 쿠키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다. 고소한 초코 쿠키 사이에 달콤한 크림을 넣어 만든다. 첫선을 보인 것은 111년 전인 1912년. 매년 100여 개국에서 400억 개가 팔린다고 한다.    오레오 쿠키가 11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논란에 휩싸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는 뜻의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질 가격을 올리는 ‘꼼수 인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한 소비자가 오레오 쿠키를 사서 평소처럼 우유에 담그기 위해 쿠키 사이 크림에 포크를 찔렀는데 쿠키가 깨져 버렸다. 전보다 크림이 적어 포크가 들어가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크림의 양이 줄었다고 지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논란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최대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전했다. 다소 생소했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국내에서도 한창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공식품 272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풀무원은 한 봉지에 5개씩 넣던 모짜랄레 핫도그를 4개로 줄였다. 동원F&B는 양반참기름김 1봉지 무게를 5g에서 4.5g으로 줄여 10% 인상효과를 봤다. CJ제일제당의 백설그릴비엔나(2개 묶음 상품), 해태의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등 친숙한 제품도 많다. 일부 기업은 용량 변경 사실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비단 슈링크플레이션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업체들이 값을 올린다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외식값이 올라 점심 먹기 힘들다는

    2023.12.18 11:02:09

    ‘샐러리플레이션’ ‘체인지플레이션’은 꿈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대형 로펌에서 인간의 냄새가 난다면[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동네변호사 조들호’, ‘천원짜리 변호사’, ‘신성한 이혼’ 등등. 변호사를 소재로 한 국내 드라마입니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능력 있고, 인간적인 그리고 소규모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의 세계관은 ‘법은 사람이 만든 최소한의 규칙이며, 약자를 보호하는 인간적 면모를 갖고 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반면 대형 로펌은 좀 다릅니다.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람 냄새는 사라지고,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예외지만. 문화는 대중의 정서를 반영합니다. 대형 로펌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한국에서 그 상징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입니다. 뭔가 비밀스럽고,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렵고, 법 천재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헐값에 해외로 팔려나갈 때 김앤장이 매수자인 외국 기업 편에서 자문한 것도 그런 이미지 형성에 한몫했습니다. 정부 관료들을 대거 고문으로 영입하며 논란이 된 것도 김앤장이었습니다. “김앤장 인사들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겠다”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그렇다면 돈과 권력의 논리만으로 오늘날 김앤장과 대형 로펌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 들여다보면 다른 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그 출발점에서는 말이지요.김앤장 설립자인 김영무 변호사는 유학을 다녀온 후 1973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립니다. 그때 나이 31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전문로펌을 만들겠다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기창업을 한 것이지요. 그의

    2023.12.18 07:00:01

    대형 로펌에서 인간의 냄새가 난다면[EDITOR's LETTER]
  • 찰리 멍거와 수많은 비즈니스 동반자들[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해마다 5월 첫째주면 ‘오마하의 축제’가 열린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소도시에서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다. 3일간 계속되는 주총엔 줄잡아 3만여 명이 몰린다. 하이라이트는 첫째날 열리는 ‘주주와의 대화’다. 대개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가 넘어 끝난다. 주인공은 워런 버핏(93) 회장과 찰리 멍거(99) 부회장. 두 사람은 6시간 넘게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며 투자철학을 공유한다. 물론 주연은 버핏이다. 그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달변이다. 주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물개박수를 칠 정도의 화술을 구사한다. 이런 버핏도 자신의 답변이 끝나면 반드시 마이크를 멍거에게 넘긴다. 멍거의 화법은 버핏과 다르다. 직설적이고 짧다. 버핏이 “멍거, 자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으면, 퉁명스럽게 “다 얘기해 놓고선, 당신과 같다”고 말해 환호를 자아낸다. 환상적인 ‘투 올드맨쇼’다. 필자는 2006년부터 3년 연속 벅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했다. 그 때마다 두 사람이 연출하는 투자토크쇼에 감탄했다. 그렇다고 모든 질문마다 버핏이 먼저 답하는 건 아니었다. 주로 아시아와 글로벌 투자, 전통 제조업 투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멍거에게 답하도록 했다. 멍거는 특유의 간결하고 투박한 말투로 해박한 지식을 전달했다. 주총 마지막 날엔 기자간담회가 열린다. 2006년에도 그랬다. 오마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1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동양 기자로는 일본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와 단 둘이 참석했던 필자는 운 좋게도 첫 번째 질문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대뜸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 관심 있는 한국 종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버핏은 “아, 한국

    2023.12.05 10:00:20

    찰리 멍거와 수많은 비즈니스 동반자들[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양종희 KB 회장이 ‘리틀 윤종규’여선 안되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11월 21일 취임했다. 취임식은 이날 했지만 회장으로서 첫 행보는 전날인 20일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소집한 8개 금융그룹 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2조원가량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양 회장의 이틀간 행보는 그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야당은 여전히 은행을 타깃으로 한 ‘횡재세’ 도입을 밀어붙일 기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등 정부·여당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KB금융은 어엿한 리딩금융그룹이다. 상생금융 요구에 어떤 식으로든 앞장서야 한다. 이런 환경은 윤종규 전 회장이 취임했던 9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KB금융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갈등을 겪다가 중도퇴진한 상태였다.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뛰어들기는커녕 존립마저 위태로웠다. 윤 전 회장은 특유의 ‘로키(low-key)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나서지 않으면서도 꼼꼼함과 치밀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론 보고하러 온 직원들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 낮은 자세를 보였다. 내부통제에 치중해 다른 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등으로 홍역을 치를 때 성장세를 가속화했다. 외부적으론 LIG손해보험(현 KB손보),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KB금융을 리딩 금융그룹으로 이끌었다. 윤 전 회장과 꼭 닮은 사람이 양 회장이라는 평가다. 풍기는 인상부터가 그렇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나 학자 스타일이다. 셩격도 비슷하다. 웬만해서 나서진 않는다. 직원들을 앞세우고 뒷바라지하는 데 만족한다.

    2023.11.28 13:57:08

    양종희 KB 회장이 ‘리틀 윤종규’여선 안되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오픈AI의 인류 위한 쿠데타? 남는 의문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미국은 젊은 국가다. 그래서 전쟁에 적극적이고, 변화도 빠르다.” 미국 CIA 출신 인사가 했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역사는 짧고,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일어난 대부분 전쟁에 관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파괴적 기술이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는 것도 젊은 대륙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오픈AI CEO(샘 올트먼) 해임과 복귀 과정도 참 미국스러웠습니다. 오픈AI란 기업의 탄생부터 그랬습니다.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법인 설립.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에 일론 머스크 등 초기 창업자들이 1조원씩이나 내놓았습니다. 구글에서 두 배를 준다고 해도 큰돈 못 버는 비영리법인으로 옮긴 천재들도 있습니다. 미국 외에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갖고 있는 꿈도 황당할 정도입니다. 그는 월드코인이라는 것을 내놨습니다. AI를 활용해 전 세계 돈을 다 빨아들인 후 세계인들에게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축화한 동물이 말입니다. 이후에 왜 다른 동물을 가축화하지 않았을까. 인간을 가축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의 꿈은 모든 인류의 가축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섬뜩하기도 합니다. 미국 기업 이사회의 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를 한 방에 날려 버렸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속도도 놀라웠습니다. 올트먼 해임, 임시 CEO 2명 선임, 올트먼의 마이크로소프트(MS) 이직 확정, 그리고 오픈AI CEO 복귀라는 드라마가 쓰여

    2023.11.27 06:30:01

    오픈AI의 인류 위한 쿠데타? 남는 의문들 [EDITOR's LETTER]
  • 가격 통제와 시장 개입의 유혹[차은영의 경제돋보기]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가까이 온 것 같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마구잡이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건전재정 기조를 보란 듯이 무시하면서, 8개 상임위에서 요구한 예산 증가율이 올해 대비 4%를 이미 초과했다.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전 정부의 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였지만, 여당이던 당시 이 문제를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야당이 되자 정치 전략의 일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다수석을 앞세운 야당은 금융회사의 이자수익 중 일부를 부담금의 형태로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세의 형평성과 효율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큰 폐해를 가져올 것이 뻔한 포퓰리즘적 법안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정부와 여권도 이에 질세라 가격 통제와 시장 개입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부총리가 텔레비전에 출연해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공무원들이 생필품 가격을 일대일 마크하는 물가 관리가 시작됐다. 개별 품목별 물가 관리 정책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 52개 생필품을 선정해서 별도 관리(MB 물가)한 적이 있지만, 그 결과 일반 소비자물가지수가 12% 증가한 데 비해 선정된 생필품 가격은 약 20%가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에 반하는 가격 통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물가가 더 치솟는 후유증을 초래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고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해 개미투자자들의 호의를 얻고자 하며,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횡재세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2023.11.27 06:00:01

    가격 통제와 시장 개입의 유혹[차은영의 경제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