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총선 후 타격이 불가피한 경제정책 방향[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많은 경제학자는 경제정책이 정치 논리에 의해 경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지나친 정치적 개입은 결국 시장경제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정책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정치의 전횡을 막기 어려운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국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민생경제법안들이 정치적 집단인 의회에 의해 결정되는 과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4·10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 정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들에 대한 타격이 커지게 되었다. 다음 달에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수많은 입법과제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7월에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재입법 절차가 시작되는데 기존 입법과제가 제대로 논의될지도 의문이지만 다시 논의하는 경우도 9월 이후에나 가능해질 것이다.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감세와 규제완화 관련 정책들은 야당의 정치적 스탠스를 고려하면 입법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주택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주식시장을 붐업하기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 완화 등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동이 걸렸다.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 법안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거대 야당은 그 힘을 앞세워 부자감세와 재벌 특혜라는 프레이밍을 씌워 반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경제구조개혁을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관한 논

    2024.04.22 06:00:03

    총선 후 타격이 불가피한 경제정책 방향[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 일본의 7차 에너지 기본계획, 탈탄소화와 경제성 사이의 고민[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경제성장과 함께 탈탄소화, 경제안보, 신산업 육성 등의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에너지 정책은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의 고민과 국민 각 계층의 동참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도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7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준비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각 분야의 탈탄소화 목표 상향과 동시에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일본 정부는 2023년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2035년 온실가스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하는 G7 공동성명을 주도했다. 기존의 감축 목표치는 2030년에 2013년 대비 46%였기에 더 강력한 탄소 저감 조치가 필요하게 된 셈이며, 이를 새로운 에너지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할 과제가 있다.그러나 급격한 탈탄소화 규제에 대해 민간 부문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전임 원자력위원회 의장 등 민간 에너지 전문가 9명이 공동 집필한 ‘Energy Dominance(민간에 의한 7차 에너지 기본계획)’이라는 보고서가 지난 2월 24일 발표됐는데, 보고서에선 일본 정부에 11개 항목을 제언했다. 이들 중에는 전력 요금의 획기적 인하, 파리 국제협약의 탈퇴 및 대체,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제약 억제 등 과감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주장이 전면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탈탄소화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는 의견도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러시아산 가스 및 석유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되는 등 에너지 안보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수입 에너지 가격, 전력 요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결국 단기적인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고, 이로 인한 불만

    2024.04.15 08:10:58

    일본의 7차 에너지 기본계획, 탈탄소화와 경제성 사이의 고민[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 심판과 탄핵 사이, 국민들이 그어놓은 절묘한 선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 의회 도서관은 ‘후회하지 말라(No Regeret)’라는 제목의 책을 50권 넘게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도 후회와 관련된 책이 수백 권 팔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후회를 부정적으로 다룬 책입니다.“후회하지 말라”는 말은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후회는 과거에 발목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심리학과 뇌과학은 다른 말을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6살 때까지는 후회를 이해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8살에 후회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합니다. 또 과거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도 기분 나빠지지 않는, 즉 후회의 기능을 잃은 사람들은 뇌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이민 가야 겠다”, “야당이 200석이 안 돼서 이긴 것 같지 않다”, “개헌저지선을 지킨 것은 선방한 것이다”, “투표율이 조금만 높았으면…” 등등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놀랍지 않았습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쓴 알 리스는 “시장에 일찍 들어가는 것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적용해볼까요. 이번 선거의 핵심 단어 ‘심판’이었습니다. 이를 선점한 것은 야당이었습니다. 여당이 뒤늦게 들고 나온 운동권 심판도, 이조 심판도 정권 심판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선거를 흔드는 중요한 3가지 요소로 인물, 바람, 구도가 꼽힙니다. 이 중 임

    2024.04.12 09:26:21

    심판과 탄핵 사이, 국민들이 그어놓은 절묘한 선 [EDITOR's LETTER]
  • 국민이 공감하는 민생경제 해법 필요하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분명 민생이다. 민생경제 공약은 과거부터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이다. 이번 총선을 눈앞에 두고, 여야는 민생을 어루만지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공약은 대부분 나눠주기식, 선심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당장 선거에 이겨야 하니 정치권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국민은 오랫동안 선거를 치르며 많은 공약을 들어봤다. 그만큼 상당한 학습효과가 생겼기에 당장 혹하는 공약에 마음을 쉽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누구의 공약이 선심성인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제대로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공약인지를 따져 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에게 진정성 있고 실효성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지금의 한국 경제는 경기불황이 단기적으로 끝나고 경제가 다시 힘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불황이 더 길어지며 경제 체력이 약화해 갈지 기로에 서 있다.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른 고비용 구조 문제,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 문제, 지방소멸 위기, 일자리 부족, 가계부채 증가, 중소기업 파산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 증가 등의 산적한 문제에 우리 국민은 직면해 있다.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특히나 위기에 처했다. 최근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이 100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발표에 따르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도 2022년 1004건에서 지난해 1657건으로 급증했다. 10년 전인 2013년 461건을 기록한 데 비하면 3.6배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업

    2024.04.08 07:40:13

    국민이 공감하는 민생경제 해법 필요하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 승계의 원칙, CEO의 자격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문득 정도전을 떠올렸습니다. 조선의 설계자, 조선의 1호 시민 정도전.역성혁명을 주도한 그는 ‘사대부의 나라, 재상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나라’를 꿈꿨습니다. 논리는 명쾌했습니다.“군주의 재능에는 어리석음도 있고 현명함도 있으며 강력함도 있고 유약함도 있어 한결같지 않다.” 왕은 세습되기 때문에 몇 대에 걸쳐 계속 능력 있는 왕이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반면 재상은 선발과정이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자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어 “군주의 임무는 한사람의 재상을 논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군주가 재상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강력한 왕의 나라를 꿈꿨던 이방원과 대척점에 있었습니다. 결국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맞아 죽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주총 시즌이 마무리됐습니다. 한미약품 등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과 일부 무능한 오너들의 승진을 보며 왜 정도전이 생각났을까. 왕위를 상속받는 것과 기업 총수 자리를 상속받는 것이나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왕위가 잘못 세습되면 나라가 기울 듯,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거나 큰 분쟁이 나면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입니다.  통계가 말해줍니다. 가족기업이 2세대까지 생존할 확률은 30%, 3세대까지 생존할 확률은 14%, 4세대로 가면 이 확률은 4%까지 떨어진다는 해외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기업환경과 높은 상속세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하지만 이 문제는 가족기업의 실패를 20%밖에 설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후계자 준비 및 능력부족, 가족 간 갈등,

    2024.04.08 07:00:04

    승계의 원칙, CEO의 자격 [EDITOR's LETTER]
  • 쌩큐, 젠슨 형!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2017년 초 세계 최대 전자쇼로 불리는 CES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화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였다. AI와 결합한 완전 자율주행차가 10년 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첫선을 보인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콘셉트카는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하지만 그해 CES 주인공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엔비디아(NVIDIA)였다. 정확히는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이었다. 그는 CES 첫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가죽 재킷에 검은 바지. 막 오토바이에서 내린 것 같은 특유의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바탕으로 한 AI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AI자동차용 슈퍼컴퓨터인 자비에(Xavier)를 선보이며 자율주행차의 두뇌라고 단언했다. 마치 엔비디아의 AI를 쓰지 않으면 자율주행차는 힘들 것이라는 투였다.   컴퓨터게임에 문외한이었던, 당연히 GPU의 중요성도 몰랐던 필자로서는 멍했다. 잘은 모르지만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견인할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2017 CES 리뷰’ 모임에 참석해서는 “무조건 엔비디아 주식을 사라”고 권했던 기억도 있다. 당시 주가는 100달러 안팎. 최근 900달러를 웃돌고 있으니 9배 넘게 뛰었다.  젠슨 황. 대만 출신으로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대만계 미국인. 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설립한 뒤 1999년 세상에 없던 GPU를 선보였다. 지금은 AI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한 AI 시대 선구자다.  그런 그가 3월 19일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4’에 등장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유의 가죽 재킷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2024.03.22 09:22:52

    쌩큐, 젠슨 형!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건설적 토론 사라진 한국의 공론장 [EDITOR's LETTER]

    프랑스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네’란 그림을 아십니까? 볼이 살구빛으로 물든 여인이 치마를 입고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젊은 청년이 숨어서 여인과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뒤에서 그네를 밀고 있는 사람은 나이든 남편. 앞에 놓인 큐피드 상은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듯 입에 손을 올리고 있습니다. 막장 스토리를 아름답게 그려낸 이 그림은 18세기 세계 예술의 중심지를 파리로 옮겨놓은 로코코 양식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곳은 다름 아닌 살롱이었습니다.17세기까지 프랑스는 이탈리아 문화를 추종했습니다. 루이14세의 절대왕정은 고전주의를 기반으로 사회의 미적 취향도 통제하려 했습니다. 그 결과가 1648년 설립된 예술 아카데미입니다. 아카데미는 고전주의 대표화가로 불리는 푸생과 루벤스의 그림을 미적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푸생은 구조와 선 등을 중시하며 규격화되고 염격한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그림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당시 예술에 대한 담론을 주도한 것은 아카데미였지만 유일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에는 살롱 문화가 퍼지고 있었습니다.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곳곳에 모여 문화와 예술에 대한 토론을 했고, 고전주의에 대한 반론도 싹텄습니다. 비평가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논쟁의 결과는 ‘취향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쟁 이후 프랑스 회화는 이탈리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익숙한 특유의 분위기를 갖게 됩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는 부세, 와토, 프라고나르 등이지요. 이 변화는 주류의 담론장인 아카데미가 아닌 또 다른 공간인 살롱에서 이뤄졌고, 재

    2024.03.18 07:42:15

    건설적 토론 사라진 한국의 공론장 [EDITOR's LETTER]
  • 홍콩ELS 배상이 ‘일회성 이벤트’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역대 금융감독원장 중 이복현 원장만큼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은 없다. 검사 출신답게 직선적이다.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두리뭉실 넘어가지도 않는다. ‘맞다, 틀리다’를 분명히 한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둘러싸고 말이 많을 때인 3월 초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했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마음대로 CEO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2023년 말 KB금융 회장 선임을 앞두고는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는 말로 가르마를 타기도 했다. 이런 이 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3월 13일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등 고난도 상품 판매와 관련해 당국이 면밀한 감독 행정을 하지 못했다”며 “감독 당국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극히 이례적이다. ‘소신’ 또는 ‘윽박지르기’가 먼저 떠오로는 그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금감원은 3월 11일 은행 등 판매사가 홍콩ELS 손실액의 23~50%를 배상토록 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융사의 과실 여부, 개별 투자자의 특성을 따져 차등적으로 배상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총 배상 규모는 KB국민은행 1조원 등 2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배상 규모가 커 은행들의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장에서도 인정했다. 배상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주는 증시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배상 이슈가 주가에 선

    2024.03.18 07:40:05

    홍콩ELS 배상이 ‘일회성 이벤트’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회빙환과 먼치킨의 유행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EDITOR's LETTER]

    [EDITOR's LETTER]2007년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 빠져 있었습니다.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시대의 스토리텔러 아론 소킨이 쓴 각본은 탄탄했고, 모든 캐릭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시즌7까지 몰아 봤습니다. 마지막 시즌에서 히스패닉계 매슈 산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하이라이트이자 종결이었습니다.여운이 남아 있던 2008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흥분해서 블로그에 ‘웨스트윙이 현실이 됐다’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깨달음은 ‘문화 콘텐츠에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망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예언의 조각들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넷플릭스도 돌아볼까요?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신종 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나 세계에 퍼질 것이다. 중국은 주의해야 할 곳 중 하나다.” 이 다큐멘터리 제작연도는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해였습니다. 이 밖에 ‘스타워즈’는 과학 분야의 예언서가 됐다는 점을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시대의 결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결핍을 채우고 싶은 욕망, 그에 대한 상상이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면 히트작도 되고, 예언서도 되는 게 콘텐츠 시장의 속성입니다.한국에서 이 요소들 가운데 상상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준 공간은 웹툰과 웹소설일 것입니다. 요즘 이 영역에서는 먼치킨과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안티히어로가 대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좀

    2024.03.11 07:03:37

    회빙환과 먼치킨의 유행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EDITOR's LETTER]
  • 특별공급이 아닌 특별공급[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아파트 특별공급은 사업 주체가 일반공급에 앞서 사회적,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아파트를 별도의 비율로 ‘특별히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1세대 1주택을 기준으로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가족, 장애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며 관계 기관의 장이 정하는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공급된다. 최근에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신혼부부특별공급을 비롯해 신생아특별공급 등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고 많아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와 지방의 혁신도시 이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특별공급한 적도 있다.문제는 특별공급의 종류별 자격조건 역시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그 항목은 분양받을 주택의 최고 가격을 비롯해 수분양자의 소득 기준과 자산규모, 무주택기간이나 자녀 수, 임신 여부 등 특별공급 종류마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다양한 계층에 주택을 공급하려다 보니 조건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청약자에 대한 자격요건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공급가격이 상승해 특별공급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별공급 대상, 특히 서민들은 분양을 받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가슴은 허전하다. 누구를 위한 특별공급인가?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공급이라면 처음부터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우지 말아야 했다.최근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며 주목받았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특별공급에 1만 명이 넘게 몰렸고 460대 1이라는 엄청난 청약 경쟁률을 기록

    2024.03.11 06:00:05

    특별공급이 아닌 특별공급[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 박정림도 없고 정영채와 김신도 가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이들의 공통점은 많다. 증권사 장수 CEO(최고경영자)란 점이 우선 그렇다. 정 대표는 6년 동안 NH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증권사 CEO 경력만 14년이다. 박 전 대표는 증권사 첫 여성 CEO로서 5년간 대표를 지냈다. 이들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뚜렷한 성과다. 나름대로의 일가를 이뤘다. 정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IB(투자은행) 전문가다. 주인이 바뀐 NH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로 뿌리를 내리는 데 공헌했다. 김 대표는 채권브로커 1세대다. 장외파생상품 쪽에서 명성을 날렸다. 미래에셋대우와 현대증권 CEO를 지냈다. 휘청거리던 SK증권을 일으켜 세운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리스크 관리와 자산관리(WM)를 두루 거쳤다. 직원들은 그의 꼼꼼함과 성실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이란 점이다. 이른바 ‘서울대 똥파리들’이다. 여의도 바닥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을 포함해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4명이 일찍부터 유명했다. ‘이들이 여의도를 말아 먹을 것’이라는 얘기가 진작부터 돌았다.  이 중 박 전 대표는 2023년 말 퇴임했다. 정 대표와 김 대표는 3월 물러난다. 이들 외에도 82학번 증권사 CEO들도 이번에 물러났다. 작년 말 CEO 자리를 내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도 단국대 82학번이다. 삼성증권 CEO에서 물러난 장석훈 전 대표도 연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다. 미래에셋대우 대표를 지냈고, 작년 말 미래에셋생명에서 퇴임한 변재상 전 대표도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82학번(서울대 법대) 증권맨이다. 똥파리라고 불리는 82학번. 베

    2024.03.09 09:29:13

    박정림도 없고 정영채와 김신도 가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애플카’를 포기한 애플에서 배울 점[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2000년 전후만 해도 미국 주재원을 했던 사람들의 귀국 이삿짐에는 소니 TV가 들어 있었다. 물론 뒤가 툭 튀어나온 ‘배불뚝이 TV(브라운관 TV)’였다. 부피도 크고 엄청나게 무거웠지만 주재원들은 애써 소니 TV를 이삿짐에 포함했다. ‘있어 보이는 집’의 상징처럼 여겨진 탓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바이 등 미국 전자제품 양판점은 소니 TV로 채워지다시피 했다.  그후론 아니었다. 소니가 배불뚝이 TV를 고수하는 사이 삼성과 LG는 평면TV를 시작으로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TV시장을 장악했다. 애지중지하던 소니의 배불뚝이 TV는 처치곤란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렇게 소니는 잊혀지는 듯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또 달라졌다. 2023년 소니는 1조1700억 엔(약 10조40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999년 이후 24년 만에 삼성전자(6조5670억원)를 앞섰다. 물론 삼성전자가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탓이긴 하다. 하지만 2013년 영업이익(265억 엔)에 비해 50배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보는 게 맞다.    세계 PC시장을 호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PC에서 모바일로 변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면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으로 평가됐다. 역시 아니었다. 2023년 매출은 275조원으로 10년 전(113조원)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시가총액도 애플과 1위를 다툴 정도로 강자의 위상을 되찾았다. 전자업계의 공룡인 두 회사가 화려하게 부활한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강력한 경영 리더십, 조직문화 개편, 선제적 M&A(기업 인수합병) 등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업구조 전환이다.  소니는 뿌리였던

    2024.03.04 08:42:05

    ‘애플카’를 포기한 애플에서 배울 점[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삼성전자와 한국 주식시장, 전략상실의 대가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올해 봄으로 가는 길은 유독 거칠게 느껴집니다. 2월과 3월 초 눈과 비도 많이 왔고, 흐리고 추운 날도 많았습니다. 좋은 소식이 별로 없어 사회를 둘러싼 공기도 무겁고 어둡게 느껴집니다.이런 2월에 상하이로부터 날아든 낭보는 통쾌했습니다.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에서 2000년생 신진서 9단이 우승했습니다. 과정은 극적이었습니다.중국 4명, 일본 1명 남은 상황에서 홀로 상하이로 날아가 모든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을 재연했습니다. 중국에서는 “14억 명 중에 뽑힌 5명이 5000만 명 중에 뽑힌 한 명을 못 이기냐”라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이를 기반으로 판을 흔들고,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하는 전략이 승리 요인이었습니다.신진서를 보며 한국이 갖고 있는 자산을 떠올렸습니다. 사람.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폐허 속에서 국가도 산업도 스포츠도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습니다.좋은 얘기는 여기까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막막해집니다. 22년 전인 2002년 4월로 가보시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삼성이 이대로 커 간다면 전 세계 경쟁 기업이 다 덤벼들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힘으로, 어떤 전략으로 이를 막아야 하는가. 또 우리는 이를 뿌리치고 어떻게 전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이 기막힌 예언 두 가지는 모두 적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삼성은 질주했고, 강력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경쟁 기업들이 다 덤벼들 것”이라는 것은 현재 체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랠리에서 대표기업 삼성전자

    2024.03.04 07:24:58

    삼성전자와 한국 주식시장, 전략상실의 대가 [EDITOR's LETTER]
  • 일본 택시, 왜 이리 비싼가 [최정봉 칼럼]

    몇 해 전 카스프링(carspring)이 세계 80개 도시 택시요금 지수를 발표했다. 태국의 방콕과 베트남의 하노이도 10위권 안에 있지만 가장 저렴한 도시는 이집트의 카이로로 3km당 평균 55센트(한화 740원)였다. 그 뒤를 인도의 뭄바이, 이란의 테헤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멕시코의 멕시코시티가 잇는다.기본요금, km당 주행요금, 야간 할증, 공항-도심 평균 요금을 종합해 만든 지표 상위 1, 2위는 스위스의 취리히와 제네바가 차지했다. 3km 평균 25달러, 한화 약 3만4000원. 카이로의 45배 이상이다. 10위 안에 포진한 도시 대부분이 북유럽과 서유럽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핀란드 헬싱키, 영국 런던, 벨기에 앤트워프, 독일 뮌헨·함부르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까지.단, 기본요금으로 한정할 경우 몰타의 수도 발레타가 세계 최고가다. 몰타의 기본요금은 17달러로, 2위에 오른 노르웨이 오슬로의 10.5달러를 압도한다. 한편 주행요금이 가장 ‘쎈’ 곳은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km당 6.50달러였다. 세계 3위 택시비라는데도쿄가 종합 3위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3km당 13.5달러로 43위에 머문 뉴욕의 7.8달러보다 80% 높다. 또 공항-도심 주행가격만 따지면 세계 1위다. 나리타공항-시부야 66km 구간 평균 택시비는 250~300달러(약 34만~40만원)로 익스프레스 열차 티켓 3250엔의 10배가 넘는 요금이다.이토록 방자한 요금의 배후로 통상 3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1980년대 버블경제기 형성된 요금의 고착. 둘째, 물품 가격 대비 월등히 높은 일본의 서비스 인건비. 셋째, 한국의 모범택시에 해당하는 고급 리무진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와 둘째 이유는 납득할 수 없지만

    2024.02.27 12:29:57

    일본 택시, 왜 이리 비싼가 [최정봉 칼럼]
  • 개미들이 ‘국장’을 등지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외국인과 개인들의 태도가 정반대다. 국내 증시에서 말이다. 외국인들은 거침없는 매수세다. 올들어 2월21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만 10조원넘게 순매수했다. 고작 2개월인데도 연도별 순매수규모 8위에 해당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아니다. 빠르게 국내 증시를 등지고 있다. 같은 기간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2월들어 21일까지는 8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대신 미국 주식을 6조원어치 가량 사들였다. 동학개미가 빠르게 서학개미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정반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 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사상최고치를 경신중인 일본과 인도 대만 증시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세워 증시를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증시에서 무더기로 빠져나온 외국인으로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개미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것을 잘 안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 고평가 국면에 접어든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국내 증시를 등지는 것은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 얼마나 지속될 지에 대해 의구심이 강하다. 차라리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앞세워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게 유리하다고 본다. 증시 카페에서 “아직도 국장하냐?” “밸류업 프로그램은 총선용”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는 저평가 돼 있을까. 그렇다. 코

    2024.02.26 10:08:02

    개미들이 ‘국장’을 등지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